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약력: 중국 용정(龍井) 출생, 1986년부터 연길에서 직장생활, 2010년부터 한국 체류. 시 <새 아리랑> 등 발표. 현재 서울 성북구 종암동 소재 추나안마白雲堂 대표원장.
[서울=동북아신문] 겨울이 오면

가을이 깊어간다
자꾸만 겨울을 찾아간다
남들은 구시월 세단풍ⓛ 구경에 뜨거운데
이 가슴구석은 왜 자꾸만 시려만올까

정녕 봄은 있었지
하늘색 꽃마리②가 아직 봉우리③인데
하얀구름에 볼웃음 날리며
백년을 꽃피우자 쏘곤거렸지*

어쩌고 꽃마리 꽃가마 갈아타고
모르는척 동④으로 흐르는구나

그러구러 여름이라
꽃마리는 예쁨과 싱싱함을 뿜길래
그래 잘 살아다오 빌고 빌었지
그날 밤 꿈엔 날 잊지마오 
꽃마리 꽃말이 들려오는구나

그래서 가을이 슬프다
추적추적 가실비⑤에
꽃마리도 슬프디 눈물이라는데
누러이⑥ 단풍잎 지르밟고 찾아나설까
한줌의 옹졸함에 숫기가 고개 숙인다

겨울이 오면
하얀 겨울이 오면은
말라버린 꽃마리잎을 따습게 깔게
차가운 하얀구름을 포근히 덮고
너랑나랑 사랑을 하얗게 물들이자

[주] 1). 세단풍: 섬세하고 고운 단풍.  2). 꽃마리: 지칫과의 여러해살이풀, 4~7월에 하늘색 꽃이 줄기 끝에 총상(總狀) 화서로 핀다. 꽃마리 꽃말은 <나를 잊지마오>. 3) 봉우리: 봉오리의 방언. 4) 동: 동쪽나라라는 뜻으로 한국을 뜻한다. 5) 가실비: 가을비의 방언. 6) 누러이: 빛깔이 노랗다의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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