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중국 녕안시 조선족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최화길 선생님이 '나무' 를 주제로 한  시편을 보내왔다. 도시의 인심(人心)과 자연의 목심(木心)을 비교하면서 나름대로 인간 삶의 철학을 쏟아낸 시라고 할 것 같다. 자연의 목심(木心)을 읽고 인심을 살피는 것도 우리 삶에 도움에 될 것 같다...

<편집자> 

▲ 최화길 약력 : 1962년 중국 흑룡강성 림구현에서 출생.
대학학력,  1980년대부터 작품발표. 시집 “봄날의 사색”, “사랑, 그 찬연한 빛발”
동시집 “해님의 낚시질” 출간. 흑룡강성소수민족문학상 등 수상경력 10여차.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이사. 흑룡강성작가협회 회원.  흑룡강성조선족작가협회 부회장.
현재 녕안시조선족중학교 교사(중학교 고급교사 직함) .  
 1.

나무 우러러
 

최화길

 

사람과는 달리
나무는 아픔이 없는 듯 하다.
사람과는 달리
나무는 눈물이 없는 둣 하다.
사람과는 달리
나무는 죽음이 없는 듯 하다.
사람과는 달리
나무는 바람(盼)이 없는 듯 하다.
그냥 서있는 모습이
그냥 자라는 모습이
그냥  치솟는 모습이
하나의 매무시지만
가지를 베면 아파한다.
바람(风)이 불면 울기도 한다.
다만 죽어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을 뿐.
다만 강대로 말라도
넘어지지 않을 뿐이다. 

 

2.

나무의 운명

 
미끈하게 자라서
넘어지는 아픔을
숙명처럼 인내하며
토막나고 쪼개져서
새롭게 탄생하는
나무의 운명.
생의 전부를
선뜻이 바쳐
기둥으로 재생하고
어느 서재에서
연필이 되여
생은 이어지고
꽁꽁 속에다 숨겼던
뜨거운 광환이 있어
죽어도 빛나는 생명이다.

 

3.

나무읽기


 
(1)
 
우리의 눈에 씌여진
노오란 애싹은 연약함이 아니다.
생명의 속성을 깨치는 삶의 욕구이다.
 
우리의 눈을 매혹하는
파아란 잎새는 현혹만이 아니다.
생명의 지속을 열창하는 랑만이다.
우리의 눈길 앗아가는
빠알간 꽃은 요염한 자색만이 아니다.
생명의 희열을 고양하는 도고한 경지이다.
 
우리의 눈에 살풋이 안기는
황금빛 열매는 향기만이 아니다.
생명의 열망을 실현하는 고매한 덕성이다.
 
(2)
 
네가 보여준것
줄기와 가지와 잎은
눈을 즐겁게 하고
 
네가 보여주지 않은 것
땅속 깊이 묻혀있는 뿌리는
마음을 뜨겁게 한다.
 
그래서일가?
너를 마주하면
나는 무엇인가 모자라는 듯.
 
보여준 것과 보여주지 않은 것
어느 한쪽이 기울면
나무처럼 튼실하게 클 수 없는 것.
 
 (3)
 
파란 옷
빨간 옷
노란 옷
하얀 옷
철철이 겉옷
갈아입는다고
오해가 뒤따르는
나무이지만
모름지기 속으로
늘이는 테
드러내지 않는다.
오직
베여봐야
눈부시다.
아름다운 광환
사는 진미 아닐가?!
 
(4)
 
하늘을 겨냥하고
우중충 치솟는
희망으로 불타는
나무는
한번도 단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
땅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뿌리를
 
척박한 땅이든
아슬한 돌틈이든
꽉 껴안은 뿌리와
한몸이 되여 살고 지고.

 (5)
 
나무가 없는 세상을 련상한다면
얼마나 고달프고 황량한 삶이랴!
생기와 활력을 찾을 수 없으리.
용기와 희망을 찾을 수 없으리.
그리고 무연한 사막이 펼쳐지리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아는 듯 모르는 듯
피와 살이 아니다.
명과 삶이 아니다.
아무런 상관없는 생명체처럼
나뒹굴어도 못본체 스치고 있다.
마음대로 찍고 베고 뽑고
마음대로 유린하고 살육하고
하긴 아직도 숲이 우겨져 있기에
우리의 일상에 변화는 크지 않아도
불이 되여 구을고 있다
발등에 떨어지고 있다
항상 눈앞만 챙기는 사람들에게
 
나무가 없는 세상은 련상마저 끔찍하다.
베여진 나무에서 피를 보아라.
넘어진 나무에서 자신을 떠올리라.
짙푸르게 크고 있는 나무와 함께
우리의 삶은 파랗게 이어지는 것이다. 

 

▲ 여긴 도서관인가요, 식당인가요?...습관이 시인을 만든다...<편집자>

4.

