▲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현재 울산 거주
言寺의 여승

언사에 혼자 사는 여승곱실곱실 파도머리에손톱에 봉선화 물 들이고촌놈이 좋다던 살색 립스틱 허벌나게 섹쉬해 낮에는바람과 란교를산나무와 선교를들풀과 들교를강고기와 수교를밤에는촌놈과 성교를막걸리와 막교를소맥과 주교를 하며시간 따라장소 따라개교(改教)를 한다 언사에 혼자 사는 여승여물지 않은 언어들을마당에 말리고비로 쓸고다시 입김에 불리고쌍불에 쪄서눈으로 씹고胃大하게 삼키고 되새김질 하다가 뱉는다아멘~섹쉬한 입술로 주교의 의식을 치른다  이유의 존재  잘 살아오지는 못했습니다보이는 건 구질구질한 이유 뿐입니다이유도 많은 세월에또 다른 이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나와서는 살을 비집고 뼈짬을 훑습니다바람에 휩쓸려가는 낙엽이꼬나들 이유가 뭘까요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는 걸요단 한번도 저 답게 살아보지 못했습니다제 이름의 때국이 오늘따라 많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합니다살아가는데 왜 이유가 그리도 많을까요저지르며 사는 게 사람 아닙니까사랑하다 보면 아픈데 아픈 게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아프다보니 사랑인 걸요  연리지 나무 하늘을 거역한 자땅을 배신한 자허공에서 만나악착같이 서로를 휘감는다 옳바르게 곧게 갈 길을살을 녹이고 뼈를 깎으며 요분질로 시간을 걷는다 음지에서 싹을 틔우다새들에게 쪼이고쥐들에게 갉히여흉측하게 벌거벗은 사랑 도덕의 눈총을 거둬라법의 손가락을 내려라비익조나 비목의 사랑은 전설일뿐연리지나무의 사랑 앞에서는 침묵하여라  수선화 나의 수선화 수선화와 처음 만나는 날그 참된 뿌리를 위해내 족욕통을 내어주었다플라스틱이나 도자기에그 진실된 뿌리를 담그는 건욕이 될 것 같아서였다오로지 편백나무로 된 내 족욕통이그것만이 근사해보였다그리하여 지금 수선화,너의 숨결이내 발가락들을 간질이고내 혈관을 따라가슴의 계단을 따라올라오며올라오며마침내찌르르 찌르르어느 벌레의 울음소리로화하고 있는 줄을나는 온 몸이 귀가 되어듣고 있거늘그런 사연을 너가 아느냐  내가 시라고 썼던…… 저 많은 말들을 내가 뱉었던가 꾸덕꾸덕해진언어의 시체들이신전의 광장에서 가면무도회로신이 났다 영혼 없는 흉내들이겉멋 부린 유희들이음악도 없이빙글빙글 돌아간다 생식기만 있는 흉물스런 몸뚱이, 쉬지않고 벌리고낳고 낳고 낳고또 낳는다 득실대는 쓰레기더미에서넘쳐나는 악취로퇴화되는 내 가슴에화초하나 기르지 못한다 가난한 자여가시덤불길을 걸어라온 몸을 찢은상처로 꽃을 피워라그리고죽어 죽어 죽어서고사목이 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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