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상성 소설가

 

▲ 신상성 약력 : 문학박사, 소설가, 문학평론가. 서울문예디지털대학설립자 겸 초대총장, 피지(FIJI) 수바외대초대총장, (사)한중문예콘텐츠협회 이사장, 한반도문학 발행인, 한국펜클럽(PEN) 국제협력위원장, 용인대 명예교수, 천진외대 석좌교수, 한국노벨사이어스 문학심사위원 등. 한국PEN문학상, 경기도문화상, 국가교육훈장(황조근정) 등 스상. 소설집, 평론집, 수필집, 시집 등 저서 약 50여권 출간.

한중 문학 펑여우(朋友) 대기획

몇 년 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등극하면서 한중 최고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때 ‘한중 펑여우(朋友) 프로젝트(project)’에 대해서 공동합의했다. 특히, 한중간 문화예술 합작과 교류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했다. 한국과 중국은 이미 5천 년 간의 이웃 친구이었다. ‘한자와 유교’라는 오랜 정서와 전통을 우리는 함께 공유해왔다. 몇 년 전 국빈 방중기간에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아주 특별한 시를 하나 선물로 주었다.  최치원(崔致遠)의 ‘범여’라는 고시(古詩)이다. “돛을 달아 바다에 띄우니, 긴 바람이 멀리 부는구나.” 신라 청년의 젊은 기상과 미래를 한중간의 황해 바다에서 호쾌하게 부른 노래이다. 최치원은 나이 18세에 당나라에서 장원급제하여 큰 벼슬(관직)을 했다. 36세에 조국 신라에 귀국하여 제갈공명처럼 당시 진성여왕의 고급참모 역할을 했다.  이미 1,500년 전 최치원이 ‘범여’에서 표현한 것처럼 앞으로 한중간의 경제와 문화예술 협력이이 시대에 다시 부활하기를 바란다는 양국 정상간의 희망이다. ‘범여’보다는 소박하지만 간절한 아시아의 문학소통을 위한 구체적인 기획이 ‘한중 펑여우(朋友)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 가운데 새롭게 토론할 수 있는 것이 ‘한중 문학 펑여우(朋友) 프로젝트’이다. 이것을 구체화 시키는 방법은 한중간 문학통로로서 ‘한중문학가협회’를 결성하는 것이다. 이 협회를 통하여 양국 문학가들의 작품교류와 작가들의 교환방문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작가들의 양국 문학기행은 ‘아시아 문학의 재가치’를 창출하는데 중요한 자극이 된다. 문학소재의 현장발굴은 작가들에게 극적인 자극을 준다.  이미 몇 년 전에 한국의 펜클럽과 중국 천진작가협회 사이에 이러한 문학교류가 있었다. 여기에도 초청된 천진작협의 윤금단 소설가와 내가(한국펜클럽 대외협력위원장) 주도하여 약 40명의 양국 문학가들이 상호방문을 했다. 연길의 작가협회, 소설가학회, 연변대학 등과는 매년 문학세미나 등으로 교류를 해오고 있다. 문학가들을 부산 해운대로 초청하겠다. 그곳은 시진핑 주석이 ‘범여’에서 바람을 넣어준 최치원의 유쾌한 정자가 있다.  최치원은 만년에 ‘해운대’라는 이름의 정자를 짓고 이곳에서 ‘계원필경’ 등 한국 최고의 명저를 남겼다. 중국의 작가들도 이곳에 오면 최치원의 기를 받아서 문학과 철학에 탁월한 기적을 이룰 것이다. 당시 신라와 당나라의 문물교류는 매우 활발하였다. 나이 12세에 당나라 유학을 가서 약 24년간 장안(서안) 등에서 살았던 최치원은 귀국해서 한중 국제교류를 적극 추진하였다. 역시, 중국문화를 몸으로 체험한 최치원은 진성여왕의 중국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근세사에서 아시아는 제1, 2차 세계대전으로 피멍이 들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일본 제국주의 칼날이 멋대로 춤을 추었다. 최근 일본의 헌법개정과 군사적 재무장은 아시아를 다시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으로 당선된 아베의 집권당은 극우로 치닫고 있다. 그들은 한국의 독도와 중국의 댜우위다오에 대한 영토권 주장으로 다시 칼춤을 추고 있다. 그들에 의한 제3차 세계대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하얼빈 지역은 아시아인들에게 피맺힌 지역이다. 일본군의 생체실험 장소인 731부대가 있는 곳이 아닌가? ‘한국독립운동사’에 의하면, 중국인 약 2,000명, 한국인 약 1,000명 최소 3,000명 이상이 생체실험으로 시체가 되어 갔다. 한국인들에게도 유난한 기억의 장소이다. 지역은 다르지만 천재 시인이었던 윤동주 등이 ‘마루타’ 로 희생되었다.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는 일본 식민지 정책의 원횽인 이등박문을 권총으로 처단했다. 단 한방에 일본 제국주의는 무릎을 꿇었다. 실제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정책은 한발 물러서서 강제성에서 유화성으로 다시 새판을 짜게 된다. 근세사의 역사적 현장이다. 