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진 yongzhenpiao@naver.com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수필/수기 수십 편 발표. 수상 다수.
[서울=동북아신문]댓글은 인터넷 게시물 밑에 남길 수 있는 짧은 글이다. 보통 인터넷 게시물 밑에는 댓글란이 있어 그 게시물과 관련하여 독자는 의견을 표할 수 있다. 덧글, 코멘트, 리플이라고도 한다. 댓글을 통해 다양한 대화와 논리적인 토론 및 토의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감정적인 반대 표현이나 지극히 단순한 맞장구와 같은 일도 이루어지기도 한다.

내가 댓글에 깊은 취미를 갖고 댓글 달기, 댓글 남기기에 올인 하여 댓글중독에 까지 빠지게 된 것은 몇 해 전 우연히 댓글에 접하게 된 후부터였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회관계망서비스라고도 함)에 한 한국기자가 쓴 중국동포의 범죄사건과 관련된 글이 올라왔는데 댓글란에 한심하게도 한국인들이 중국동포들을 욕하고 비난한 댓글과 별의별 악성댓글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중국똥포도 사람인가요?ㅎㅎ”, “개고기, 쥐고기, 사람고기 가리지 않고 처먹는 징그러운 족속들!ㅌㅌ”, “더러운 중국짱개들, 한국에서 꺼지라!ㅍㅍ”, “재수 없다, 때국 떼거지들!ㅋㅋ”… 눈이 더러워져 차마 읽을 수 없었다. 부아통이 치밀어 오른 나는 댓글란에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그럼, 한국xx은 개나 돼지인가요?ㅎㅎ”, “깍쟁이, 뻥쟁이, 변덕쟁이, 비단에 싼 더러운 개똥같은 족속들!ㅌㅌ”, “x같은 xx똥개들, 제집에서 짖는다!ㅍㅍ”, “재수 없다, 똥개 쓰레기들!ㅋㅋ”…. 속 시원히 욕하는 댓글을 달아 댓글란에 올렸더니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그동안 한국에서 중국조선족이라는 이유하나 때문에 한국인들에게서 받았던 인격모욕과 인간차별에 대한 불만의 토로였다고 할까 더럽고 위험한 건설현장(노가대판)에서 힘들게 죽도록 일만 시키면서 인건비도 제대로 안주고 돈을 떼여먹는, 빼빼마른 닭다리에서 피를 뽑아 먹고 벼룩의 간도 빼먹는 모기처럼 악착스럽고 가증스러운 한국악덕업자들, 마른 오징어도 쥐여 짜면 물이 나온다면서 거미줄을 늘여 불쌍한 동포들을 속여서 사기치고 등쳐먹는, 징그러운 거미처럼 음흉한 한국사기군들에 대한 저주라고나 할 가 아니면 한국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거들먹거리며 자기보다 열 몇 살 어린, 심지어 제 딸보다도 어린 외국처녀들을 한국국적을 해준다는 미명하에 국제결혼이라는 허울을 쓰고 자기의 씨받이용으로, 아이를 낳는 물건으로, 음탕한 성적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성도구로 삼는 비인간적인 “한국남편”들에 대한 분노하고나 할 가 암튼 속 시원히 욕을 하고나니 십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 같았다.  한국에는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도 있고 똥물싸개도 삼년이면 바자굽을 넘는다는 속담도 있다. 내가 댓글달기에 재미를 붙여 페이스 북이나 유 튜브 그리고 네이버와 수많은 구독계정에 올라오는 글들에 댓글을 달기도 하고 댓글을 남기기도 한지도 이젠 벌써 삼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의 댓글실력은 놀라보게 늘어서 이제는 댓글전선에서 저격수수준은 되지 않았나 생각될 때도 많았다.  몇 달 전, 그 어느 날인가 내가 장난삼아 남긴 댓글이 한국TV방송에서 언급된 적도 있었다. YTN 김선영의 뉴스나이트에서 말이다. 한국에서 검찰의 꽃으로 불리 우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적페청산을 한다고 검찰의 예리한 고강도수사의 칼끝을 정치권에 들이대고 수많은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을 소환하여 조사를 다그치니 무섭기도 하고 안달이 나기도 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전대표가 검찰수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나서면서 페이스 북에 “검찰은 망나니 칼춤을 어서 빨리 끝내라”고 촉구한 적이 있었다.  “망나니 칼춤”, 한국역사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선시대 죄인의 목을 치기 전 사형을 집행하는 살인백정(도부수)이 큰칼을 휘두르면서 이상하게 추는 괴상하고도 무시무시한 춤을 한국에서는 망나니 칼춤이라고 한다. 그런 장면들을 떠올려 보면서 그때, 나는 홍준표전대포의 글에 이렇게 댓글을 달았다. “망나니 칼춤이 끝나면 곧바로 사형집행입니다!” 저녁 10시에 진행되는 뉴스나이트프로에서 김선영앵커가 홍준표대표가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처럼 막말을 잘해 홍트럼프라고 불린다면서 이번 “망나니 칼춤” 막말을 화제에 올렸는데 나의 댓글도 언급했었다. 