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황향숙]내 마음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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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황향숙]내 마음의 정원에서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8.09.0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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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문학 8호 공모작품-

▲ 황향숙 약력: 중국소수민족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 회원, 연변아동학회 회원. 노신문학원 30기 소수민족작가 졸업생. 길림신문, 료녕신문 등 수필문학상 수상 다수, 할빈문학소설상, '송화강'잡지 소설 추천작품 다수.소설, 수필, 시 등 다수 발표.
[서울=동북아신문]여름이 내 곁을 떠나면서 울고 있었다!   하루종일 시커멓게 어두워진 기색으로 후둑후둑 눈물방울을 휘뿌리다가는 종주먹으로 땅을 투닥투닥 두드리기도 하고 내 창가 유리창에 매달려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기도 하면서 아픔을 호소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한껏 높이 세운 내 마음의 담안에서 이별에 찔리워 생긴 상처가 다시금 따끔따끔 아파나며 피를 흘렸다. 
 
이럴 때면 놀랍도록 순식간에 집착과 욕망이 파랗게 독을쓰는 담쟁이 덩굴이 되어 담을 넘으려고 기를 쓰고 담우까지 손을 뻗친다.
 
내 마음이지만 간사하기 그지없다. 병원에 있을 적엔  모든 걸 다 비우고 모든 걸 다 버리고 생명줄만 잡으려고 바둥거리다가 병원문을 나서면 욕심의 싹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싹이 튼다. 분명히 밑둥까지 싹둑 잘라냈었는데, 한발한발 병원과 멀어지면서 한뽐한뽐씩 자란다. 그러다가 한동안만 방치해도 저렇게 왕성하니 덩쿨을 뻗쳐 이악스럽게 담벽에 기대어 꼭대기까지 바라오른다. 
 
거친 들판처럼 어수선한 내 정원안을 보고있노라니 사람의 마음도 한동안만 버려두면 이렇게 늦가을 황량한 들처럼 되는구나 하는 느낌이  새록새록 느껴진다. 
 
서슬푸른 낫으로 먼저 욕심의 덩쿨부터 밑둥가지 싹뚝 잘라냈다. 담안이 여유있게 훤씬 넓어보였다. 정리하고 싶어졌다. 
 
아직도 흐느끼며 눈물방울을 잎사귀에 대롱대롱 달고있는 과일나무 앞으로 다가가서니 여리디여린 파란 열매가 나와  반짝 눈을 마주쳤다. 그래, 내가 너희들을 사랑하던 마음을 되찾아줄게.  
 
쏴- 맑은 물로 대문으로 향하는 길부터 말끔히 씻어냈다. 어지러이 찍혀진 발자국들을 깨끗이지웠다. 그리고 그옆에 사랑의 장미화분을 옮겨 놓았다. 밖으로 나갈적마다 그 장미꽃 웃음에장미향에 마음을 헹구고 싶었다. 
 
자그마한 텃밭의 잡초들도 말끔히 뽑아내고 내 발걸음이 무겁도록 악착스레 내 발을 붙잡으며 신에 엉켜붙은 흙도 시원히 씻어버렸다. 그리고 여기저기 방치해두었던 잡동사니들도 말끔히 치워 버렸다.
 
정리된 정원은 다시금 깔끔해졌다. 나는 다시파란 하늘에 정원을 깨끗이 헹구어냈다. 아직도 뭔가 모자라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틀어놓고 정자의 쏘파에 앉아 커피향에 취하면서 쪽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색을 맞아들였다.
 
돌이켜보니 무조건 무지개를 쫓아가며 인생을 죽기내기로 달리기만한 내 일상들엔 집착과 욕망과 탐욕과 으르렁거리는 승부욕만이 으슬렁거렸다. 그래서 아늑하던 정원에는 적막과 아픔과 허무로 늦가을 거친 들처럼 스산했던것 같았다 . 
 
맑게 웃는 장미꽃과 눈맞춤하면서 마시는 커피향이 오늘따라 특별히 달콤했다. 파란 잎새 사이로 여리고 오동통한 얼굴을 빠끔 내밀고 웃어주는 애들이 귀엽기만 했다. 갸냘픈 남새들의 몸짓에 마음의 죄책이 스며들어 머리를 들어 멀리 눈길을 주었다.  
 
가없이 펼쳐진 하늘이 더더욱 높아졌고, 그 아래에 내가 세웠던 담벽은 초라하게 낮아져 볼품없었다. 
 
가끔은 마음의 정원도 이런 정리가 필요한 듯하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오늘처럼 초라하게 지저분해질 때까지 방치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 같다.
 
내 마음의 정원을 정리하면서 가슴을 허비던 아쉬움의 보따리를 내려놓을 수 있었고, 그래서 이번 여름은 홀가분하게  떠나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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