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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수필/천숙]책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동포문학 8호 공모작품-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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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2  15: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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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숙 약력: 중국 벌리현 교사 출신. 집안 심양 등지에서 사업체 운영,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 시 수십 편 발표.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
[서울=동북아신문]
점심 무렵 서점으로 향했다. 어제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책 내용이 마음에 들어 사러 간다. 매번 서점에 갈 때마다 그 어떤 소중한 선물을 받으러 가는 기분이다. 먼저 사려고 했던 책을 고른 다음, 자기계발책이라든가, 수필, 시집, 인문학 책, 고전, 경영에 관한 책, 요리 책, 이것저것 두서없이 골라서는 서점에서 초고속으로 읽다가 그 속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또 사들고 온다. 공짜로 소중한 강의를 듣고 오는 셈이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공짜를 좋아했을까!

사실, 나는 예전에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더욱이 소설 같은 책은 너무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 나마 책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처녀시절에 읽었던 여자의 일생이란 소설책이었다. 여자의 인생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읽다 보니 며칠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는데 주인공 여자의 이야기에 흐느끼면서 읽기도 했지만 책이 주는 진정한 느낌이란 뭔지 잘 몰랐다. 그 것을 제외하고는 책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책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한국에 온 후부터였다. 한국의 도서관과 서점에는 다양한 책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책을 많이 읽는다. 기업인이든 일반인이든. 물론 세상살이를 책대로 하는 건 아니지만 책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알려주지 않는 비밀을 알려 준다.

그런 영향을 받아 나도 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달려가 시, 소설, 에세이, 자기계발책 등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는 속에서 책은 나와 속 깊은 대화를 가능케 하였다. 때로는 전철 안에서도 책을 읽군 하였는데 지루함도 없애고 공부도 하는 일거양득의 기회가 되었다. 지금은 매일 아침 30, 저녁 1시간 이상을 독서를 한다.

그렇게 책에 빠지게 된 이유는 아마 세상에 대한 답을 책에서 구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복잡한 곳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도 좋아 한다. 조용히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의 양을 줄이고 생각의 질을 높이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책이 나에게 알려준 것은 세상에 대한 답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이해였다. 영국의 소설가 클라이브 루이스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하였다. 독서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었고, 타인의 역사를 존중하게 되는 훈련이었다. 세상에는 옳고 그름만으로 따질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온전한 이해란 진심어린 마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다 보면 분명 마음이 차분해지고 감성이 되살아나고 풍부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해한다는 것은 비극 속 에서도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책읽는 장소로 도서관이나 서점만큼 좋은 곳이 또한 집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내가 원하는 모든 책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면, 집에서 하는 독서는 내가 원하는 책과 온전히 마주 할 수 있어서 좋다. 한 낮에 창문을 마주하고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햇볕의 아늑함을 느끼며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삶의 소중한 낙이기도 하다. 특히 소음도 없는 깊고 조용한 밤에 독서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책과 나의 완벽한 일치감이 느껴지는 짜릿함이랄까 우주 안에서 홀로 부유한듯한 자유롭고 평온한 느낌이 마치 내가 한 권의 책이 된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지난 8년 동안 수많은 책이 나와 함께 했다. 흔들리는 나를 잡아 주고, 딱딱한 나의 마음을 부드럽게 부수어 주고, 나의 훌륭한 벗이 되어 주고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준 책, 냉철하고 다감한 시선이 함께 있어 따뜻하면서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던 책, 슬프고 깊고 아름다우면서도 적확하려는 자세마저 느껴지는 책, 이 모든 책들이 그 어느 때부터인가 나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한 권의 책을 써내려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쓰고 다듬는 그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야만 책 한 권이 완성 되 듯이, 언젠가 찍힐 삶의 마침표를 향해 우리는 오늘도 묵묵히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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