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학(서정시):

 

 
        어느 별난 나무의 숙명 

               최화길


다시 어느 낯설은 황야에다
기구한 운명의 뿌리를 내렸지만 
발붙인 땅 뜨겁게 사랑하며 
의젓하고 올곧게 자랐다 

그 뿌리가 송두리채  뽑히워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서러움 
피페한 삶의 새 터전을 가꾸며
잔등엔 소금이 하얗게 돋았다 

거칠은 바람과의 대화는
너무나 생소하고 쓸쓸하고 외로웠고
창살같이 쏟아지는 무차별 폭우에
슬픈 몸은 만신창이 되고말았다 

가까스로 살아가는 어려움에다
한없는 그리움의 무게까지
텅 빈 가슴 짯짯이 짓눌러
어두운 터널은 한껏 길었다...  

드디여 세월에 곰삭은 
무한한 서러움 딛고서
어느새 어엿한 주인이 되여
당당히 자리를 굳힌 그 나무 ㅡㅡ 

어느 산간벽촌 뜨겁게 사랑하는
소박한 버드나무이다가 
어느 황량한 들조차 억세게 껴안은
순진한 비술나무이다가

해볕이 좋은 날 바람 거머쥐고 훨훨 
또다시 보금자리 옮기는 꿈의 제스처
굳이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내처 앞으로 치닫는 나무 홀씨 
끊임없는 도전의 련속일뿐이다 

오로지 거창한 생명력으로 
한세상 버티며 살아가는 나무 
나무의 이야기엔 설음도 많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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