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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글/홍연숙] 이른 봄 철쭉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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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0  09: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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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시, 수필 수십편 발표. '문학의강'으로 시 등단. 동포문학 8호 시부문 우수상 수상. 현재 울산 거주

[서울=동북아신문]오십견 통증이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선 듯 싶다. 밤새 시달리다가 남편과 함께 정형외과에 가려고 나섰다. 주차장 모퉁이에 버려지지 못하고 있는 깨진 다라이를  스치는 찰나에 정면으로 오는 빛에 걸려 들었다. 세상에, 꽃샘추위속에서 진분홍속살을 내민 철쭉이 요염하다. 저 여린 것이 죽어 딱딱해진 껍질을 깨고 나오느라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아팠는지를 생각한다.

목 디스크로 인하여 염증이 어깨로부터 팔로 내려왔습니다. 혹시 식당에서 일하십니까?

진단에 곁들어진 추가 진단이다. 식당에서 일하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도가니탕집에서 4년 8개월을 펄펄 끓는 뚝배기를 들었으니 당연한 거다. 십여년을 고기집에서 불판을 씻어대고 또 하루에 천여 셋트의 쇠 수저들을 닦았으니 당연한 거다. 상 차리고 치우고를 셀 수도 없었으니 당연한 거고 수없이 들었다 놨다 하는 압력밥솥들의 그 밥을 퍼 담았던 헤아릴수도 없는 밥공기들이니 당연한 거고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들을 오로지 두 손으로 해치웠으니 당연하다. 식당안의 모든 그릇들, 그 많은 음식들은 식당아줌마의 두 팔로 떠받고 있으니 당연한 거다.

의사선생님이 CT사진을 보여준다. 어깨관절 사이에, 경추 사이에 꽃몽오리들이 맺혔다. 그 꽃들을 피우는 통증으로 밤 장막에 달과 별을 수놓고 희미해질때까지 뜬 눈으로 감상 했는가보다. 그 풍경 속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그리하여 맨날 바쁘게 설쳐대도 끝내지 못하고 사랑하게 된 일이 있었고 그렇게 된 이유에는 더러워 죽어도 가져가지 않으려는 돈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오로지 돈을 위해 달려온 길에 피려는 꽃. 점점 거칠어지고 검버섯들이 판 치는 피부아래에 탁해가는 피줄 아래에 골다골증으로 구멍난 뼈들 사이에 발갛게 피어오르는 오십견. 돈 꽃이다. 오십에 들어서 초면으로 서먹한 꽃이다.
 
물리치료를 받고 아침 굶은 배를 채우려고 식당으로 가는 길에 남편의 고향동생을 만났다. 중국에서 아파트계약을 하고 금방 입국한 그는 벌써 연해도시에 상가를 샀고 또 아파트 한채를 구입한 상태였다. 신명나게 계약서를 설명하는 그의 어깨짬을 뚫고 나오려는 꽃몽오리가 보인다. 중국에서 두달 동안 허리디스크와 경추디스크를 치료 받았다며 연신 어깨를 주무르는 그의 손은 이십년 노가다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옆에서 말없이 듣고만 있는 남편은 커다란 CT사진으로 마주 앉는다. 심장수술로 불룩하게 올라온 가슴뼈우의 어깨관절에서 몽우리 짓는 철쭉이 눈부신다.
 
식당을 나오는데 60대 후반의 아저씨가 길을 묻는다. 용접학원을 찾으러 가는 길이란다. 퇴직하고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열정이 주글주글한 피부를 뚫고 화끈화끈 뿜는다. 백세시대인데 아직 더 살아야지요 하며 금방 사회에 진출한 청년처럼 수집음에 움추러드는 어깨에는 철쭉들이 반짝인다.
 
자다가 흠칫 놀란 건 남편의 손을 잡았다는 거다. 가슴뛰던 사랑이 삼십여년을 오며 퇴색하고 싸늘해지는 사이에 몽우리가 맺혔다. 아마도 꽃피려는가 보다 . 모든  사라져가는 것들이 아픔으로 피지만 작년하고  또 다른 인사로 반긴다. 이른 봄 철쭉과의 아픈 사랑을 시작한다.
 
2019.2.9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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