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유재: 중국 소주 常熟理工学院 外国语学院 朝鲜语专业 교수/ 한국 숭실대학교 현대문학 박사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이사
별들의 고향
 순진함을 다탕진하지 못했다고 하면 되겠나 저녁별이 불꽃놀이처럼 떠오르고그 빛에 물들어 파랗게 젖는 얼굴 믿을 수 있는 건 그래도 사랑이라고사랑처럼 무능해서 아플 수도 있다고그렇게 말해도 되겠나 별빛이 흘러내려 적시는 두 뺨목덜미를 지나 두손 포갠 가슴에서반짝이며 감도는 감회의 지느러미 스스로가 빛나지 않으면어찌 저 별의 빛남을 알아가랴 하늘을 바라보며 이제두팔 벌려 한껏 호흡해도 되겠나 끝내 다 소진하지 못할 순진함으로 2018.09.28  민들레 홑씨 잃어버린 걸 찾아길을 나서면거긴 떠나온 고향이었던가 흩어지기 위해 모여있던회고적 허공이었던가 약속 한 번 없이여름은 가고가을은 가고다시 안 올 것 처럼 가고 잃어버린 한 올이내려 앉은 언덕어느 모서리에 바람이 분다 모든 수풀이 수런대는바람결 소리그렇게 이젠 고향이어라 스스로가 스스로가 2018.10.11  고양이의 길 은밀한 욕망의 무게흔적없이매화꽃 무늬로 찍으며 꽃잎 더 날리지 않는 고요한 길푸른 눈에 상현달 걸어두고 바람보다 조심스럽게바람보다 빨리망각처럼 지나가는 저 고양이오오 치켜든 아지랑이 꼬리 끝에서 나붓기며털빛 미감허공에 살짝 닿는다 파랗게 이는 파문 2018.10.10  낙엽 햇빛 찬란한 날에푸른 청춘맥박으로 썼지요 두팔 가득 벌려바람이 오면흔들며 흔들며 가거라가서 生을 증언하기를붉게 타오르는 심장이었기를 우수수시름도 기쁨도 아니었다고삶의 평평한 펼침이었을 뿐이라고 함께 한 시간을 바래주는햇빛 찬란한 날에 2018.10.06  지금에 눈을 들어 눈을 들면 문득 거기에꽃이 피었습니다헤아릴 수도 없었습니다걸음 옮기다 보면민들레 씨가주변을 날았습니다헤아릴 수도 없었습니다그 들었던 눈과발걸음 사이어느 계절이 어떻게들어 앉았는지 또 지났는지잘 알지를 못했습니다다만 헤아릴 수 없는꽃과 꽃씨와 눈길과 발걸음을다 거두어곰곰히 가슴에 얹어두면빛이 놀다가는 정원 하나환하게 생겨나는 것이었습니다내 가난이이렇게 풍요로운 줄을문득 고백해야 겠습니다지금에 눈을 들어 2018.10.05  물가를 지키며 간혹상심이란 그런 것이다 버드나무가늘어뜨린일제히 아래로 늘어뜨린올올의 섬약한 결 같이 모여 물가를 지키는침묵이나 혹은 흔들림 푸른 것과 노란 것의 뒤섞임은종내 말이 없고말은 없고떠나는 슬픔이나 떠나지 못하는 지킴이나가느다란 줄기마다에 촘촘히상처의 비늘을 새겨야 할소리없는 비명 수면에서 떠다니는마른 눈물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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