나무의 삶 
 

 
나무는 나무마다
꿈이 있다.
결코 재목이 되는
꿈만이 아닌
 
운명이 다르고
선자리가 다르고
자람새가 다르고
조상이 서로 달라도
 
지향이 같고
추구가 같고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같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같아
 
나무는 외따로 서면
홀로서기에 당당하고
여럿이 나란히 서면
아름다운 숲이 된다.
 
파란 잎을 피우고
가지를 키우고
줄기가 치솟는
눈에 보이는 일보다
나무는 속에다 꽁꽁 늘이는
보이지 않는  테가 있다.
그리고
어두운 땅밑에서
쉼없이 일하는
근면한 뿌리가 있어
 
나무는 나무마다
꿈을 가꾼다.
훤칠하게 자라서
자신에게 미안하지 않는
자신만의 속이 꽉찬
꿈을 가꾼다.
 
 

5.

나무의 비밀 


 
보이는것 내놓고
보이지 않는 모두가
비밀은 아니다.
감추는 것이 비밀이다.
 
땅속 깊이 묻혀있는
나무의 뿌리가
결코 비밀이 아닌것처럼
나무는 비밀이 없다.
 
속과 겉이 따로 아닌
몸과 마음 그리고 자세
그대로 속이는 것 없이
보여주는 나무다.
 
모름지기 감추는 것 없기에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은밀히 숨기는 것 없기에
마냥 의젓한 나무 아니랴!
 
숨은 노력은 있어도
숨은 조작이 없는
나무의 비밀은 바로
비밀이 없는 것이다.

 

6.

나무의 계시

 

나무는
사람들 심목에서
거룩한 믿음이다.
 
설 자리는
운명이였어도
선 자리는 고이 지켜낸
 
나무는
홀짝 건너뛰는
얄미운 간교가 없다.
 
오직
드팀없는 지킴으로
하나의 족속이 거연하다.

 

7.

나무의 진실

 
달고 쓴 일상에 오연한 수리개
서야 할 자리
해야 할 일에
강물의 흐름처럼 집착하는
 
갈길은 멀고 험난하여도
심지가 한일자로 곧은
한올의 푸름을 위하여
한겨울의 고독에도 눈물 감춘다.
 
아픔에 누구보다 민감하지만
속에다 꽁꽁 테를 늘이며
래일을 날아예는 오연한 수리개
생의 갈피마다 푸른 향이 짙다.

 

8.

나무전(传)

 

한그루의 나무에는
하나의 세계가 숨쉰다.
생명의 기원처럼
범상하지 않은 나무!
씨앗이 움터서부터
운명의 고행은 시작이다.
선자리 지키는 아픔은
바람이 알고 새가 안다.
튼실한 몸의 무게는
속에서 고패친 년륜이 말한다.
세월속에 빛으로 살다
땅속에 조용히 묻히는 나무!
모든것을 두고 가는 숙명
죽음마저 삶의 연장선이다.
사는 동안 한점의 후회도
흘리지 않은 깨끗한 나무!
우리에게 사는 의미
행위로 보여준 고매한 나무!
나무의 생명은 오직
나무라는 이름의 완성이다.

 

9.

나무는 집을 떠나도 나무다


 
자신의 모든 가진것을 바꿀줄 모르는
나무는 집을 떠나도 나무다.
그 하늘 그 산천이 아니여도
선자리 설자리가 바뀌였을뿐
나무라는 이름은 변함이 없다
 
어디서나 걸차게 일하는 근면함을 버리지 않고
언제든지 살음에 충성하는 소박한 성품이기에
양지에서 음달에로 옮겨앉던지
음달에서 양지에로 옮겨앉던지
탓함에 미련하리만치 둔한 고집스런 푸름을 이고
꿋꿋이 일어서는 허리기운 좋고 배포 유한 사나이.
 
주변을 억세게 사랑하는 너그러움으로
척박한 땅이거나 돌틈에도 용케 뿌리내리고
비바람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오리오리 해살로 가슴에 테를 늘이는
고독의 장명등 푸르게 가꾸는 칠칠한 사나이.
흰색의 원상에서 티끌 하나 찾지 마시라!
 
광활한 령역을 무대로 개척하는 사랑에 젖어
옮겨앉은 자리에서 푸른 숲을 그려가는
나무와 사나이는 함께 푸르싱싱 자라고
사나이와 나무는 함께 숲이 되는 것이다.

 

▲ 스마트폰에 연설문 써서 읽고, 그래서 시도 스마트하게 쓰고...그래서 시인도 끝까지 간다...<편집자>

10.

나무이고 싶다


 
백년도 더 살았건만
아직도 활력과 생기로
충만된 나무!
 
