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희 hp5022@hanmail.net연변대학 조선어문 전업 수료. 유치원 교원, 가이드 등 직 종사. 서울 모 회사 경리.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족아동문학학회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서울=동북아신문]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대는 어느 날, 참새 한 마리가 빠금히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날아 들어와 이 방 저 방 다니며 짹짹 소동을 일으켰다. 금방 점심 식사를 마치고 소파에 깊숙이 파묻혔던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날아 다니는 참새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모든 창문은 굳게 닫았고 뜀박질 해가며 참새 쫓느라 여념이 없었다. 요리조리 잘 피해가는 참새가 귀엽기만 하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싶어서 참새 잡이는 계속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지루했던 나에게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날마다 참새와 즐겁게 보낼 생각을 하니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흘러나왔다. 드디어 참새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 성공이다. 참새를 품에 꼬옥 안았다. 참새가 숨 가쁘게 할딱거린다. 우렁찬 참새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지만 흐뭇하기만 하다. 참새를 놓칠세라 초롱 안에 재빨리 집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참새에게 "송송"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주었다. 송송이 기분 맞추느라 음악도 틀어놓았다. 소시지 잘근잘근 썰어주고 풀도 한 움큼 뜯어다 주었다. 혹시 목 마를까 물과 우유도 듬뿍 갖다 놓고 송송이를 지켜 보았다. 그런데 웬 영문인지 맛나는 먹이는 쳐다보지도 않고 소리 높이 울기만 한다. 짹짹 우는 송송이가 살짝 얄미웠지만 햇빛 쪼임도 시킬 겸 새 초롱을 들고 마당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노래도 불러주었다.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송송이는 온 동네 떠나갈 듯이 더 크게 울고 나는 점점 온 몸이 지쳐갔다. (요놈 꽤 고집이 센데... 송송아~ 얼른 적응하고 나랑 살자...) 울다가 배고프면 언제든지 먹이를 찾을 것만 같은 생각에 초롱을 바깥에 내버려 둔 채로 그냥 집에 들어와 버렸다. 머릿속은 온통 송송이 생각뿐, 불안한 마음으로 창밖에 눈길을 던졌다. 물과 우유를 담은 그릇은 전부 엎질러져 있었고 송송이는 계속 울고 있었다.(후~, 하룻밤 지나면 안정이 될까?)걱정이 앞섰지만 참았다. (내일이면 괜찮겠지….) 이튿날 아침 날이 훤히 밝아 오자 서둘러 바깥으로 나가 보았다. 마당은 고요했다. (아직 자고 있는 건가?) 살금살금 초롱 가까이 다가갔다. 어디선가 고양이 야옹~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화들짝 놀라 초롱 안을 들여다 보니 아무런 기척이 없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초롱의 빗장을 활짝 열어젖혔다. 송송이는 이미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맙소사~! 짧은 시간에 이렇게 빨리 죽다니….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급급히 인터넷으로 참새에 대해 알아보았다.참새에 관련하여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참새의 습성을 훑어보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참새는 활동성이 많은 새이기 때문에 널찍한 장소가 필요하며 좁은 공간에 장시간 방치되어 있으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빨리 죽는다고 설명이 되어있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더 읽어 내려 갈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되다니… 울고 싶었다. 어떡하지... 차라리 집안에 날아 들어왔을 때 날려 보냈을걸, 먹이를 거부하고 울 때 초롱 안에서 꺼내줬을걸….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보고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줬더라면 지금쯤은 아마 살아 있을 텐데… 소용없는 후회를 자꾸 했다. 마음이 아팠지만 죽은 참새를 어떻게 할 방도가 생각나지 않아 한참 멍하니 앉아 있다가 아쉬운 대로 집을 나섰다. 20보 정도 가다가 걸음을 멈추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버리는 것보다 집 근처에 버리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것만 같았다.눈을 지그시 감고 하나 둘 하면서 비닐봉지에 담은 참새를 휙 던지고 총총히 발길을 돌렸다.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만 싶었다. 속상한 나는 슈퍼에 들려 맥주 두 병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티브이와 마주앉아 씁쓸한 맥주를 쭉쭉 들이켜다가 소르르 단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저녁노을 곱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는데 한 쌍의 참새가 훨훨 날아오는 것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어느새 아주 작고 귀여운 것이 푸드득거리며 내 곁에 와 앉았다. 