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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한중작가포럼/2019 작품특집27]전은주의 시 '연변여자' 외9수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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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5  05: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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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동포문인의 정감세계...

 
   

▲ 전은주 약력: 1986년생, 2008년 계간 ‘창작21’ 신인상 수상, 연변작가협회 평론분과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평론분과 부분과장, 연세대학교 현대문학 박사.

 

1. 연변여자

 


심정지에서 깨어났단다
버스 정거장에 무단히
다리가 부러졌던 그녀는
일년 뒤에 철심을 뽑으러
입원을 했다.
한 살배기 아들과 남편은
연길공원 다리 근처
백평방 빈 아파트에 두고
서울로 왔다.
마취에 문제가 있다며
동생이 성명서를 썼고
동포들을 불러와
데모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오백만원을 받아냈다.
그녀는 돈 받으며
원장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는데
누가 한국 변호사한테 물어보니
이천만원은 받았어야 했단다.
그녀는 빈 집을 얻어
그 돈으로 반지하 전세 보증금을 내고
연길로 돌아가지 않았다.

2018년, 가을

 

 

2. 양뀀과 양꼬치 사이

 


곤지암 사거리
연변양뀀점이
순이네 양꼬치로
간판을 바꾸었다
목 쉰 연변 사투리에
매연이 베이스로 깔렸더랬는데
이젠 자동구이기계에
16분 음표 싸구려 고음이
벽장식으로 걸려 요란스럽다
순이의 족보는 모르지만
연기만 자욱하던 가게가
젊은 손님으로 붐비는 걸 보니
양뀀과 양꼬치 사이가
장백산과 백두산만큼
거리가 멀었나 보다
난 뭘 먹을까?
신라면과 옥시국시.

2018년, 여름

 

 

3. 크리스마스 전야

 


그날 밤
산타 할아버지가
예쁜 인형을 주고 가셨다.
할머니는 신신당부
산타의 방문을
비밀로 하라고 했다
나는 동네방네 다니며
산타의 선물이 아니라며
자랑하고 다녔다
며칠 후
마을 부녀회장직에서
할머니는 쫓겨나고
애들은 나를 슬슬 따돌렸다
예수님이 사해주신 죄를
나는 혼자받으며
12월이 되면
산타가 오시지 말라고
몰래 기도드렸고
산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어른이 되고 알았지만
산타는 체포당해
못 오시는 거였다

2018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4. 그때 동해에서 불던 바람

 


동해시 바닷가에서
소리내어 우는 바람을 맞으면
참 부러웠다
저 철딱서니 없는
그 파도가 부러워서
그날 비오는 바다가
그 여자 삼킨 가을 으스름
나는 울음 대신 하하하 웃었다
그 여자의 빈 집에
시커먼 바다가
왈칵 문을 열고 들어가
쓸쓸함의 자리에 눕는
해녀의 인생이 보였다
그때 불다가
내게로 온 바람이여

2017년, 겨울

 


5. 양수 (1)
- 귀향

 

 서울 근교에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两水)가 있어
두물끼리 어우러져
한강이 된다는데

나는 가끔
한 여름에도 물이 시린
내 고향 양수(凉水)가 그리우면
전철을 타고
양수역에 내린다

고향의 그 샛강은
두만강과 만나기 전에
뭐가 그리 한 서러운지
강바닥 펑펑 울음 솟아
차가운 강이 된 것일까?

내일 전철을 타고
양수에 가서
강이 보이는 언덕에 올라
멀리 두 강 만나는 팔당호 보며
누구 이름을 혼자 불러 볼까?

 

   
▲ 낚시, 세월을 낚는다, 인생을 낚는다...

 


6. 양수 (2)
- 아버지

 

아버지는 자주
양수의 샛강에서
고기잡이를 했다
 
새벽에도 펄펄 뛰는
버들치, 돌종개, 모새미치
한소쿠리 잡아온다, 아아
하루 종일 강물에
허리까지 담구고
그물질과 낚시질을 하며
물살과 어울려 논다

아버지는 소아마비로
왼쪽 다리를
전다

 

 

7. 양수 (3)
- 부르하통하

 


항암치료를 받던
아버지는
그 고통의 시절

연길시를 가로지르는
부르하통하에 나가
곧은 낚시를 했다

양수의 샛강을 그리워했는지
말기암의 절망을
강물에 흘려보냈는지

강물 짱짱 얼어붙자
아버지는 먼 길
혼자 떠났다

 

 

8. 양수 (4)
- 삼우제

 


삼우제 제물을 싸서
양수 샛강에
할머니와 갔다

3월의 강물은
할머니의 통곡에
더 시리게 흘렀고

할매는 울다 말고
울지 않는 날
모진년 보듯 하네

할매, 나는 그때
아버지처럼 그 강에 들어가
강물 되어 흐르고 있었다오

 

 

9. 양수 (5)
- 할머니

 


큰고모 따라 상해에 갔던
할머니가 돌아왔다
식구들이 일 나가면
그곳은 한족 천지
티브이를 켜도
귀에 담기지 않는 중국말

할머니는 연길도 마다하고
양수 양로원에 들었다
그곳에서는 조선말로
입이 트여 욕도 하고
귀도 트여 참견도 한다네
꿈에도 조선말만 들리고

먼저 간 아들이
물고기 잡던
그 샛강이 곁에 있어
늘 아프던
그 허리도 편해졌다네,
아버지!

 


10. 양수 (6)
- 꿈

 


양수(两水)를 다녀 온
그런 날에는
양수(凉水) 꿈을 꾼다

열 살짜리가 되어
고기잡이 간 아버지를
마을 어귀에서 기다리다 
그만 날이 저물어

내 흐느낌 소리에
혼자 놀라
화들짝 잠이 깬다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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