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문찬 시인
[서울=동북아신문] 강물은 흐른다      

어디서 발원했는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려고도 않으며
덧없이 흘러만 간다

흐르면서 고난의 역사
뒤동산 진달래 얼굴에 씌워주고
흐르면서 투쟁의 역사
마을어구 열사비에 걸어두고

흐르면서 조상들 쪽지게와 괭이
언제의 큰돌우에 얹혀놓고
흐르면서 자기들 사랑과 청춘
모래톱 조개껍찔속에 숨겨두고

그래도 출렁출렁 코노래 부르며
흙모래 몰고 간다, 우쭐우쭐
개잡은 포수우에 포수다
저 멀리서 바다가 채찍들었다
눈물은 모나지 않는다

동그란 호수에서 태어나서더냐
정깊은 호수에서 태어나서더냐

눈물은 모나지 않는다
태여날 때부터 어른이 되여서도

모에 긁히우는 설음
모에 찢기우는 아품

모난 말에 상해진 마음
모난 짓에 입혀진 상처

내가 당하였으면 다지
남들까지 당하게 할까

눈물은 모나지 않는다
떨어지어 릉지처참 당하더라도

             
젊음을 낚시하다
  
뇌혈전 맞아 아바이
손자 있어 아바이
50대 파아란 아바이
젊고픈 맘 멈출 수 없어

바람과 손을 잡고
세월이란 어마어마한 호수에
청춘을랑 낚으러 갑니다
젊음을랑 낚으러 갑니다

하늘가의 흰구름 한두송이
차곡차곡 접어서 방석 만들어 깔고
인생 걸어온 자취 수만자국
자국자국 꿰여서 낚시대합니다

삶을 살며 수여받은 우승컵 한두매
요리조리 깎아 낚시찌하고
청춘이 제일 좋아하던 사랑
한올한올 미끼로 코에 겁니다

어느덧 낚시던져 석 삼년
청춘은 보지도 못하고
젊음은 구경도 못하고
귀밑머리만 희여져 왔습니다

인생 파수꾼 붙들어 물으니
청춘은 아들한테 놀러 갔고
젊음은 세월이 숨겨놨는데
60이면 모두 돌아 온답니다

하느님 맙시사
아들과 청춘을 빼앗을까
세월과 젊음을 다퉈볼까
괜스레 일장춘몽 꾸었습니다

  2018년9월1일

조문찬15844390011@163.com  중국 훈춘시교원연수학교 조선족교육연구실 주임, 중학교고급교사, 중국연변대학민족문화심리연구회 이사, 길림성민족문화교육연구회 전문가위원. 시, 단편소설 다수. 재한동포문인협회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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