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수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통신 학부) 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평론분과 부과장. 前화룡시 제약공장 선전과 과장. 현재 정년 퇴직. 1972년 연변일보에 시 '림해의 아침에'를 발표로 선후하여 시, 소설, 실화를 문학지에 여러 편 발표. '내 이야기' 2편이 한국 KBS방송국 우수상 수상.
[서울=동북아신문] 필자는 지난 3월 초순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처남의 간병을 일주일 동안 한 적이 있었다. 배설물을 받아 들고 화장실로 가는 필자로서는 난생 처음으로 겪는 고역이었다. 손에 든 배설물은 마치 죽은 뱀을 쥔듯 너무나도 징글스러웠다. 나는  시한폭탄을 쥔 사람마냥 안절부절못하며 겨우 화장실에 버리고 손을 씻엇고 소독수를 발랐다. 처남의 발을 씻어줄때  수모를 받는 감까지 느꼈다.

'왜 이럴까? 내 자식을 키울때는 오줌 똥을 서슴없이 주물렀댔는데…' 일주일 동안 간병을 하면서 나는 고민속에서 모대기던 끝에  ‘산소 결핍증’이라는 자아 진단을 내리게  되었다. 공기 속에 산소가 결핍하면  호흡하기 곤난한 것처럼  세상살이에서 사랑이 결핍하면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다.

나는 글을 좀 쓴답시고 때로는 친구들앞에서 청고한듯 거드름을 피우며 행세를 한적 있었다. 그러나  일주일동안  ‘고역’을 겪으며 인간애가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고 얼굴이  뜨거워짐을 심하게 느꼈다. 노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도에서 나온 것은 물이고 혈관에서 나온 것은 피이다. 글이자 곧 그 사람이다.” 글을 써서 암흑을 폭로하고 광명을 구가하며 독자들을  인생의 바른 길로 리더를 해야 할 작가가 사막처럼 사랑이 고갈되면 어찌 신선한 좋은 글을 써낸단 말인가? 꽃이 향기를 풍기고 화분이 있기에  꿀벌들이  많이 날아드는 것이다.

나는 고향에 있을 때 많은 작가들과 문인들을 상종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공동한 결함은 언행이 불일치 하고 사랑에 인색  한 것이였다. 말로는 태산을 옮길것 같은데 돌 하나 옮기지 않고 신장을 뽑아주는 멋진 소설은 왕왕 써내는데 겨울에 눈 한줌 주지 않는 구두쇠들이였다. 그리하여 필자는 한때   실망하고 글을 계속 쓰는게 옳은가고  고민한적 있었다. 남에게 기름 한 근을 주려면 나에게 기름이 백근쯤 있어야 서슴없이 푹 퍼 주게 된다. 작가의 가슴속에서 뜨거운 인간애가 굽이치고 풍부한  문학적 소양을 구비하면 독자들을 감화시키는 좋은  글을 쓸수 있는 것이다. 

노신선생님은 워낙  의학 공부를 하시려고 일본에 건너 가셨는데 중국 사람이 외국 사람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반항을 못 하는 것을 보시고 단연히 문학의 길을 선택하신 것이다. 중화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그로 하여금  단호한  결정을 내리게 한 것이다.   

개혁개방, 경제의 열화가  방방곡곡에서 타오르고 있는 엄연한  현실속에서 작가, 문인들의 위상은 점점  하강되고 있다. 남들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친지들로 부터 한집 식구들까지 비난의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남성문인들의 경우 그 처지가 더 비참하고 위상이 일락천장이다.  "남자라는게 묵직한 걸 붙히고 앉아서 돈도 안 나오는  그 잘난 글을 써선 뭘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비일비일재다.

어떤 독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 사람을 알고  글을 보니  웃음이 나간다.” 하긴 그런 말을 하는데 도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술주정을 부리고 싸움을 하는 문인들도 혹시 있기 때문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개울 물을 흐리우듯이  설상가상으로 문인들의 떨어지는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우리 조선족 문단의 거장이신 고 김학철 선생님은 연거퍼 들이닥치는 역경속에서도  항상 민족애, 조국애를 품으시고 깨끗하게 사시며 많은 명작을 쓰셨다. 세상에 만약 인간애가 없다면 홀로  사막을 걷는  나그네 마냥 괴로울 것이고 공기중에 산소가 없는 것처럼 사람들은 생존해 갈수 없게 된다.

때문에 우리 작가들과 문인들은 민족을 사랑하고, 고향을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참된 창작 태도인 것이다. 인간애를 키우자면 먼저 자신을 과감히 ‘해부’하여 ‘오물’을 버리고 사랑을  재충전하는 작업을 경상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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