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하대 대학원에 다문화교육 전공으로 박사과정 등록한 배정순 선생

▲ 2017년 7월 서울교대 대학원 석사학위 수여식장에서의 배정순 선생.

[서울=동북아신문]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016년 6월 30일 기준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2007년 100만명을 넘어선 이래 9년 만이다.

법무부는 2011∼2015년 체류외국인이 연평균 8%씩 증가한 것을 고려할 때 2021년 국내 체류외국인이 300만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의 5.82%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를 웃도는 수치다.

국내 체류외국인은 2017년 7월 기준 약 230만(229만8,949)명이며 그 중 약 46%는 중국인(1,06만2,882명)이다. 베트남(18만6,115명·전체의 8.1%)과 미국(15만7,588명·전체의 6.9%) 출신이 뒤를 이었다.

이는 한국사회가 급격하게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 수치이다. 그러나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나 이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대응은 여러 모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사회의 인식이 다문화 사회로의 변모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그 중 하나로 한국사회의 다문화 전문가들의 부족이 한 몫 했음 또한 분명하다. 

▲ 배정순 선생은 2017년 12월 ‘동양생명배 교육수기 및 수업연구공모전’에서 수업공모전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사회 주류에서 다문화 사회로의 변모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는 것 못지않게, 다문화인들의 주체적인 노력도 또한 중요하다 하겠다. 성공한 정치인, 성공한 기업인, 성공한 문화예술인 등으로서 각계각층의 주류사회로 다문화 출신 인재들이 진출해야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배정순 신대림초등학교 다문화언어강사가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이미 결혼이주민 출신 중국동포로서 많은 노력 끝에 한국의 정규학교에 진출,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많은 사람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다문화언어강사로 근무하면서 지난해 8월에는 서울교육대학교 교육전문대학원에서 다문화교육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올해 가을학기에 인하대 대학원 다문화학과 다문화교육 전공으로 박사과정에 등록하여 진정한 다문화 교육전문가가 되어 한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꿈꾸고 있다.

다음은 배정순 선생으로부터 받은 자료, 전화 통화, 만남을 통한 직간접적인 인터뷰 등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다.

▶인하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문화교육 전공으로 등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가 너무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변모되면서 발생되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인식하는 전문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서울교대에서 ‘동화 역할극을 활용한 한·중 다문화학급 이중언어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학문의 최고봉인 박사학위까지 받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또 한국사회의 다문화 교육전문가들은 대부분 한국인 출신으로 해외유학을 한 사람들이다. 다문화 출신으로 다문화 교육전문가가 되면 다문화 문제를 이들 한국인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입장에서 볼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다문화인들의 마음과 공감대를 형성하여 한국사회의 발전에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50대 초반으로 알고 있다. 늦은 나이에 공부만 하기는 어려울 텐데 등록금이나 생계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박사학위 풀타임과정에 등록하려면 신대림초등학교 다문화언어강사 근무는 포기해야 하기에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미래의 목표를 향해 과감하게 도전하기로 했다.

등록금은 인하대 정석국제장학금을 받고 입학해 6학기 전액이 면제된다. 이 장학금은 성적이 평점 3.3, 즉 B플러스 이상이어야 유지된다. 생활비는 현재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다. 이번 학기는 인하대 BK21플러스 다문화교육사업팀에 선발이 되어 연구장학금으로 월 100만원씩 받게 된다. 이 장학금을 받으려면 매학기 신청을 해서 심사에 통과해야 한다. 신청조건은 연구실적으로 한 학기 한편 이상의 논문을 작성해야 하며, 성적은 평균 A 이상, 즉 평점 4.0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어떤 계기로 한국의 정규학교에서 다문화언어강사로 활동하게 되었나

“2012년도에 서울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서울교육대학교가 다문화언어강사 교육과정을 개설해 참가자를 모집했다. 나는 중국에서 교사생활을 19년을 했고, 한국 초등학교 방과후 중국어강사도 7년을 했기에 교사라는 직업에 각별한 애착을 느꼈다. 서울교대에 지원서를 제출하고서류 심사, 한국어능력시험, 면접시험을 통과해 합격했다. 이후 6개월간 9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서울시교육청의 배정으로 다문화학생이 많은 초등학교에서 활동을 해왔다. 2013년부터 서울군자초등학교, 서울구로남초등학교, 서울신대림초등학교 등에서 5년 6개월 동안 근무하였다. 처음에는 이중언어강사라는 명칭이었는데 한국인 이중언어강사가 생기면서 2015년부터는 다문화언어강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불리게 됐다.”

▶‘다문화언어강사’라는 직업이 아직은 생소한 듯하다. 다문화언어강사는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담당하나?

“다문화언어강사는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는 다문화이해교육,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수업을 한다. 국제이해 수업에서는 내가 중국동포이기에 주로 중국어와 중국문화 이해 수업을 한다. 다문화 인식을 개선하고 다른 문화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학생들을 볼 때면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느껴지면서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는 방과후 한국어 지도, 학생 상담 및 인성 교육, 중도입국학생의 학교 적응을 위한 동시통역 수업 등 다양한 수업과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중도입국 학생의 경우 갑자기 교육 환경이 바뀌고 소통도 안 돼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예민하기 쉽다. 그럴 때 상담 교육을 진행해 정서적 안정을 찾게 해준다. 또 가정통신문을 번역해줘서 학교 활동의 이해를 돕기도 하고, 동화책을 활용한 역할극을 만들어 이중언어 수업을 진행하여 한국어와 모국어를 동시에 익히도록 한다.”

