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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글/ 천숙]제비콩의 꿈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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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4  22: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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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숙 약력: 중국 벌리현 교사 출신. 집안 심양 등지에서 사업체 운영,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 시 수십 편 발표.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등 수상.
[서울=동북아신문]4.27 판문점 선언으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흘러오는 한반도의 정세를 보면서 한반도가 “자주 빛 제국”이 될 수 있다는 꿈이 시간을 앞당겨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문뜩 예전에 평양에서 날아 온 제비 콩이 떠오른다.

어느 해 겨울, 한 달 동안 평양에 친척방문을 다녀 온 친정오빠는 짐을 정리하다가 가방구석에서 제비 콩 세 알을 발견하게 된다. 제비입모양을 닮은 콩알이다. 그 것은 평양에 사는 사촌언니가 영양가가 달걀만큼 풍부하다며 중국 가서 심어보라고 한 줌을 준 것이었는데 오다가 세관에서 압수( 종자는 세관에서 압수품목이다) 당하고 어쩌다 흘렸는지 세 알이 가방 구석에 남아서 중국까지 따라왔던 것이다.

그 이듬해 봄, 오빠는 울바자굽에 제비 콩 세 알을 정성스레 심었다. 평양 사촌언니의 마음도 함께 담아서.
얼마 후, 콩 싹이 나오나 싶더니 콩 순은 자라면서 곧게 울바자를 타고 오른다. 오빠는 전봇대높이만큼 키 큰 나무 두 대를 콩 순이 오르는 울바자에 기대놓았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 금세 나무 꼭대기까지 오른다. 생명력이란 참으로 신비롭고도 강력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주색 나비모양의 꽃을 곱게 피웠는데 콩 꽃 치고는 너무나 예쁜 꽃 이였다. 색깔이 어찌나 강렬한지 관상용 꽃  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꽃이 진 자리에는 납작한 낫 모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열매도 크면서 점 점 짙은 자주색으로 변해갔다. 콩 줄기가 키 큰 나무 끝까지 올라가자 두 나무사이를 또 다른 나무로 이어 놓았다. 콩 줄기들은 더 이상 올라 갈 곳이 없자 멈칫하는가 싶더니 금세 이어 놓은 나뭇가지를 찾아내고 마주 향해 줄기를 뻗었다. 그리고는 손을 잡듯이 한 넝쿨이 된다. 완전 무성하게 번식하는 생명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줄을 타고 하늘도 솟아오를 기세였다.

   
▲ 자주색 제비콩
아마도 동네에서 제일 높이 올라간 콩 줄기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 해 여름날은 울바자를 곱게 단장한 제비 콩을 보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지금 떠 올려 봐도 마음이 밝아 온다. 그 때의 제비 콩을 떠올리며 시 한 수 적어 본다.

  제가끔 꽃과 열매로 자랑해도
  너희들은 같은 제비 콩 이었어
  나무 가지 하나로도 서로 손 잡네

  욱일승천 하늘로 솟아올라
  그 예쁨과 왕성 자랑하는
  자주 빛 제국 이루었네

제비 콩은 그 다음 해에도 똑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더욱 예쁜 나비 모양의 자주 빛 꽃을 피웠고 자주 빛 열매를 맺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더욱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하였다. 

고대로부터 자주 빛은 부와 권력을 상징해 왔다. 고대 로마에서는 황제만이 자주색 옷을 입었다고 한다. 
평양의 사촌 언니는 한국에는 제비 콩이 없는 줄 안다. 언제 중국에 왔을 때 나보고 제비 콩을 한국에도 가지고 가서 심어보라고 권한다. 내가 농담조로  “한국에 가져가서 3.8선 철조망 밑에 심어볼까? 언니는 북쪽의 철조망 밑에 심고. 그러면 콩 순은 철조망을 타고 자주 빛 꽃과 자주 빛 열매를 맺으면서 끝까지 올라가 서로 손잡을 거야!”라고 말하자 평양 사촌언니도 “그래 볼까?”하고 맞장구를 쳤다.

제비 콩의 꿈이 실현된 듯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제비꽃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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