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의 말: 연길시통달외국어양성학교 교장 리정자입니다. 어릴적부터 책보기를 좋아했던 저는 2000년 8월에 통달외국어학교를 설립해서부터 꾸준히 책을 모으기 시작하여 국내외 번역본으로 된 명작들은 거의 다 있게 되었습니다. 30여 평방되는 도서실을 꾸며놓고 나서 며칠에 한번 씩은 읽을 사이도 없는 책들을 어루쓸어 보곤 합니다. 마치 그렇게라도 하면 마치 책들 속의 세계를 머리속에 그려 넣을 수 있는 듯이 옛추억도 떠 올리면서요.
[서울=동북아신문]나의 서재엔 15년전에 붙혀준 색바랜 번호표를 달고 가쯘히 꽃혀있는 천여 권의 소설책들이 변함히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들 앞을 지나다보면 옛날에 읽었보았던 추억들이 깨여나 잠깐잠깐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그때만큼은 보약을 먹은 기분이다. 수천년전의 이야기부터 근대이야기까지 어느 분야나 빠짐없이 속에 꼭 담고 옛날에는 끔찍했던 책친구들이 언제부터인가 점잖은 책손님으로 취급받으면서 조용한 서재에서 내가 나타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책속에 황금옥이 있고 책 속에 인생이 있고 책 속에 역사가 있으며 책 속에 선생님이 계신다. 아무리 시대가 발전해 천지개벽의 변화를 가져와도 세상만사를 품을수 있는 책의 귀티는 변하지 않는다. 오랜시간과 친구들과의 몸싸움으로 두껑이 많이 낡아도 더더욱 진귀성을 보여줄 뿐 조금도 초라함이 없이 단정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어떤 친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대우는 다르겠지만…….

어려서부터 소설보기를 무척좋아했던 나는 나이 40이 넘어서부터 조선말 소설책을 모으고 사들이기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보관했던 많은 책들이 세전벌의 큰수재때 물에 잠겨 볼수 없게 되였었다. 그때부터 마음먹었던 일이다. 새것이건 낡은것이건 조선글로 된 책이면 다 사들였다. 책을 좋아하는 언니, 형부한테도 부탁하여 사들였다. 2003년도에 숨막히게 꽁꽁 묶어놓았던 책들을 풀어서 차례로 번호도 붙혀주고 새책장도 열개를 사왔다. 귀한 책님들이 새집에 이사를 한 것이다.

그때로부터 한번도 아니고 네번이나 이사를 했다. 지금은 36평방되는 서재 겸 회의실로 이사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세번째는 사무실이였기때문에 그래도 매일 같이 있다보니 덜 섭섭했겠는데 지금은 서재 겸 회의실이다보니 일주일에 기껏해야 두세번정도 만나게 된다. 그러니 회의를 마치고는 인사도 없이 나가 버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섭섭했으리라. 고급테레비가 생기고 컴퓨터가 생기자 이 사랑스런 친구들이 하염없이 기다리는 손님대접을 받게 된것이다.

나에게는 특별한 서재, 시간이 지날수록 진귀해지는 보약같은 존재, 언젠가는 이 손님들을 내 친구로 만들리라. 시간은 짜면 나오는 것인데 늘 시간이 없어요가 아닌 규칙적인 련재로 만들면서 그속에서 아름다운 여유를 누리리라. 그속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험악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그것이 좋은 경종을 울려주지 않겠는가. 컴퓨터와의 씨름으로 엉어리가 진 어깨도 휴식시키면서 정신영양, 정신향수를 하여야지.
 
유효기간이 제한되지 않은 보약같은 손님이시여,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요. 우리 이제 정든 친구로 사귀고 매일 만나자요. 미안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2018년 3월 28일 아침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