▶다문화언어강사가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서울시교육청에서 다문화언어강사 양성을 위탁받은 서울교대에서 900시간(6개월)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과정을 수료해 강사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을 다문화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 다문화언어강사로 배정한다. 출신국가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어능력시험 3급 이상을 취득하는 등의 조건을 갖춘 결혼이주여성이 교육과정 지원 자격이다.

서울시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 수가 많은 남부교육청 소속 14개 초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중은 모두 20% 이상이다. 40%를 넘는 학교도 몇 개가 된다. 다문화 학생은 10년 새 10배가 늘 정도로 가파르게 증가 중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 지역 학교에는 13개 국가 87명의 다문화언어강사들만이 근무 중이다.”

▲ 올해 4월 계간지 ‘시와 늪’에 수필을 실어 신인상을 수상, 한국문단에 등단한 배정순 선생이 수상소감을 발표하며 활짝 웃고 있다.

▶다문화언어강사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는 어떤가?

“대체로 한 학교에 1명만 배정돼 있어서 업무가 과중하다. 서울 신대림초등학교에는 전체학생이 275명인데 다문화 학생이 71명이고 그 가운데 중국 다문화학생이 68명이다.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아이가 여섯 명인데 역부족이다. 서울시 500여 개 초등학교 중에서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문화 학생이 없는 학교가 거의 없지만 수요만큼 강사를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

또 근무 시간과 역할에 비해 처우는 아주 낮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나 할까. 학교의 여러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낮은 대우를 받고 있다. 다문화언어강사는 1년에 한 번씩 교육청과 재계약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강사들은 다음해에는 어떤 학교로 배정 될지 몰라 불안해한다. 집에서 거리가 먼 곳으로 학교가 배정이 돼도 말도 못하고 꾹 참고 다녀야 한다. 안정적으로 교육 활동에 전념하려면 무기 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의 전환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현장에서 다문화교육을 해온 입장에서 한국 사회 일반의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직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머리로는 다문화를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자주 서운함이 느껴지곤 한다. 학교 내에서는 이해를 하는 편이지만, 그 밖의 사람들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할 뿐 아니라 심지어 배척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이 학교 저 학교를 다니며 다문화 교육을 실시한 이후 학생들의 변화를 실감해왔다. 다문화교육을 실시한 학교에서는 다들 중국어와 다문화 수업을 듣기 때문에 중국동포 학생들이 자신감도 높아지고, 다른 학생들의 인식도 날로 좋아지게 되고 학생들의 편견도 줄어든다. 한국사회에서도 이런 경험이 많아져 다문화감수성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양생명배 교육수기 및 수업연구공모전’에서 2016년 최우수상, 2017년에 대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응모했고, 어떤 내용으로 준비했는가?

“다문화언어강사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오고 있는 재단법인 한코리아를 통해 수업연구공모전 소식을 알게 돼 응모했다. 수업안을 먼저 내고 다문화언어강사, 교육전문가와 심사위원들 앞에서 시연을 하고 심사를 거쳐 우수한 성적을 받아 수상하게 됐다.

2016년 12월 발표회에서 시연한 교육 내용은 ‘일곱 마리 눈먼 생쥐’ 이중언어동화역할극 수업이었다. 서울교대 원진숙 교수로부터 아동 문학을 활용한 매우 우수한 이중언어 역할극 수업이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2017년에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말 잇기 노래를 이중언어 동화역할극 수업으로 시연하여 좋은 성적을 받아 대상을 수상하게 됐다.”

▶재한동포교사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협회 회장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재한동포교사협회는 중국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사람 중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친목단체였다. 2014년부터는 중국동포자녀들의 한국학교 적응을 돕기 위한 학교로 어울림주말학교를 운영해 왔다. 현재 중도입국청소년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는데 재한동포교사협회가 이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한국어, 중국어 언어교육 및 심리상담 교육을 해야 한다. 어울림주말학교에도 중국동포 교사를 파견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려 한다.”

▲ 배정순 선생(왼쪽)이 신대림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동화 역할극을 하고 있다.

▶그 밖에 다른 사회 활동을 하는 것이 있는가?

“동북아신문, 아시아타임즈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탈북자, 고려인, 재일동포, 중국동포들이 함께 참여하는 조각보라는 단체에서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각보에서는 직장, 명절, 음식 문화 등의 여러 이야기를 함께 한다. 다른 문화를 알아가는 것은 나에게는 다양성을 수용하고 감수성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성공적인 정착을 원하는 다문화 여성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문화 여성들은 다수가 식당에서 일하고 남자들은 건설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한다. 일부의 경우 언론사나 여행사, 행정사에서 일하는 정도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것을 보완해나가는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자기의 꿈을 이루고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다.

한국에서 일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직무능력이 있다. 특히 컴퓨터를 모르면 안 된다. 나는 한글, 파워포인트 문서작성을 배우기 위해 컴퓨터 학원에 다니며 여러 달을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IT강사 자격증을 강사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많은 다문화 여성들이 ‘늦은 나이에 배울 수 있을까’ 하며 용기 없어 한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는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시작하기 좋은 때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꿈은 실현하려 노력하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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