그는 요즘 네티즌(누리꾼)들의 댓글수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칭찬했다. TV를 시청하면서 나는 우습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혼자서 껄껄껄 웃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김선영아나운서가 날 알아봐 주었으니깐 말이다.  댓글 놀음에 빠져 저도 모르게 댓글전선에서 저격수가 되어 그 누군가를 울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 나였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있듯이 숱한 댓글을 써서 남을 조롱하고 욕하고 비난했던 나도 똑같이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한 낯선 여인한테 “댓글저격”을 받아서 상처를 입은 적이 있었다. 마음의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게 더럽고 마음이 무척 상했다. 이달 초에 있은 일이였다. 하나로위챗계정에 몇 달 전부터 나의 글이 주기적으로 실리기 시작했는데 여느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나의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어떠한지 무척 궁금해 났다. 하여 매번 내가 쓴 글이 인터넷에 뜨면 자주 구독계정을 들여다보면서 댓글을 읽어 보기도 하고 조회 수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7월 4일, 내가 쓴 글 “거울을 선물하는 남자”의 댓글란에 이런 글이 올라 왔다. “앞으로 누가 봐도 공감이 가는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써주세요. 자기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고 마누라가 외도를 하면 불륜입니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기가 잘한 것 만 말하고 전처의 입장이 많이 난처할 것 같은데요… 암튼 이 글이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어요.” 7월4일 말 그대로 이날은 난 기분이 상해 죽는 날(qi si)이었다. 썅낸이란 이름을 가진 댓글을 단 그녀가 나는 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이 세상에서 칭찬을 받아서 싫어할 바보천치는 없을 것이다. 심한 욕을 먹고 호된 꾸중을 듣고서도 기뻐할 멍청이는 더구나 없을 것이다. 나도 이렇게 좋은 말을 듣고 좋은 댓글을 보면 기분이 엄청 좋아지는데, 또 나쁜 말을 듣고 나쁜 댓글을 보면 금방 기분이 잡치는데, 이 세상 그 누구의 마음도 다 내 마음과 똑같을 것이 아니겠는가.  작년에 본의 아니게 댓글로 장난을 쳐서 중국과 한국문단에서도 이름이 있는 한 시인을 비난하고 조롱한 적이 있었다. 물론 그분도 망신을 당하여 마음속에 큰 상처를 입었고 나도 그 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자책감과 자괴감이 들어서 한동안 마음고생을 엄청 많이 했었다. 아직도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괴로워 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길 가던 재수 없는 두꺼비 맞아죽고 무심히 던진 나의 한마디 말에 듣는 내 님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무심히 남긴 너의 댓글에 불쌍한 그 누군가는 오늘밤 잠도 못자고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치 혀 바닥이 사람을 죽인다고 했는데 요즘은 이 손가락 끝도 혀 바닥이 되어 사람을 죽인다. 손가락 끝을 가볍게 눌러 댓글만 날리면 재수 없는 그 누군가는 하루아침에 가벼운 안개처럼 가볍게 하늘나라로 날려가 버린다. 이렇게 건전하지 못한 한국의 저질적인 저급한 댓글문화는 한국사회를 사막화시키고 인간의 삶을 무참히 파괴하는 악성종양과도 같은 무서운 존재이다. 요즘처럼 좋은 세상에서, 살기 좋은 한국의 푸른 하늘아래서 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들과만 만나고 싶고 꿀벌처럼 좋은 사람들과만 만나서 좋은 말만 하고 좋은 댓글만 달고 좋은 댓글만 남기고 싶다. 좋은 댓글문화와 건전한 댓글문화를 창출해내고 정착시키려면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댓글전선의 저격수에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아름다운 댓글문화를 선도해가는 아름다운 누리꾼, 모범 네티즌이 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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