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모 시인 약력:

조선대학교 교육 대학원 졸업(교육학 석사). 교육행정공무원 퇴직(부이사관), 광주광역시 동부교육청 관리국장, 서부교육청 관리국장(서기관), 광주광역시 학생교육문화회관 관장, 금호평생교육관 관장(부이사관).

국무총리 우수공무원 표창, 대한민국 홍조근정훈장 수훈 등 다수.

월간문학공간으로 등단(시 부문). 광주광역시 문인협회 이사 역임, 세계모던포엠작가회 회장, 광주시인협회 회장 역임.현대문예 시조부문 추천작품상, 월간 모던포엠 문학상 본상 수상, 광주광역시 시문학상 수상, 제6회 세종문화예술대상 문학상 수상.

시집 <모란이 피는 계절>, <바람이 되어> 등 9권 출판

[서울=동북아신문] <차이나위크- 작가와 작품/ 이달의 시>  

 

 <풀의 노래>  

 

살랑이는 바람 앞에
가녀린 촛불처럼
그렇게 태우고 있습니다

내가 서있는 곳에는
언제나 바람이 불고
그럴 때마다 몸을 눕혀야 했습니다

저만치 밀려오는
짓밟는 발자국 소리 귀 세우며
뻗어야 할 뿌리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나, 바람의 세레나데
너울거리는 하얀 순결은 꽃이 되어
감춘 뿌리, 더욱 튼튼 키웠습니다

길가에 터잡아도
들판에 터잡아도
절벽에 터잡아도
궁시렁거림 없이 생을 빛냈습니다.

스치는 쓸쓸한 발자국
먼먼당신님께 향하는
나만의 마음 피었다 지고
그리움에 울다가 지는
봄가을이 반복되어도
계절 속에 빠진 별들을 건지며
긴 겨울도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봄에 피운 꽃, 겨울에 사위더라도
나의 뿌리 고이 맞아줄
그리움 깊이 안고 높이 안고

내 생의 풀씨, 민들레 홀씨처럼
그렇게 홀로 서서
기다림을 잉태한 망부초가 됩니다

망부초가 됩니다.

 

[시작 노트]

보통 국민(백성)을 민초라 한다. 여기서의 풀은 그 민초를 은유하고 풀의 노래는 민의라는 뜻으로 상징했다. 우리 민족은 한의 역사 속에서 그 생명을 끈질기게 이어 왔다. 이 한이 민족의 끈기로 정착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한의 정서를 풀의 형상과 결부시켜서 짓밟혀도 살아남는 풀의 특성과 결부시켰고, 여기서 바라는 꿈은 국민 각자의 개개의 꿈으로, 또는 독자들의 꿈으로 상상하도록 꿈의 정해진 형상과 묘사 없이 개괄적 망부초로만 형상화했다.

민의 적, 꿈은 통일을 바라는 꿈도 될 것이고 평화를 바라는 꿈도 될 것이고 월드컵 승리도 될 것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꿈은 사랑, 성공, 취직 등 개인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성의 이미지로 구체적 형상의 묘사 없이 독자 개개인의 상상으로 확장하도록 그냥 바라기 망부초로은유했다.
시론적 의미로는 풀의 특성을 가지고 우리 민초의 삶으로 발상 전환한 시라 할 수 있다.

 


<사유하는 몽돌> 

가슴을 쫙 가르고 흥건히 배어 있는 장아찌를 아삭아삭 포효하듯 씹었다.
꼬박 밤을 새우며, 포효하는 소리의 무게를 저울추에 달아 진동 파장만큼 돌을 깎았다.
그때마다 굵은 돌, 가는 돌, 뾰족 돌, 뒹구는 소리는 오선지에 난타 음표를 그리며 하나하나 몽돌이 되었다.

난타의 울림에 젖은 핏빛 몽돌은 어느덧 숯덩이 몽돌로 검게 타면서 어둠을 가꾸는 미지의 밤을 향해 한을 사랑하는 혼 불로 달려가고 있었다. 캄캄한 밤, 타서 재가 된 가슴에 한을 풀어헤쳐 뿌리며…

깜박깜박 별이 지고 있는 새벽 미사에 몽돌의 조용한 기도 소리가 유성처럼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미처 태우지 못한 가슴에 얹어 놓은 몽돌은 절규를 갈아 만든 삶을 비워내지 못한 채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아픔 깃든 가슴을 지켜보고 있었다.

몽돌의 울음을 아무도 듣지 못했다. 울음이 말라 침묵을 사랑 할 수밖에 없는 몽돌의 가슴이 오늘 유난히 따끔거린다.

 

[시작 노트] 

해변에 가면 파도에 씻기고 달아진 몽돌을 볼 수 있다. 몽돌하면 헤일 수 없는 세월을 파도와 바람에 씻기면서 달고 달아 각진 돌에서 둥글둥글 원형에 가까운 매끄럽고 검게 윤이 난다. 이 몽돌이몽돌로 되기까지의 시간에서 겪어야 했던 아픔, 상처, 등의 스트레스를 고진감래와 같은 승화된 아픔으로 발상 전환해서 사랑의 불신도 이와 같음을 표현해 보고자 쓴 시다.

사랑이 믿음을 상실할 때 그 사랑에 갈등이 있고 갈등에서 이별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 사랑은 꼭 남녀 간의 이성에게만 통하는 메시지가 아니고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이웃과 이웃 간의 사랑, 우정과 우정 간의 사랑에도 다 통용 되는 진리같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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