동북 3성은 그래서 한중간에 특별한 인연의 지역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극한대결에 앞서 문화예술 교류가 더욱 필수적이다. 우리는 총칼을 앞세운 정치와 군사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국제간 문화교류로서 아시아 시민들의 가슴을 녹이고 축축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문학이 필요하고, 영화, 연극, 음악 등 예술이 필수적이다.  한중 문학교류 미래전망  21세기로 넘어서면서 ‘세계의 문화와 경제’는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덩샤오핑(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의 경제는 수직 고속으로 발전해 왔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 최고이다. 중국이 가지고 있는 미화 달러는 미국 자체보다 더 많다. 이제 중국 재정부장의 한 마디가 미국 버냉키의 말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중국 재정부의 브리핑에 따라 상해 증권시장이 출렁이고 그 여파는 즉시 뉴욕 증권시장에 반향이 된다. 최근 5년간 유럽과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있는데도 오직 중국경제만이 상승하고 있다.  중국문화도 고속경제와 동시에 고속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에 나가 있는 ‘공자학원’은 수 백 개이다. 유엔 회원국 숫자의 거의 두 배에 달하며 미국문화원보다 더 많다. 미국 하바드 대학의 옌칭(연경)연구소에는 미국 젊은이들은 물론이지만 유럽 대학생까지 몰려들고 있다. 미국의 안방극장 TV 드라마는 헐리우드를 밀어내고 ‘삼국지’, ‘초한지’, ‘징키스칸’ 필름이 매일 밤 미국인들의 관심과 정신을 장악하고 있다.  ‘삼국지’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한자문화권에 오랫동안 스테디 셀러(Steady Seller)가 되어왔다. 아마, 매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보급되는 것은 ‘삼국지’와 기독교 성경책이다. 재미 있는것은 ‘삼국지’는 유료 판매이고, 성경 책은 무료 판매이다. ‘삼국지’는 몇 번씩 반복해서 읽는 독자도 많지만, 성경책은 평생에 단 한번 완독하는 사람도 드물다. 2012년에는 모옌(莫言)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 ‘붉은 수수밭’은 영화화 되어 전 세계 독자를 감동시켰다.  중국 전역에서 수만 명의 문학가들이 매달 발표하는 작품은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예컨대, 월간지 ‘讀者’만 해도 매달 약 100만권이 발행된다. 1년이면 1,200만권이 된다. 인터넷 젊은 독자는 몇 배가 된다. 매달 이렇게 발간되는 문학잡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사실, 14억 대륙인구와 비교할 때 100만권은 구우일모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 언덕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에선 이런 비유를 ‘새발의 워커’라고 한다. 미군 군화를 신은 참새 다리이다.  사실, ‘붉은 수수밭’ 이상의 중국 명작은 많다. 뤄신(魯迅), 마오둔(茅盾) 등의 작품에는 노벨상 이상의 세계명작이 많다. 이 말은 모옌을 긁어내리는 말이 아니고 그만한 수준의 작품이 많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대륙 전역의 소수민족 적인 작가 중에서 앞으로 더 많은 ‘붉은 수수밭’이 나올 것이다.  이 대열에는 테닝(鐵凝), 예메이(葉梅), 이시단쩡(益希單增) 등도 희망이 있다. 이들 3명은 2013년도 ‘아시아대표문학선집’에 선발되었다. 이 소설선집은 매년 한국의 ‘한국문학콘텐츠협회’가 발간한다. 매년 아시아권에서 발간되는 문학잡지 가운데 가장 우수한 단편소설 15편을 선정하여 단행본으로 발간한다. 이러한 바탕이 앞으로 한중문학 발전의 중요한 기틀이 될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한중간 국제외교 부활 이후, 약 20년간 한중간 문학작품 번역출판이 거의 없었다. 일부 산발적인 개인적 번역출판은 더러 있었지만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문학단체 차원의 기획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중앙정부 차원의 중국작가협회 소속 ‘민족문학’(조선어)을 통하여 실질적인 문학교류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아시아 문학권의 문학발전은 앞으로 세계문학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중국 14억 인구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큰 문학시장이다. 