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학 편

통일문학(서정시): 

 


 

 

 

 

 

    

 

       할머니의 전설 (외1수)

              최금화

 
하아얀 가리마에 하아얀 은비녀
어깨너머 지으시던 한복 저고리
할머니는 날마다 돌리고 돌리셨다
까만색 윤기나는 재봉침 손잡이를

일하느라 바늘에 찔리우고 찔려서
터실터실 거칠어진 그 아픈 손마디로
한복을 어루쓸며 떠올리던 엷은 미소
할머니는 무슨 꿈을 꾸시였을가?

눈물젖은 두만강 옛말에 푹 빠져
새별눈 초롱초롱 열심히 귀담아듣던 
철없던 코흘리개 어린시절 옛추억
오늘도 이 가슴을 세차게 두드린다

주름투성 그 얼굴에 사라진 미소
가시는 림종의 마지막날까지도 
손에서 종일 놓지 못하셨던 일감들
오로지 한복만 지으셨던 그 모습...

매일같이 돌리시던 앉은뱅이 재봉침
재깍재깍 그 노래도 멎은지 오래고
한평생 묵묵히 지켜오신 하얀 영혼
하아얀 메아리로 오늘도 맴돌이친다

한복 한벌에 하아얀 전설 한컬레
한많은 그 가슴에 응어리진 천만사연
아름다운 한복으로 그리움을 푸시던
아아아, 오늘도 사무치게 그리운 내 할머니...
 


             할머니 한생

구새먹은 속탄 가슴처럼
눈같이 하이얀 이불안
탕탕탕 두드리던 빨래방망이
뼈아픈 그 통곡소리

날마다 배고픈 설음이
하이얀 그리움을 토하며
물레방아 돌리듯 돌던 매돌
피멍이 든 그 손잡이

허공속에 하얀 연기 동그라미
한숨처럼 후- 바람에 날려보내던
홀어머니 칠색단 담배쌈지
한많던 그 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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