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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한중작가포럼/2019 작품특집]가산 서병진의 시 10수와 시조 10수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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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08  2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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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시로 보는 한국문인의 정감세계....
 
   
▲ 서병진약력: 주례여자고등학교 교장 역임, 국민훈장 등 수상(상세 약력 하단 참조)
 
 <서병진 시> 
 
 
1. 이파리 없는 나무도 숨은 쉰다
 가산(嘉山)/서 병 진
 

이파리 없는 나무는
계절에 따른 움츠림에
껍질로 감싸 안은
그 나목 숨소리 나는 좋아
비바람 설한풍도 이겨내어
새로운 삶의 꿈을 간직하고
삶의 표상 새순을 틔우며
정열을 꽃피우는 나목의 기상
풍상을 이겨내며 솟구쳐온 기백이며
펼쳐내는 가지마다 풍성함 드러내고
포근한 가슴으로 세상을 안겨주는
이파리 없는 나무에도 새들은 온다.
 
 

  2. 논두렁 콩
      

오월의 따스한 태양이
대지의 가슴을 연다
푸른 파도가 하늘까지 이어질 때
어머니께서는 메주콩을 심는다고
논두렁에 총총히 구멍을 내셨다
그 속에 한 알 두 알 사랑을 심었고
그 나약한 새싹은 엊그제 비 온 뒤에
떡잎으로 자랐다
제법 어엿한 터전을 잡아
생동의 눈빛을 내쏟을 때
보리밭 꺼병이 소리에 놀라
함초롬히 고개를 숙이고 말았지
그래도 햇살은 기쁜 마음으로
가슴을 펴고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
논배미마다 익어가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가득 채워 주는구나
잎은 떨어지고 야윈 몸체에
주렁주렁 사랑이 영글 때
다시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얼굴
이제는 어디에서
그 얼굴을 볼 수가 있을까!
 

3.간을 맞추어
     

부글부글 끓는 국물
솥뚜껑 살짝 열어
숟가락 떠서 맛을 본다
오늘은 이 사람
내일은 저 사람
맞도록 끓여 낸다
사람과 사람에게
간을 맞추면
두터운 정 끓는다
괴로움과 그리움도
강하고 약하면
간을 맞추어
정답게 살아 본다.
 

4.  는개 오는 날
            

살포시 내리는 는개는
대지를 살며시 파고들어
마음을 휘어 감는다
휘날리는 는개는
사랑의 소리에 젖어
들리지 않는 씨앗
샘물에 사랑이 젖어
샘물에서 흐르는
사랑의 는개는
연인에서 흐른다
우산 없이 걸어도
따스한 마음을 사로잡는
연인들 발걸음이 느리다.
 
 
 
 5.  장곡산 메아리
 
       

산을 산으로 에워싼 엔골
능선 넘어 마르개 바닷바람
가슴으로 쭉 마시고 둘 팔로
하늘 높이 만세 삼창 부르며
장곡산 피어 있는 꽃
눈웃음으로 맞아 주는 향기
풀벌레 정겨운 소리 흠뻑 젖는
판곡리 동네 인심 맛이다
너른지 천년의 솔 향
장곡산 정기를 휘감아
코끝을 맴돌아 돌아오는
수 천년지기의 보금자리 터.
 
 
 
6. 가산쉼터 삭정이
              
 

먼발치에서
간간이 헛기침하며
점잖게 기다리던 찬바람
성큼 다가왔네
뒷동산 가산(嘉山)쉼터
하얀 눈 소복이 내려
와싹와싹 재롱을 피우는
그대의 마음 따스한 마음
이제는
따스함 주는 날을
기다리는 쉼터 낙엽들
제 갈 길로 채비한다
봄날 기다린 삭정이
외롭지 않은 쉼터에
옹기종기 한데 모여
봄날을 기다린다.
 
