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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서정수필/홍연숙]당신을 사랑합니다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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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6  09: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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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당신을 사랑합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마침내 고백하거니와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희미한 당신의 모습을 읽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의미를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던 어느 날, 말랑하게 곪은 상처들이 메아리로 흔들렸지요. 그때 당신은 살며시 저에게로 다가와 그 냄새나는 고름들을 말끔히 가셔주셨습니다. 그리고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떠 있는 그 아래 울울창창한 숲속으로 저를 데려다 주셨지요. 나무들이 잎새를 흔들며 따뜻한 위로로 속삭여주고 사이사이로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질 때 저의 차거운 몸을 한없이 포근하게 감싸주며 말입니다. "존재의 한순간을 잊을 수 없게 하고, 견딜 수 없는 향수에 젖게 한다"는 쿤데라의 말이 바로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저는 당신의 그 예술의 혼이 담긴 말장난에 기꺼이 당하고 싶을 정도로 빠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하나가 되였었죠. 매일매일 당신의 중얼거림으로 오늘의 싹을 틔우고 당신의 은유로 오늘을 아름답게 가꾸었죠. 행복 했어요. 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당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 왔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한테서는 자만과 권태가 기승부리며 잡초의 독소들이 뿌리를 내리고 당신의 귀여움을 받던 감성들이 메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모래바람이 불고 흩날리는 먼지들과 쓰레기들에 앞가림도 못하는 눈 먼 허전한 사람으로 당신을 바라볼 수 조차 없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시는데 저는 슬몃슬몃 뒤걸음을 치고 있었습니다. 당신과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때 낀 버얼건 눈을 긁어대고 비벼대며 냉기가 흐르는 벽 사이에 움츠리고 당신을 그리워하고만 있었습니다. 우리의 추억을 눈물에 말아 삼키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없는 날들은 정말로 지옥같은 날이었습니다. 순간도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있어서 생명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산소같은 당신의 숨결이 간절했습니다.

마음이 급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투정들로 쿨쩍이며 당신의 동정을 바라며 언젠가는 살며시 다가올 것이라는 기막힌 시나리오를 꿈꾸었습니다. 저의 간교한 수작을 알아차린 듯이 당신은 시종일관 모든 것을 무시했습니다. 좀처럼 저의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잠 못 이루는 수 많은 외로운 밤들은 수 많은 책들로 저를 고독의 경지로 몰고 가 진솔하게 참회하는 반성의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저는 문을 박차고 달려가 무릎을 꿇고 당신에게 빌고 또 빌었습니다. 당신은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하나가 되였습니다.

지금 푸른 하늘처럼 맑은 두 눈으로 당신의 하얀 구름같은 가슴을 읽고 저의 마음에 운무로 들어오는 감성을 느낍니다. 겹겹겹으로 둘렀던 짙은 빛깔의 옷들을 훨훨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발가벗고 나아갑니다.
오늘밤은 용기를 내어 당신과 동침을 하렵니다.
아름답게 낭자하게 사랑불을 지피렵니다.

오 나의 사랑!
오 나의 시여!

2018.10.9

   
▲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문학의강'으로 시 등단. 현재 울산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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