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춘 약력: 중국 서란시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수필분과 부과장. 동북아신문 편집위원. 수필/수기 등 수 십편 발표, 수상 다수.

[서울=동북아신문]요즘같이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에 나는 밀폐된 공간의 집에 박혀서 소리 없이 기도했다. 무종교자이지만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만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하면서 우리 한민족이 손을 잡는 격동적인 장면을 보는 순간, 통일, 통일하며 두 손 모아봤다. 가슴 벅차게 나의 근육 속의 혈관들이 팽창하고 혈액이 질주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두만강 건너 이슬에 젖은 저 싱싱한 풀냄새와 꽃향기를 맡고 싶고 자갈밭에서, 흙밭에서 맨발로 뛰어 보고 싶다. 그러나 나는 갈림길에서 방황하며 부질없는 욕심만 부려 보고 있어야 했다. 

나는 한국에서 20여 년을 보냈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 만능주의, 쾌락주의, 그리고 이기주의까지 겪어보면서 사고방식이 완전 달랐던 조선족인 나로서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고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문화사회에 적응이 되어 나도 그렇게 되어갔다. 그러다 보니 한민족의 뿌리에 대해 잠시 잊고 살았다. 부끄럽다. 많은 애국자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을 하며 파란만장 삶을 살아오면서 민족 역사의 대사를 이루려고 노력해 왔다. 한오백년부터 더불어 살아온 우리 조상들이 나라를 지키려고 작은 상처, 큰 상처, 오랫동안 아픔을 받아오면서 흐르던 피가 멎고 많은 흔적을 남겼다. 지금도 우리들의 영혼에 남은 상처에는 시간이 흘러도 피가 멎지를 않는다. 덩어리로 되어버린 상처가 치유되려고 하면은 어느 한순간에 일부의 사람들에 의해 세상이 또 어지럽게 되고 핏줄이 터지고 눈물짓게 된다. 

과연 우리는 가까운 사이였던가? 한 가족이었고 한 나라였던가? 왜 이렇게 갈라만 져야 했던가? 일제강점기에 나라가 풍비박산 나고 우여곡절 끝에 광복을 맞아 살만하니까 외부세력에 의해 분단의 국가로 되어 버렸다. 남과 북, 북과 남으로 갈라져 지금까지 불신에 또 불신을 키워 마음에는 깊고 깊은 골이 생겼다. 얼마나 피곤하고 숨이 찰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매듭을 풀면서 가면 될 터인데 서로의 존재를 잊고 각자의 앞만 보고 달려갔다.

  “춘향전”을 읽어보자. “춘향전”은 순수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성춘향과 이몽룡의 첫 만남과 첫 날밤, 그리고 이보다 슬플 수 없는 예견 된 이별, 변 사또의 개입으로 삼각관계에서 긴장된 분위기와 분노에서 터져 나오는 이몽룡의 어사 출두로 막을 내린다. 춘향과 몽룡은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 우리가 모두 즐겨 읽은 고전 소설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 주는가? 남과 북을 춘향과 이몽룡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단일 민족으로 분단의 아픔을 지금까지 안고 살아간다. 

봄이 오기 직전 가장 춥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올해 봄바람은 그리 차지 않다. 봄이 주는 설렘은 대단하다. 겨울 왕국에 나오는 안나와 엘리사가 서로의 오해 속에 극적으로 화해하는 장면이 생각났다. 그들의 오해는 세상을 얼어붙게 했고 그들의 화해는 모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봄을 가져왔다. 영화에서 봤듯이 우리는 봄에 대한 환상을 꿈꾸고 있다. 

강남일지춘( 江南一枝春) 강남에 있는 친구가 봄꽃을 보자 아직 춥고 황량한 강북에 있는 친구 생각나서 매화나무 한 가지를 꺾어 봄을 담아 보낸다는 말로 친구에게 돈독한 우정을 나타낼 때 쓰인다고 한다.
  2018년 4월 27일,  6.25전쟁 협정 이후, 김정은 최고위원장이 남측 땅을 밟는 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조선의 최고 통치자인 김정은 위원장은 소수의 수행 인원만 대리고 남쪽 땅을 넘어왔다. 이처럼 지구촌을 뜨겁게 해준 남과 북의 정상 회담, 통역 없는 단독회담은 우리 민족이 같은 글과 언어를 사용해온 단일민족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세 번째 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보았다. 남북의 평화와 세계인의 평화가 연상되는 두 정상의 만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고 한반도 역사의 엄청난 순간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서로 사랑의 눈으로 보면서 희망의 끈을 쥐고 있었다. 우리 한민족도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슬기롭게 난관을 헤쳐 나가자. 누굴 탓하기에 앞서 인내하고 이해하며, 서로 인정하는 그날이 오기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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