두 손으로 덥석 잡으려고 하는데 나를 피하며 슬피 우는 것이었다.그런데 그 울음소리는 점점 귓가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꿈일까? 생시일까? 죽었던 참새가 다시 살아서 돌아오기 라도 했단 말인가?따르릉~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비몽사몽에서 겨우 정신 차리고 전화를 받았다. 어제 밤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참새 잡았다고 자랑한 것이 큰 문제였다. 친구들은 전화에서 참새 소리가 높게 들린다고 빨리 참새보고 싶다고 야단이었다. 우리 집으로 참새 구경 할 겸 놀러 오겠단다. 참새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급히 유리창문으로 내다보니 죽은 송송이보다 좀 더 큰 참새 한 마리가 우리 집 대문 높은 곳에 앉아 슬피 울고 있었다. ''오, 그래 알았어.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어.빨리 와~'' 전화기를 얼른 내려놓고 큰 참새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죽은 송송이가 떠올라 더럭 겁이 났다. 무서워서 문을 활짝 열고 두 손으로 휙휙 저으며 멀리 가라고 소리질렀다. 키울 자신과 용기는 꼬물만큼도 없는데 참새는 왜 또 나타났지? 싫었다. 너무너무 싫었다.달려가서 주저 없이 쫓았다. 날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돌아와서 운다...에라 모르겠다. 돌멩이 던져볼까? 자그마한 돌 하나 들고 잽싸게 날려보냈다. 소용 없었다. 살짝 피하는 것이 나를 조롱하는 것만 같았다.. 이번에는 커다란 나뭇가지 들고 쫓아갔다. 뒤 돌아서는 순간 숨 돌릴 틈 없이 또 날아온다. 참새와 한참 실랑이를 했더니 슬슬 지쳐가고 나도 모르게 긴장해지기 시작했다. 참새는 항의라도 하듯이 용감하게 우리 집 앞 울안에까지 날아 들어와 나랑 아주 가까운 근처에서 더 처량하게 울어대기 시작하였다. 어찌 할 바를 몰라 망설이다가 엄마에게 전화로 자초지종 말씀 드렸다. 조용히 듣고만 계시던 엄마는 차분히 말씀하셨다.''두 참새가 부부인 것 같구나. 죽은 참새 땅에 잘 묻고 우는 참새에게는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거라.''참으로 어이가 없었다.“제가 혹시 잘못 들었나요? 엄마,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재차 확인을 받았다.바보같이 참새에게 내가 왜 빌어야 된단 말인가!젠장… 말도 안 되는 소리… 피식 웃음만 나온다.뭐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계속 끝까지 내버려 두기로 작심했다. 참새가 오랫동안 계속 울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마침 친구들이 찾아 왔다.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친구들이 시글벅적 난리다. 초롱 안에 있어야 할 참새가 사람들이 들어오는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왜 너의 집 문 앞에서 우느냐고 꼬치꼬치 물었다. 내가 대충 사실을 말했더니 친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친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에라 모르겠다. 속는 셈 치고 한번 해볼까! 삽을 들고 문밖을 나섰다. 씩씩거리며 집 근처의 한 모퉁이에 땅을 깊숙이 파고 버렸던 죽은 참새를 갖고 와 비닐에 잘 싸서 고이 묻었다.참말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우리 집을 쳐다보며 울어대는 참새에게 큰소리로 용서도 빌었다.몇 분이나 흘렀을까~ 이삼십 분이 지난 것 같다. 짹짹거리던 참새가 우리 집 주위를 몇 바퀴 돌다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신기하게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우와~이 믿을 수 없는 놀라운 현실에 기절초풍할 뻔 했다.속은 쓸쓸하지만 후련했다! 죽은 참새의 짝꿍은 금쪽같이 귀한 자기 반쪽을 지켜주지 못하고 나 때문에 잃은 원을 풀어주려고 또 짝꿍 생각에 화가 나 복수심에 찾아와 한없이 운 것 같았다. 작은 초롱에 갇히면서 불쌍하게 죽은 송송이는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났을까! 집에서 참새처럼 갇혀 있는 거나 다름 없었던 내가 인간과 똑같이 살아 숨 쉬는 동물인 참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작은 공간에 잡아둔 것이 못내 후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열심히 활약했던 내가 갑자기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숨이 막혀오고 스트레스로 인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하물며 사면팔방 자유롭게 날아 다녔던 이 작은 참새는 오죽 했으랴!짝꿍과 하늘을 훨훨 날아다녀야 할 원앙 부부 새를 내가 갈라놓은 셈이다. 여리고 작은 참새들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짝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나는 참으로 부끄러웠다. 작은 동물이라도 절대로 함부로 대하지 말고 가슴으로 사랑해주자고 진심으로 맹세했다! 아차~나도 정신차려야지!집에만 갇혀 있지 말고 하루빨리 서둘러서 탈출하자!한 가닥의 희망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고 있었다.(참새야~고맙다! 너로 인해 내가 각성하게 되었구나!)저 하늘에 해님도 방긋 웃으며 나에게 응원의 햇살을 눈부시게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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