비결에 한해선 묵묵부답
머리만 설레설레 저을뿐.
 
캄캄한 땅속에서 일하는
뿌리가 들려준 이야기
나무는
해와 달과 별과
비, 눈, 바람 그리고
강과 산과 들과
꽃, 나비, 새 그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이웃으로
아기자기 산단다.
 
나무의 메아리는
흉벽을 두드린다
생명이 생명다운
나무에게는
나보다 더많은
눈물이 있었다.
좌절이 있었다.
불행이 있었다.
아픔이 있었다.
 
하기에 나무는
너보다 나보다
더 굳세다.
더 올곧다.
더 풍만하다.
더 튼실하다.
 
백년도 더 살았건만
아직도 활력과 생기로
충만된 나무!
나도 나무이고 싶다.

 

11.

나무의 자세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에 흠뻑 젖고
눈이 오면 눈에 발목이 묻혀도
 
나무는 항상 올곧은 자세로
자신의 초지를 굽히지  않는다.
잎을 다 잃어버린 삼동에도
허리 한번 굽히지 않는다.
 
나무는 선자리서 강대가 될망정
소홀히 그 자리를 드티지 않는
강잉하고  매서운 아집이 있다.
엄한에도 굴할줄 모르는 투혼이다.
 
땅속 깊이 파고드는 겸허한 뿌리
하늘 높이 치켜솟는 도고한 줄기
마디를 늘이기에 진력하는 가지
기름 찰찰 흐르는 짙푸른 잎새.
 
참새의 조롱이나 비난에는 무감한
나무의 일상은 조용하고 담담해도
말(话语)로서는 전혀 닿을수 없는
천고에 길이 남을 철학을 쓰고있다. 

▲ "네, 전 교육자입니다. 한복이 잘 어울리지요?..." ...한민족의 얼을 끝까지 지키려는 시인의 지조가 돋보인다...<편집자>

12.

나무는…

 

그렇게 한자릴 지키는 나무
나무의 이야기엔 피 흐릅니다.
무한히 수용하는 그 자세가
늘 푸른 우리들의 거울 아닐가?
 
한일자로 치솟는 그런 선택이
우리들의 어둡을 밝혀줍니다.
차거운 계절도 뜨겁게 사랑하며
자신을 가꾸는 짙푸른 생명.
 
탈없이 잘도 크는 나무에게서
요리조리 몸을 빼며 자리탐하는
우리들의 일상을 떠올립니다.
지꿋은 추구가 무엇임을 세워줍니다.
 
나무는 그렇게 말이 없이도
말이 많은 우리를 끓이옵니다.
순진하고 무궁한 움직임으로
촐싹이는 우리들의 어깨를 다독입니다.

 

13.

나무의 삶

 

나무는 주어진 운명을 탓하지 않고
나무로 사는 일을 즐긴다.
나무는 선자리 드팀없이 지키면서
주변과 잘 어울려 산다.

나무는 자신이 나무임을 잘 안다.
하기에 도를 넘는 무리가 없다.
자신의 숙명에 충성하며
주어진 모든 것을 아낀다.

나무는 오직 자신이 닿을 수 있는
제한된 공간에서 키를 높이며
존재의 의미를 음미하고
존재의 가치를 실현한다.

나무는 의지하는 경우가 없다
은근히 자신의 힘을 믿으며
자신의 힘으로 크려 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알차게 산다.

예측이 불가능한 삶의 길에서
련습 없이도 올곧게 크는 나무
호언장담 한마디 없어도
살음은 지긋이 고르롭다.

한몸 고스란히 바치는 행위로
생을 마감하는 나무의 운명.
가진 것 모두 두고가는 우리와
무엇이 확연하게 다르랴!

달달달 볶다가 떠나는 인생
느긋이 살다가는 나무처럼
한점의 부끄럼 남기지 않는
나무로 내 삶을 밝히련다.

 

14.

나무례찬 


 
나무 없는 산
그런 산은 외로울가봐
나무는 산을
단 한발작도 떠나지 않았다.
 
나무 없는 들
그런 들은 고독할가봐
나무는 들을
떡 버티고 서서 지켜주고 있다.
 
나무 없는 강
그런 강은 괴로울가봐
나무는 강에
쾌히 거꾸로 비껴 흐른다.
 
나무 없는 고향
그런 고향은 서글플가봐
나무는 고향에
천만년 그렇게 드팀없이 서있다.

 

15.

나무의 봄

 

긴 한겨울
죽어서야
환생하는
나무의 봄

파랗게 숨쉬던
숨이 닫기면
나무는 조용히
전기를 쓴다.

산다는 의미를
묵묵히 새기는
나무의 가슴에는
그림이 있다

세월의 흐름
꽁꽁 다지며
나무는 자신을
즐기며 산다.

邮编:157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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