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옥 약력 : 중국 화룡시 출생, 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 동대학원 국문학과 석·박사, 한국외국대학교 중문학과 박사후 연구원,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객원조교수.

[서울=동북아신문]윤동주는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해왔다. 윤동주라는 젊은 시인이 근대문학연구 자들에게 주목받은 이유는 일제말기를 살다간 윤동주의 생애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사의 특수성에 의해서, 윤동주에 대한 연구는 그의 생애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저항시인이나 기독교 시인으로 꽤 오랜 시간동안 논의되어왔다.

70년대 이후부터는 다양한 방법론으로 윤동주의 시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이루어 졌으며 그렇게 축적된 다량의 연구 성과들에 의해 문학사에서의 윤동주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졌다. 그러나 다양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윤동주를 결정짓는 또 다른 요소, 윤동주가 지리적으로 한반도에서 분리된 북간도 출신이라는 사실은 간과되어왔다. 윤동주를 디아스포라로 보는 시각은 90년대에야 비로소 나타났으며 오양호 등의 연구자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순수한 ‘디아스포라 의식’에 대한 고찰이 미흡하고 여전히 식민지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보이며 디아스포라 의식의 역동적인 변화를 섬세하게 추적하지 못한 한계점이 존재한다.

본 연구에서는 디아스포라의 평면적인 현상이 아닌, 의식의 ‘변모양상’에 초점을 두고 접근한다. 본고에서 규정하는 ‘디아스포라 의식’은 기존의 ‘실향의식’이나 ‘본향의식’과는 변별되는 것으로서 돌아갈 곳을 상정한 ‘귀향’의식이 아니라 고향이라는 중심을 설정하지 않는 ‘유동의식’에 가깝다. ‘유동의식’은 유동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도착점 보다는 과정에 무게를 두며 디아스포라 경험 속에서 오히려 고향이 부재하게 됨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이다. 디아스포라는 자신이 처한 디아스포라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자신이 디아스포라임을 자각하게 되며 이런 자각으로부터 디아스포라 의식이 발생하게 된다. 이질적인 세계와의 경계에서 의식의 작용은 디아스포라 갈등을 통해 팽창되고 확산되며 시․공간적 사유와 함께 ‘타자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타자체험’이란 타인의 시점으로 세계를 조망하고 현재를 수렴해가는 것으로 디아스포라는 이런 의식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설정해 나가고 주체를 구성해 가게 된다.

 
유동성이란 이른 바 ‘고향’이라는 중심점에서 이탈하여 나가는 일련의 변증법적 사유의 궤적을 말한다. 이는 한편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의식, 관점 현상이 불가피하게 갈등 상황을 통해 변화되는 것이며 관점과 시각이 변화된다는 것은 자기의식에서 타인의식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윤동주의 디아스포라 의식의 지향점은 단순한 유년으로의 ‘복원’이나 평화의 희구가 아니라, 끊임없이 열린 시간과 공간을 향해 나가는 변증법적 순환 속에서 이루어진다.

디아스포라로서 윤동주는 어렸을 때는 민족의식을 길러주는 교육 환경에 의해 강한 모국 지향성을 보유하게 된다. 그의 디아스포라 의식은 물리적 고향인 용정에서 모국인 조선을 거쳐, 일본이라는 제3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체험을 통과하게 되고 그의 내면적이면서 반성적인 성격은 체험한 현실에 의해 의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윤동주는 만주 → 평양 → 연전(경성) → 동경에 이르는 공간의 이동에 따라 디아스포라 의식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이 의식은 ‘한반도’라는 모국이 존재하는 상황 하에서 ‘모국에 대한 그리움’으로부터 출발하며, 시 속에서는 다양한 상징을 통해 표상된다. 이후 그의 디아스포라 의식의 변화는 모국의 현실에 따라 또는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에 따라 시․공간적 사유를 거쳐 확장되며 절대적 순환의 유동의식에 도달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디아스포라 의식’이라는 개념의 틀로 윤동주의 청소년기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의 그의 전반적인 시편을 의식의 흐름을 쫓는 현상학적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