 

 7. 담쟁이 삶
     
 

메마른 옹벽 담에
헐벗은 몸체로
문어발 같은 거미손으로
생명줄을 얽어매고
차가운 긴 겨울
때로는 가뭄에 살을 녹여 나누며
때로는 비바람에도 죽을힘을 다해
몸이 으스러지는 고통이어도
당신만은 놓칠 수 없는
그런 사랑의 삶이 되고 싶다
몸 마디마디마다
문어발 빨판을 갈아
몸 끝마다 거미손 같은 동아줄에
거머리처럼 당신을 안고
당신을 지키고 싶어
밤하늘까지 가고 싶다
꿈같은 사랑의 미로에
꿈같은 내 삶을
당신 품에 수액을 받아
언제나 고운 빛으로
반짝이는 잎 나올 때까지
그 날을 기다린다.
 

 8. 꿈에서 본 삶
 
 
 

주룩주룩 오는
빗소리 그리움이
오늘도 그 냄새에
흠뻑 젖어 본다
등갈비 젖는 소리
잠을 이루지 못해
꿈에서 환생한다
일어서 힘을 준다
하얀 얼굴
하얀 쟁반에 담는다
즐거움과 그리움을
다시 또다시 익는다.
 
 
 
9.  달동네의 벽화
 
 

으슥한 달동네
오목조목한 불빛에
벽화는 말이 없다
별들은 길동무의
길잡이 친구로
달은 바다를 끌어 올린다
담벼락 벽화는
물고기의 천국
뛰놀다 다이빙을 한다
달동네 모퉁이
화필에 웃음꽃으로
이웃사촌 바다가 있다.
 
 

  10. 가을비 
 

새털구름 높이 뜨니
더 맑아진 하늘 아래
산야는 붉게 타오르는
색동 띠 두르는 가을
뉘 없이 고비를 당긴다
산 넘어오는 바람
아픈 마음 내리며
알곡이 떨어질까 봐
조바심으로 양팔 접고
들판을 바라보는 농부
빗방울 커지면
심장박동 눈 돌리며
가만가만 내리도록
이리저리 왔다 갔다
팔짱 끼고 하늘에 고한다.
 

◇  ◇  

 

   
▲ 봄은 어디서 이토록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오는 걸까?...

 

<서병진 시조> 

 

 
1. 봄 서시
 
 가산(嘉山)/서 병 진
 

이른 봄 가지마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 손을 편다 세상 빛 몸에 담아
곳곳에
생동의 소리
연초록 띠 두른다
종달새 지지배배 양지에 아지랑이
군무를 나부대고 벌 나비 개구리도
임 찾아
꽃단장하여
새살림을 차린다.
 
 
2.  농부의 일기
 
 
새싹이 흙냄새를 두르고 떨어진 잎
사이로 돋아나는 농부의 논밭갈이
씨앗을 뿌려놓고서 발걸음을 디딘다
서산을 넘어가는 해넘이 바라보면
노을 진 들녘에는 발걸음 재촉하는
농부는 풀 짊을 지고 터벅터벅 걷는다
곳간에 차곡차곡 쌓아둔 가마니에
어느새 쥐생원이 찾아와 꼭꼭 지러
수북한 곳간바닥을 정미소를 만든다
동 섣달 서릿발은 따뜻한 아랫목에
둘 둘이 앉아서는 막 삶은 고구마에
동치미 맛에 한해의 농사지은 일기장.
 
 
 3. 논두렁 심은 콩
            

1. 어머니
논배미 논두렁에 호미로 꼭꼭 파서
사랑을 한 알 두 알 넣어서 덮어 둔다
며칠 후 노란 새싹이 우산 쓰고 나온다
 
2. 논두렁 콩
노랑이 파랑이로 자라서 어미 되어
뻗어서 가지마다 열리는 자식이라
어미는 야윈 몸체로 늙어 가는 논두렁
 
3. 가마니
세월을 이기는 이 어디에 있으메냐
도리깨 돌려치는 소리에 어느 사이
타작에 메주콩 되어 곳간으로 나간다
 
4. 가마솥
장작불 헐헐 타는 아궁이 익어가는
사랑의 어머니 손 이제는 모두 놓고
편안히 양지바른 곳 익어가는 장독대.
 