더구나, 인터넷 문학시장은 동남아 한자문화권과 전 세계 화교인구를 연결한다면 단연 세계 최고의 문학독자 시장이다. 예컨대,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白頭) 등의 인터넷 독자들은 매일 수 억 명에 달한다. 이제 미국 최대 전자책 기업 ‘아마존’을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특히, 전자책 시장은 국경을 초월하며 단박에 국제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종이책을 발간할 때, 전자책 제작을 동시에 하면, 양 날개를 단 독수리와 같이 하늘을 훨훨 날 수가 있다. ‘한국문학콘텐츠협회’가 이러한 전자책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중국측과 합작을 한다면 독자시장은 배가 될 것이다. 한국의 세계적 모바일 기업 ‘삼성전자’ 등 첨단 IT 기술력과 화려한 전자책 제작기술은 이러한 기술적 문제를 뒷받침 할 수 있다. 이제 세상은 모든 종목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는 ‘콘텐츠’가 생명이다. 1910년대 일본 동경유학 시절, 한국의 젊은 문학가 이광수, 김동인, 김남천 등과 중국의 루신, 린위탕(林語堂) 등이 같은 이웃 친구로서 아시아의 앞날을 우려하고 동맹을 했다. 그것이1919년 한국의 3.1운동 중국의 5.4운동 등 항일과 근대화 기점이 된 것이다. 이제 우리 한중 문학가들은 8세기 최치원의 ‘범여’와 같이 20세기 루신의 문학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아시아적 가치’를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  하얼빈, 장춘, 심양 등 동북지방 3성 그리고 연길 등은 한국문학가들에게도 특별한 문학적 인연의 지역이다. 일제의 총칼을 피해 한국의 대표적 문학가 염상섭, 안수길, 윤동주 등이 망명을 하기도 했으며 특히, 조선족 김학철(金學鐵)은 조선족 문학의 산 역사이기도 하다. 그의 일생이 바로 ‘조선족문학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 한국, 중국에 걸친 비운의 혁명가이다. 김학철은 소설가이자 항일투사로서 ‘소수민족문학공원’에 문학비가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2013년 봄, 시진핑(습근평)과 오바마 정상회담에서는 국제질서가 재편되어 이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一極體制)가 아니고, 중국과 미국이 일정한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 양극체제(兩極體制)가 되었다’고 했다. 그만큼 아시아권의 정치와 경제가 급부상한 것이다. 이제 중국의 해외관광 인구는 1억 이상이 되었다. 한국에 오는 해외관광객도 이제 일본을 앞질러 중국이 가장 많다. 명동, 강남일대의 거리에는 한국어보다 중국어 말소리가 더 많다. 제주도는 아예 제2의 홍콩과 같다. 중국의 지식층 가정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미국 어린이 애니메이션 사이버 강의를 등록하여 정기적으로 수강시키고 있으며, 반대로 미국의 상류사회 학부모들은 초등학교에 자녀들에게 전통적인 프랑스어(불어)보다 중국어 과외를 더 많이 시키고 있다. 미국에 재학중인 중국유학생들 숫자가 과거 일본 유학생보다 두 배나 더 많아졌다. 이러한 사실은 중국과 중국어가 세계화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지구촌’ 공동체라는 점이다. 예컨대,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하는 탁구 인구는 수억 명이다. 수영과 함께 중국을 2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금메달 박스(box)이기도 하다. 그러나, 농구 인구는 별로 없다. 미국에 중국인 프로 농구 선수가 몇 명밖에 없다.  오늘날, 21세기는 이제 물질적인 것보다 당나라 때 이백, 두보, 또는 최치원와 같이 ‘범여’의 철학적 세계관이 중요한 세상이다. 넓은 소통의 바람이 필요하다. 인간적인 인문학적인 휴머니즘의 창출은 여전히 우리 문학가들의 몫이다. 진정한 문학이란 어느 한 지역 또는 한 국가에 갇혀 있어서는 ‘죄수문학’이 된다. 그리하여 다시는 전쟁이 없는 아시아 그리고 지구촌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문학가들이 절실하게 노력해야 한다. 과거 러시아 문학에서 보듯이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문학이어야 하고, 그렇게 해당 국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문학작품 발표도 개방하고, 각 나라 언어번역 지원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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