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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문화칼럼/홍연숙]식당 12월, 그리고 식당아줌마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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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4  19: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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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문학의강'으로 시 등단. 동포문학 8호 시부문 우수상 수상. 현재 울산 거주
[서울=동북아신문]식당은 12월 만큼은 전쟁터이다. 송년회다, 망년회다, 동창모임에 가족모임에 직장동료모임까지 끝이 없다. 여러 대의 전화통들이 전신국의 전화통보다 더 불티난다. 자연히 식당아줌마들의 발바닥에서도 불티가 튕긴다. 식당직원들은 12월 만큼은 정해진 평일 휴무외 사적인 주말휴가 따위가 일체 금지이다. 12월이면 시작되는 식당아줌마들의 고충이다.

고만한 것쯤이야 인제는 장난이라고 생각할 만큼 시간도 꽤 흘렀건만 그래도 참을 수 없는 건 질퍽하게 퍼 마시고 반말을 칙칙 해대싸며 어디에서 주어들은 무리한 서비스를 종 부리듯이 막 대하는 꼴이다. 즉석에서 받아치고 때려치고 튀어나오고 싶은 마음이 매일 12번쯤 오르내리는 건 정상이라 하겠다. 12월은 식당아줌마의 바쁜 계절이요, 어쩌면 달력에서 아예 삭제해버리고 싶은 계절이기도 하다.

오늘도 12월의 여느때와 다름없이 무지하게 바쁘다. 32테이블이 치고 박고(치우고 또 차리고를 반복하는 것을 말하는 식당용어) 하는 와중에도 상다리들이 멀쩡하게 붙어 있다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식당아줌마의 다리는 물 먹은 솜모양인데 어떻게 서 있는지 스스로도 대견하다. 허리는 시큰대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신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인 손님들이 휴게실을 채우고 복도에까지 줄을 섰다. 금방 한 테블이 나가자 후다닥 달려들어 상을 치우는데 특공대가 범죄자를 소멸하듯 추풍 낙엽 쓸 듯하는 식이다. 맛갈나는 반찬을 이쁘게 담고 점잔을 빼던 사기그릇들이 미처 뽐내기도 전에 오봉(쟁반)에 되는 대로 처박혀 아줌마의 무쇠팔뚝에 들려 설거지 싱크대로 와당탕탕 뿌려진다. 주문은 벌써 예약된 거라 손님이 들어앉기도 전에 모든 메뉴는 테블우에 세팅이 되었고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도 다급히 오그라든다.

식당아줌마도 밥을 먹어야 일을 하겠는데 손님은 자꾸만 들어온다. 한 술 넣다말다 하다보면 배고픔은 순간에 온다. 요즘에 배 곯으며 일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만 식당아줌마들은 매일 겪는 일이다. 그렇다고 입에 넣고 질근대며 서빙을 하는 건 간이 큰 거다. 허허로운 식당아줌마의 위(胃)안이 되는 건 커피 뿐이다. 커피중독에서 헤어나가는 건 식당일을 접으면서나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 될듯 싶다.

이러다 보니 식당일은 못 해먹을 일인 것 같다. 하지만 식당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실로 어마어마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이나 베트남, 필리핀에서 온 여자들은 대부분 식당에서 일을 한다. 그중에서도 중국 조선족 여자들이 절반 이상이다. 우리 조선족들의 기본생활은 식당아줌마의 힘든 만큼 알뜰하게 이루어진다. 식당일에 종사하는 아줌마들의 보람이다.

어느 모임에서 흘러들은 연장자 되시는 분의 말씀이 가슴에 남는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것이오, 돈을 많이 벌고 멋진 일을 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야 할 일이오!"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하루 12시간의 식당 일은 힘들다. 최하층의 직업만큼 설음도 많이 받는다. 그만큼 식당아줌마가 돋보인다. 특히 회갑도 지나고 칠순도 지나시고도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시는 어머님들은 위대하기까지 하시다. 아주 멋진 분들이시다.

이 12월의 전쟁터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식당아줌마들에게 경의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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