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금 약력: 중국 길림성 서란시 조선족 고교 졸업. 무역회사에서 퇴직.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도라지, 동포문학, 동인지, '한반도문학, '시와 이야기, 청암문학 등에 시 다수 발표.

[서울=동북아신문] 오랫만에 보내온 재한동포문인협회 신명금 선생의 시를 실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회원들에 한해서 1년에 최저 1회 정도 지면 할애 해드리니 좋은 글 잘 다듬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허공
 
 
없다
눈 닦고 봐도
흔적 없다
 
카랑카랑한 하늘
새벽 4시 20분
금방 지워진
한 조각 그림
 
퀭하니 바라보다 
띄운 무심했던 실수
20분이 토하는
후회의 반성
 
24시 지난 후
이 점에서 다시 봐도 
있을 수 없는 풍경
엄청난 시간의 기다림
 
놓쳐버린

어디 갔니
 
 
향수 (乡愁)

                    
문득
들려오는
부르는 소리
뒤돌아보니
하(下)숲안 끝자락
왕바위 넓은 가슴
눈감고 꼭 감고
그 품에 안겨보니
모래 홈 사발 고기
버들치 개구쟁이
벌거숭이들
돌팔매질에 웃음 깨지고
멍하니 내려보던 뒷산
말없이 떠나간 그 애들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
눈 뜨니
새벽
이국땅
고향 탯줄에 얽힌
숨소리
엄마의 이슬방울들 
 
 

           
                       
한 달에 몇 번
잘린 뼈조각
층집 높이 넘었겠지
그동안
마디마디 옹이 맺힌 삶
한 모퉁이에 둥지 틀고
가꾼 풋 자식들
뙈기밭 내려놓고
타향 땅 건너설 때 
무거웠던 발길
중지(中指) 튕겨 점괘도 봤었지
얼떨결 가버린
고왔던 손
뚜렷이 자리 잡은
한 자락 검버섯
내리뻗은 명(命)금도
손목까지 또렷한데
두 손 뻗어 높이 드니
낯 서른 하늘 다일 듯
어느 날
조용히 놓고 갈
고운 별 두 송이        둥지
                     
기억속에 잠겨둔
둥지는
늘 불안합니다
허한 바람이 잡은
차디찬 문고리
밥 짓는 내음 풍기듯
허기 불러옵니다
문패도 계단도 여전하고
드나들던 문 익숙한데
낯선 외로움이
처량하게 마주합니다
 가 족 그리워
다시 찾아 온다면
아픈 기억 툴툴 털어
모닥불에 던지렵니다
애달픈 둥지는
널브러진 먼지안고
고독으로 웁니다 
   저 여인
                      버드나무 숲 속에
서 있는 저 여인 궁금하다
햇볕에 늘어 말리는
매미의 눈물 등으로 가린
그 앞모습 보고 싶다
한 세상  짙은  녹음 소용돌이 치는데
마주한 세상  무엇이 안타까워
등 돌려 서 있을까
푸른 숲 평화로움이 저 여인 속내라면
무르익는 이 가을도 곱게 물들 텐데
한 가닥 저녁노을 잡고 자지러지게 우는
저 매미의 속내를 당신은 아는가
울고 있는 매미의 등 뒤엔
환한 세상뿐이었으면  
    무지개
             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
빠짐없이 써 놓고
한복 입힌다
자음은 서울에서
색동저고리로 입히고
모음은 평양에서
분홍색 치마 입혀
통일의 새 아침
너도 나도 목청껏그 느 드 르 므 브 스
한복으로 외쳐보자
남역 땅 이슬 한 방울
북역 땅 이슬 한 방울도
단군의 얼 맺혔거늘
세종의 뜻 고이 받들고
마라도에서
장백산까지
자음 모음 모두 합혀
무지개로 띄워보자
 
 
      꽃

                
신이 내려준
빨간 꽃
지고 말았다
연두색 봄날
엄마 맘 조이던
사춘기 소녀곱게 물든 철부지 팬티
연분홍 꿈꾸던그 가시네
인파 속에 받은 선물
아줌마
주름잡아 달려오니
어느덧 가을철
뜨겁게 타다 한기로 식는
불면의 밤
석양 노을 마주한
저 국화
개화(开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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