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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김영자] 아버지의 소원통일문학 편
백운 기자  |  hry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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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3  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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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소원 

                                                         김영자 


    누구나 다 자기의 간절힌 소원이 있을것입니다.


    나의 아버지도 해마다 봄이 와서 어김없이 피여나는 앞마당의 살구꽃을 보면 입버릇처럼 엄마의 손를 꼭 잡고 "또 살구꽃이 피였소. 내 고향에두 감나무 잘 자라겠지...?!" 그러면서 자기의 소원을 말씀하시더랍니다.


    "난 고향에 가보고싶소! 너무너무 가보고싶소..." 


    "통일된 내 나라 충주에서 족보를 펼치고 떳떳이 충주김씨가문회의를 열어야겠는데..." 


    "우리 애들 학문으로 대를 잇게 하기오..."


    먼 옛날, 아버지는 남쪽 나라 그 남켠의 감나무 우거진 충주에, 엄마는 또 멀리 북쪽의 갑산골에 태를 묻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얼마만한 세월이 흘렀는지... 아직도 북과 남은 계속 "작은 금" 하나를 그어놓고 동강난 그 땅덩어리 우에서 서로를 그리면서 아픔에 망향에 설음에 흐느낍니다. 


    일제강점시기 나라 잃고 집 잃고 부득불 살길을 찾아 전 세계 방방곡곡을 구름처럼 떠돌며 정처없이 헤맸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지금도 메아리인양 나의 귀전에 쟁쟁히 들려오는것 같습니다. 


    철부지 여섯살에 추운 초겨울 할아버지의 쪽지게에 앉아 사품치는 두만강을 건넜다는 엄마의 서러운 이야기, 애를 업고 물함지 이고 도강하는 남편을 따라 무작정 두만강에 뛰여들지 않으면 안되였었다는 외할머니의 구슬픈 이야기, 열네살에 겁에 질린 나어린 동생들 손을 잡고 아버지를 따라 허둥지둥 혀를 날름대는 압록강을 가까스로 건너왔다는 아버지의 아짜아짜한 모험기... 영화필림마냥 눈앞에 펼쳐지는 그 수난에 찬 모습들에 저도 모르게 두줄기 뜨거운것이 주르륵 볼을 타고 내려서 어느덧 시내물로 강물로 흐릅니다.


    압록강, 두만강도 그때 그 시절 자기의 거울속에 속속들이 담아두었던 그 수많은 고난의 사연들을 잊지 않기에 지금도 저렇게 넘실거리며 흐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 아버지의 소원도 그런 설음속에서 세월이 흐를수록 자꾸만 부풀어올랐겠지요.


    낯설은 이국땅에서 고생하며 거칠게 자란 엄마는 16살 어린 나이에 28살되는 상처한 우리 아버지한테 시집왔답니다. 그때 우리집은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너무나도 째지게 빈궁했지만 대대로 전해내려온 "학문으로 대를 이어간다는 가문의 준칙"을 지키기 위해 맏아들인 아버지만이라도 가까스로 공부시켰더랍니다. 그리고 그때 벌써 충주 김씨가문의 족장으로 족보도 관리하고 가끔씩 김씨가문의 전체회의도 하더랍니다. 


    아버지는 늘 엄마보고 "나의 고향은 무궁화, 목란꽃, 진달래가 피여나는 조선이요. 내 동년은 그곳에 있소. 드넓은 한강, 대동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내 나라가 이제 독립되면 아주 멋질것이요! 광복이 되면 우림 함께 꼭 가보기오..."라고 하시더랍니다. 


    약제사일을 하시면서도 늘 감회에 푹 젖어서 감나무 우거진 고향마을의 자랑을 하시더랍니다. 


    "우리집 앞마당에 살구꽃이 피였으니 우리 누님들 계시는 곳인 함경북도 온성에두 살구꽃 피였겠지? 그리구 내 고향 충주에는 감나무꽃, 무궁화꽃이 피였을가? 당신의 고향 갑산에두 진달래가 피였겠구만! 륙촌형님네는 지금 남쪽 어디로 이사갔다지? 언제면 마음대로 가볼수 있을가..." 


    또 평시에 늘 책을 보시면서 일본놈들때문에 하던 공부를 채 못했음을 길게 한탄하면서 "학문으로 우리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함을 절대로 잊지 말아주오!"라고 말씀하시더랍니다. 


