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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천숙의 그림이야기2] 삶의 무늬,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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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31  14: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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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숙 약력: 중국 벌리현 교사 출신. 집안 심양 등지에서 사업체 운영,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 시 수십 편 발표.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
[서울=동북아신문]나는 마음이 복잡하거나 우울할 때는 동네 재래시장을 한 바퀴 쭉 돌 군 한다.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왁자지껄, 떠들고, 웃고 마시고, 흥정하고 구경하며 흘러가는 모습이 우리네 삶의 무늬이기 때문이다. 삶의 무늬는 우아한 화음으로 표현되기보다 늘 이러한 잡음과 소음으로 얼룩져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때가 되면 또 다른 삶과 다른 시간이 이 곳을 살아 갈 것이라고! 그러면서 자연히 삶의 도도한 다큐멘터리 같은 역사적인 그림들이 떠오른다.

북송(北宋) 도화원 화원인 장택단(張擇端)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는 폭이 25.2cm에, 길이가 528cm나 되는 두루마리에 당시 수도 변경(汴京, 지금의 하남 개봉)의 번영했던 상업 활동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두루마리를 펼치면 팔백여 명의 인물들, 칠십 여 마리의 축생들, 이십 여개가 넘는 수레와 가마, 이십 여척의 배들이 저마다의 삶으로 삐걱거린다. 그 속에 우리의 모습도 있다.

‘청명상하도’는 대대로 전해지는 중국의 10대 명화중의 하나이며 국보급 문물이다.

   
 
“청명상하도”라는 화제에 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어떤 학자는 ‘청명’이 봄의 절기인 ‘청명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청명방(淸明坊)’을 가리키며 그림은 ‘청명방’에서 ‘홍교(虹橋, 무지개 다리)’로 가는 가을풍경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학자들은 이 그림에 흐르는 기운은 가을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림 속 시장의 잡음과 소음에는 생동하는 봄의 기운이 넘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버드나무에 담채를 넣어 봄물이 오르는 가지들을 표현하고 있다.

전반 그림은 대략 변경교외춘광(汴京郊外春光), 변하장경(汴河場景), 성내가시(城內街市)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찻집과 그 옆에 한 농가에서 사양하는 두 마리의 소, 선술집의 술꾼들, 점쟁이, 구경꾼들, 만두가게주인과  장사 군이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그림 속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눈으로 소리를 듣는다. 이 수많은 소리들은 파동으로 무늬를 이룬다. 가게 몇 개를 지나면 중심도로인 변량(汴梁) 큰길이다. 큰길 양쪽에는 매장이 빼곡하다. 모두 풍수 보물지인 부두화물운송의 창고이다. 

변경은 수당 시대에 이르러 강남 개발이 진척되어 변하가 대운하와 이어지면서 물자유통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예부터 산은 공간을 나누고 물은 공간을 이어준다고 했다. 물길들이 만나는 곳에 삶이 모인다. ‘청명상하도’는 삶의 현장을 이동하는 카메라처럼 숱한 삶의 표정들을 따라 흐르면서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 그림은 홍교의 풍경에서 정점에 다다른다. 이 곳은 ‘청명상하도’의 눈이다. 528cm의 두루마리를 조금씩 펴다가 홍교 장면에 이르면, 문득 물살을 거스르는 배들이 몸을 뒤채는 소리, 배꾼들 외치는 소리, 장사치,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 짐꾼, 거친 숨을 몰아 쉬는 노새, 수많은 소리들은 강의 소용돌이 파동으로 무늬를 이룬다. 홍교의 번잡함과 그 아래 화물선이 다리를 통화하려는 일대 소동의 순간, 이 곳은 태양이 수직으로 작열하는 삶의 정오이다. 홍교는 다리이자 시장이다.

삶이란 여기에서 저기로 건너가는 하염없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다리를 건넌다. 잡음과 활기로 넘치는 시장은 삶의 공간을 압축한다. 다리와 시장, 그 속에 우리의 시공도 있다.

다리 밑의 물살도 여기서 가장 역동적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더 머무를 수 없는 그 짧은 순간, 모든 삶의 모순과 세계의 불완전함이 그대로 긍정되는 영원한 순간, “위대한 정오의 시간”이 여기에 있다.
 
다리를 지나면 풍경은 고요해 진다. 건너편에는 객선들이 조용히 정박하고 있다. 이제 저녁이 올 것이다. 완전한 삶의 정오에서 우리는 다시 각자의 불완전한 저녁을 맞이해야 한다. 고뇌와 번민과 알 수 없는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삶이란 이렇게 빨리 흘러간다. 번민의 밤이 지나면 또 다시 정오를 향하여 배를 젓고 다리를 건너야 할 것이다. 시장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고 외친다. 그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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