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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희 수필]‘똥떡’에서 읽는 선인들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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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1  20: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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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똥떡’에서 읽는 선인들의 지혜 오늘날처럼 과학과 심리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우리 조상들은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풍습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바로 ‘똥떡’이다. 똥떡은 어린이가 변을 보다가 똥통에 빠졌을 때 부모가 급하게 만들어 주는 떡을 말한다. 구덩이를 파서 만든 똥통, 즉 재래식 변소에서 어린아이가 변을 보다가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혐오스러운 냄새, 수치스러움과 불안감까지 뭉쳐져 아이는 변소 가는 일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갖게 된다. 변소에 갈 때마다 아이는 똥통에 빠졌을 때의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점점 트라우마가 증폭되게 한다.

현명한 부모들은 이런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재빨리 집에 있는 재료로 똥떡을 만들었다. 똥떡으로 부모들은 제를 올려 화가 난 변소귀신을 달래주었고 아이한테는 직접 떡을 들고 동네를 돌며 ‘똥떡, 똥떡’하고 크게 소리를 치게 한다. 예기치 않은 간식거리를 받아든 이웃들은 아이에게 좋은 덕담을 해주기 마련이다. ‘녀석 놀랐겠구나.’“너의 잘못이 아니야!”하며 머리도 쓰다듬어 준다.

아이는 이웃들로부터 관심과 격려를 받으면서 자연히 똥통에 빠진 황당한 경험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극복하게 된다. 똥떡은 변소에 빠진 아이의 불안, 수치, 공포를 치유하는 놀라운 트라우마 치료 메커니즘(체제)이었다. ‘똥떡’은 심리학에서 말하면 바로 나의 상처를 ‘직면’하는 것이다. 인간은 대개가 자신의 상처에 대해 감추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경험한 현실을 외면하거나 없었던 일로 애써 부정할수록 그것이 더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마주보는 것이 치유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옛 선인들의 지혜인 ‘똥떡’으로부터 읽을 수 있다.

트라우마란 과거의 공포증 증상이다. 공포증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심리적, 신체적인 공포증의 증상이 나타난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경험을 한 사람은 물과 관련된 것만 보더라도 공포증이 생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으면 거의 대부분 고소공포증이 생긴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평시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과거의 경험과 유사한 장소나 환경에서 갑자기 연결되면서 시작된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루에 최소 5분이 상 눈을 감고 자신과 대화하라. 트라우마라는 것은 공포증이고 마음의 불안이다.

자신과의 내면대화가 바로 자기치유의 시작이다. 눈을 감고 자신에게 사랑의 치유 에너지를 보내면 밝은 느낌이 다가오면서 상처받은 마음이 서서히 치유가 된다. 자신과의 대화는 자기 자신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자신을 모르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두렵고 무섭고 암담하게 되지만 만약 자신을 알았다면 삶의 방향이 잡히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희망과 즐거움이 가득해 질 것이다.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고 지지해준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는 틀림없이 치료될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왜 경기에서 “아자 아자”혹은 “할 수 있다”라는 자기 구호를 웨치는가? 설령 마음속에는 안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길지언정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스스로에게 긍정의 파이팅을 주기 위해서이다.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이다. 두려움을 행해서 나아가도록 하는 마음은 자신이 자신에게 부여해주는 긍정의 선물이다.

기억 속에 떠올리기조차 싫은 트라우마가 나에게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걸 직면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50년간 중국에서 살면서도 마주할 수 없었던 내 마음속의 상처를 한국이라는 이 낯선 땅에서 직면하게 된 것은 조각보의 ‘다시 만난 코리안 여성들의 삶이야기’프로그램에서였다. 아들만 바라는 박씨 가문의 셋째 딸로 태어나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집 남자애와 일주일 동안 바꿔치기를 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남의 집의 딸로 될 뻔 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감히 부모와 엇나가지는 못하고 늘 마음속에 부모한테 앙심을 품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면서부터 나는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고 점차 그것에 익숙해졌고 지금은 가끔씩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트라우마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면 이것은 평생 나의 짐이 되어 내 삶을 짓눌렀을지도 모른다. 트라우마의 치료에는 그 사람이 가진 상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득한 아주 소소한 ‘똥떡’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똥떡’이 꼭 부모나 가족이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절로 만들 수 있는 ‘똥떡’도 있는데 그것은 자기마음에 대한 관찰과 자신에 대한 고무와 격려이다. 선인들의 지혜인 ‘똥떡’으로 현대인들의 트라우마를 잡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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