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해동 약력: 1968년 중국 흑룡강성 수화시 태생. 1988년 <흑룡강신문>에 처녀작 '오기가 있는 사나이' 등 시와 에세이 다수 발표. 2014년부터 한국에 체류. 건설현장에서 일하며 틈틈이 시 습작에 몰두. 現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서울=동북아신문]1 개울아 너는

 성해동

 

봄비, 봄바람

봄 햇살이

꼴랑꼴랑 거리네요

 

나만을 빼고 행복한가요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나

아직 외로움 맞을 준비가 안됐는데

 

흐르려고 해도 겨우내 얼어버려

흐르려고 해도 봄에는 가물어

멍하니 주변만을 두리번거리다

어느 날 작아진 자신을 발견해

 

알 수 없는 내일에

늘 흔들리고 불안해

이제는 봉합하렵니다

뚫린 입이라고 주절거린 입을

 

언 곳을 채 녹이지도 못했는데

투정 없이 야트막하게 흐르네요

벌써 봄을 타는가

개울아 너는

 

  

 새벽 두시

 

목청껏 부르짖건만 울먹이는 목소리

화들짝 깨어나 보니 새벽 두시

 

설정한 온도를 한사코 유지하려고

방에서 보일러는 드렁드렁 코를 골고

밖에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나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예고도 없이 찾아오면

한마디 말도 없이 바라만 보면

또 그렇게 입김처럼 사라지면

 

어이하여 덧나게 합니까

겨우겨우 아문

간질간질 여린 속앓이

또 이렇게 붓고 짓무르는 고름

 

역시나 개꿈인가요

또렷이 비치다가

습기가 차오른 거울처럼

허겁지겁 뽀드득 닦아도

 

새벽 두시 창유리에

실루엣만 남긴 당신이여

이제 난 어떡합니까.

 

 

봄의 전령

 

 반가워요

요즘 슬금슬금 따뜻한 낮 햇살이

 

눈도 많았지, 유난히 추운 올겨울

그렇게 올 것 같지 않더니

화려하게 귀환하네요

 

아네모네의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 이고요

팬지의 꽃말은 ‘사랑의 추억’ 이래요

다알리아 꽃말은 ‘감사’ 이고요

시네라리아 꽃말은 ‘항상 즐겁다’ 이래요

그리고

‘가정의 평화’ 라네요. 버베나의 꽃말은

 

오래간만에 현관을 나서니

정원에는 어느덧

순번을 뽑고 대기 중이네요

 

가을에 심어 월동 후 피어나는

아, 봄의 전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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