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포항지진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재민분들이 대피소에서 지내고 계시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지진 사후 1년, 어떤 조치가 취해졌으며 실제는 어떠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포항을 찾았다.

포항에 도착한 뒤 택시 기사, 초등학생부터 어르신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동네주민분들과 만나 직접 인터뷰를 했고, 지진 당시의 생생한 경험과 그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의 솔직한 생각들을 들을 수 있었다.

연령대 별로 지진에 대한 인식, 반응이 달랐다. 따로 지진 처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지원금이 얼마인지, 정부 혹은 시청 차원에서 어떠한 조치가 어떻게 취해졌는지에 대해 각자가 알고 있는 지식의 수준과 내용이 너무나도 달랐다. 또한, 지진 문제에 대한 감수성 자체도 달랐다. 피해가 가장 큰 아파트의 주민들, 그래서 대피소(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내고 계신 이재민 분들은 아직까지도 지진에 대한 불안을 심하게 겪고 계셨다. 반면, 피해가 그리 크지 않았던 근방 주민 분들은 또 달랐다. ‘포항 지진’이라고 했을 때 지진이라는 문제가 포항 지역 전반에 동일한 무게로 다뤄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사회안전망이란 넓은 의미에서 ‘질병, 노령, 실업, 재해, 빈곤 등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말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특히나 그 책임을 묻기가 어려운 문제이다.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해’의 문제에 있어서 사회안전망의 필요성은 더욱 크게 요구된다. 따라서, 자연재해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어떻게 작용되고 있는지를 알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메커니즘의 일면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포항 지진에 대한 심적 무게가 가장 무거운 분들인,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아직도 지내고 계시는 이재민 분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한다. 이분들이 재해의 가장 끝에 위치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포항 지진 당시 793가구 1990명이 임시거주지로 대피하였고, 그 중 91가구 208명이 여전히 대피소에서 머무르고 있다. 우리는 대피소 중에서도 포항흥해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체육관 입구에는 “포항시는 지진 이재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에 조심스레 인터뷰를 청했다. 인터뷰를 통해서 느꼈던 이재민분들의 감정 상태는 ‘체념과 불신’이었다. 이 때문에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 자체도 매우 힘들었다.

“여기 주민들은요, 1년간 지진에 워낙 시달려가지고 얘기도 잘 안해줄거에요. 이게 실질적으로 우리한테 도움되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어떤 기사가 나도, 그게 정책이 결정되거나 우리한테 어떤 도움 주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이제 우리도 알아요. 피곤한 일 계속 반복한다는 걸. 수없이 여러가지 일 다 해봤지만은, 기사도 이만큼 났어요, 그런데 바뀐 게 하나도 없잖아요.”

긴 시간동안 우리의 진심을 보여드리자 조금씩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말 많은 이야기들 해주셨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재민분들이 정치인과 언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이었다.

”지진 나고 작년 12월 연말까지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총리나 장·차관, 국회의원, 여야 정치인. 많이온 사람은 서너번, 한번씩은 다 왔다 갔어요. 그 사람들 올 때마다 모든 약속 다 해줄 것처럼 하고 갔잖아요? 13,14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통과된 건 딱 하나밖에 없어요. 그것도 한다고 하지만 아직 잘 안 되고 있고요. 계획만 무성하고 그런 계획들이 다 공수표인 거에요. 우리나라 문제들은 터졌을 때 그 때 이런저런 얘기 나오고 조금만 지나면 다 끝입니다. 잊혀지는 거에요.”

"지진 1주년 되니까 저번주부터 (언론 접근이)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10개월동안 가만히 있다가, 관심 밖에 있다가 1주년 되니까 이게 무슨 기념일도 아니고, 이게 기념일입니까 이게, 좋은 일도 아니고."

실제로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확인해 봤을 때, 포항 지진 직후 이에 대한 특별법안으로 ‘지진재해로 인한 재난복구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김정재의원 대표발의)’이 30인의 의원의 이름으로 발의되었으나,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주택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이 실제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부족한 현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국가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러한 내용을 가진 법안이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갖는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었다. 우리 모둠이 포항을 찾은 때는 11월 9일로, 11월 15일 포항 지진 1년을 앞둔 시기였다. 그 때 당시에는 포항 지진과 이재민분들에 대한 기사가 뉴스 포털 메인에 실리는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11월 15일이 지나자 관련 기사 및 언론의 움직임은 현저히 줄었다.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지역 사회의 지방자치의 현실 또한 마주할 수 있었다. 지진 이후 1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피해 상황 파악은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졌다. 여진으로 인한 피해, 세부적인 피해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정확성에 대해서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또한, 포항시에서 실시한 점검은 2016년 신설된 설계기준이 아닌 1988년 설계기준을 따랐기 때문에 실제로는 반파(半破, 절반 파손) 혹은 전파(全破, 전부 파손) 판정을 받았어야 할 건물들이 소파(小破, 일부 파손) 판정을 받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적절한 피해 보상 역시 이루어지지 못했다. 주민들은 최신 설계 기준에 따라 피해 지원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그려지는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식의 생떼가 아닌, 정당한 주장과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지진이 남긴 상처는 여전히 크다. 포항지진은 단순히 한 지역의 한 때의 사건으로 끝나선 안 된다. 포항지진은 많은 변화를 남겼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지진으로 말미암은 자연재해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한 재난 문자 메시지 규정이 바뀌는 등 지진 관련 규정이 생기기도 했다. 이재민분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행정 소송이 잘 마무리된다면, 국내에서 지진과 관련된 최초의 판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작 실질적인 피해자는 ‘포항지진으로 인해 바뀐 것’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항 지진에 대해 조사하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나라 법 시스템의 부재, 행정 편의주의, 그리고 누군가의 삶을 정치적 상징물에만 국한시키는 정치인들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모든 문제의 공통점은, 더 이상 ‘사람’이 그 중심에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어떠한 행정 절차와 법 규정을 따지기에 앞서 당장 힘겨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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