 
4. 새싹 띄우는 봄
       

봄바람
지난 자리
초목은 푸르름을
돋아나
방긋하게
새싹을 띄우는 봄
새들은
노래 부르며
벌 나비도 춤춘다
농부는 괭이 메고 논밭을 갈아엎어
북돋워 씨앗 뿌려 밭고랑 거름 주며
든든한
토주대감은
달빛 찾아 나선다.
 
 
5. 행복의 꽃
    

가슴에
그리움을 안고서 설레이는
마음은 꿈속에서 꿈꾸는 가슴에다
영롱한 그 빛을 받아
행복의 꽃 피웠다
사무친
그 사람을 언제나 웃음꽃을
행복을 전달하는 전도사 일편단심
빛으로 웃음꽃으로
휘어잡는 그대여.
 
 

  6. 씨름
 

은모래
반짝이는
두사람 힘겨룸에
안다리
들배지기
황금알 줍는 힘에
허리띠
홍띠청띠에 닦달치는 감독아
배치기
아니 면은
숨가쁜 돌려치기
모래판
빙빙 돌려
앞다리 걷어 치고
마침내
밀어치기에 천하장사 되었네.
 
 

 7. 풀꽃 벌 나비
       

작은 몸 매무새로 정갈히 차려입고
나들이 먼 동네로 꼴망태 이삭 주로
떠나는
나그네들은
옛 주막집 찾는다
벌 나비 풀꽃 찾아 외로움 달래주는
주막집 아낙네들 풀꽃을 한 망태에
가득히
담아주는 정
풀꽃 씨앗 뿌린다.
 
 
 
  8. 메아리
         

꿈속의 그대 얼굴 자꾸만 뉘우친다
먼발치 잠을 깨워 원고지 펼쳐 놓아
컴퓨터 자판기 소리 새벽으로 울린다
있는 것 없는 것은 들리듯 안 들리듯
뇌에서 작동하는 뇌파의 상상력이
일상에 잠재력 힘의 메아리는 꿈이다.
 
 
 
  9. 감
       

푸름의 시간에는 바쁘게 달리지요
봄여름 푸른 시간 언제나 익어가는
가을의
햇살에 익은
시계추를 달았다
푸르른 실핏줄에 햇살을 온몸 감아
입맛에 달콤한 맛 곰삭은 빨간 홍시
지난 온
시간에 익은
몰랑몰랑 빨간 감.
 
 
10.  대나무 같은 사랑
        

그리움
임 언제나 살포시 웃는 얼굴
해맑고 청순하여 달나라 별나라에
빛나는 오로라이어
반짝이는 임이여
대나무
마디마다 숨 쉬는 통로 있듯
사랑도 유효기간 있듯이 함께 하여
끝까지 가야 할 운명
동반자여 임이여
나무도
낙엽 지듯 세상사 순풍만이
있는 것 아니겠지 하여도 솔솔바람
사립문 틈 사이 부는
행복의 꽃 피었네.
 
 

<가산(嘉山) 서병진 약력>

·1941년 경남 고성 출생
·동아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석사)
·동아공업고등학교·금성고등학교 교사, 송도중학교 부장교사
·교육부 교육전문직공채시험(장학사·교육연구사) 12명 합격 중 수석합격
·교육부·부산시교육청 장학사·감사관, 영도여자고등학교 교감·
 . 주례여자고등학교 교장 역임

·1975년 칠오동우 외 2편 데뷔, 한국문예·한국시사랑문학회·재경고성문인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지도위원, 한국문인협회·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한글학회원, 청계문학회·다온문예 등 7개 문학회 고문
·서울문학·청계문학·문예춘추·국보문학 신인상 및 문학상 심사위원
·고성찬가·그림이여 작사, 한국문학신문 외 칼럼 연재
·국민훈장, 대한민국 문학명인대상·대한민국 한국문학대상(대한민국 신문기자협회), 한국시문학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충효 대상, 대한민국 문화체육공로 대상 외 34회 수상

저서 : 칼럼집 『세상 이야기』, 수필집 『가산으로 가는 길』.
         시조집 『너른지 메아리』. 
         시집 『이파리 없는 나무도 숨은 쉰다』, 『시간은 흔적을 남긴다』, 『세월 속에서 꽃은 핀다』, 『고향은 어머니 강』등 9권.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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