    드디여 1945년 8월 15일, 그렇게 고대하던 광복을 맞아 이제 인차 고향에도 가볼수 있을것이라며 그렇게도 기뻐하시던 나의 아버지,  하지만 그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가증스런 외세의 도끼에 찍혀 나라가 또다시 두동강나고 아름다운 삼천리금수강산이 무참히 북과 남으로 분단되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머절병"이라는 괴상한 온역이 온 마을을 휩쓸어 우리집에서도 새끼줄을 쳐서 경계선을 했었는데 8살짜리 큰오빠를 제외하곤 온 집식구가 모두 쓰러졌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락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궂은 비 추적추적 내리던 쓸쓸한 날이였답니다. 아버지는 맥없이 옆에서 역시 앓고있는 엄마손을 만지면서 "안되겠소. 난 아무래도 네 아이를 당신에게 맡기고 먼저 가야 할것 같소. 내가 이 병마를 싹 가지고 가야 하는데... 꼭 힘내서 살아주오. 우리 고향에 함께 가자고 했는데... 통일된 내 조국에서 애들에게 학문으로 길을 닦아줄려고 했는데... 미안하오..."라고 말씀하시며 힘겹게 겨우 마지막 한숨을 후ㅡ 하고 길게 내쉬시더니 조용히 눈을 감으시더랍니다. 그때가 바로 내가 한돐도 되기전인 43살의 너무 아까운 나이에...


    고향, 고향이 뭐길래? 조국, 조국이 뭐길래 이세상을 떠나시면서도 그 고향, 조국을 그토록 그리였을가? 고향, 조국을 잃은 실향민, 망국노에겐 그들이 아무리 나이가 많은 어른이여도 그 못잊을 고향, 조국은 모두 보고싶은 어머니일것이며 오래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더더욱 와락 달려가 안기고싶은 따뜻한 어머니의 품일것입니다. 하기에 그토록 사무치게 보고싶은 어머니 품에 끝끝내 안겨보지도 못하신채 영영 떠나야만 하는 그 슬픈 아들인 나의 아버지, 마지막 들숨을 몰아쉬면서도 그 원한을 절규하시며 통절히 흐느껴 웨칩니다.


    "고향에 가보고싶다. 통일된 내 나라에 언제면 갈가?"


    "학문으로 애들의 길을 닦아주오..." 


    빌어먹어도 그토록 가풍인 지식을 중히 여기시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목소리가 지금도 애절하게 들려오는듯 합니다. 이 세상에 태여나서 생전 한번 아버지라 불러보지도 못한 나도 오늘은 목메여 그 아버지를 불러봅니다. 


    "아ㅡ버ㅡ지ㅡㅡ!!!" 


     아버지의 소원은 통일이였습니다. 아버지의 소원은 광복되고 통일된 조국에서 애들을 마음껏 공부시키고 쓸모있는 나라의 인재로 키우는것이였습니다. 아버지의 소원은 아버지의 소원이자 우리의 소원이고 우리 백의민족의 소원입니다. 언제면 대대로 내려오며 그토록 간절하게 소망하던 통일이라는 그 소원이 이루어질가요? 저 백두산의 망망한 밀림속의 미인송도 푸른 창공을 꿰찌르고 우뚝 솟아 우리 백의민족의 그 슬픔을 온 하늘에 대고 웨치고있습니다. 저어기 백두산봉 그 우에서 나라를 찾느라고 초개같이 목숨을 버린 우리 항일혁명투사들의 충혼과 그 넋들도 안타깝고 원통해하면서 의분에 차 굽어보고있습니다. 


    아버지의 소원, 아니 우리 팔천만 백의겨레의 소원은 반드시 삼천리금수강산에서 꽃이 필것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오늘도 별나라에서 우리들이 살고있는 지구를 내려다보시며 깜박깜박 빛을 뿌려 언젠가 꼭 이루어질 통일잔치준비를 하고있지 않겠습니까?! 아마도 꼭 그리하고 계실것입니다. 통일의 그날은 지금 점점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통일잔치를 맞이하는 가슴벅찬 그날을 생각만 해도 흥분으로 마음이 둥둥 들뜹니다. 그 기쁨 아버지가 계시는 저어기 먼ㅡ 하늘나라에도 오래오래 메아리쳐가고 울려펴질겁니다... 

                                                      ( 2018. 5.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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