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옹의 뜻은 술에 있는 것이 아니다

글/쉬팡칭(徐方清)

[서울=동북아신문]전환 중에 있는 오랜 도시와 국가를 최대한 홍보할 기회이기에 그들은 온갖 힘을 다했다.

노이바이 국제공항 입구에 들어서니 한 장의 화려한 채색의 김트럼프회의 포스터를 볼 수 있었는데 북한과 미국 영도자들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글자는 “언론을 환영한다!”였다.

2019년 2월말 제2차 김트럼프회의 때문에 베트남은 다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전 세계 40여개 국가와 지역에서 온 3,000여명의 기자들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운집했다. 베트남 정부측은 전문적으로 언론인들을 위해서 VIP통로를 개설했다. 나의 10여년간 되는 국제보도 경력에서 이런 ‘대우’는 처음이었다.

5년전, 마찬가지로 베트남이다. 말레이시아항공 MH370여객기 실종사건을 보도할 때 호치민시 탄손나트공항으로 출경할 때 세관에서 강제로 인민폐 10위안의 세금을 바쳤다. 그때와 비교하면 눈앞의 하노이는 조금 딴 세상 같았다.

하노이는 명실상부한 천년고도인데 기원 11세기부터 베트남 북부의 정치, 경제와 문화의 중심이었다. 하노이시구는 또 내성이라고 불리는데 주로 자성, 황성과 경성 3부분으로 분류된다. 역사상 황제, 후비 및 그 자손, 시종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자성이라고 불렀고, 자성을 둘러싼 황성은 조정신하, 관리의 사무처리기구소재지이며, 황성 외의 거리, 시장, 주민구를 경성이라고 불렀다.

하노이의 이번 김트럼프회의 설계주제포스터는 ‘평화의 성’이고, 로고는 올리브 가지를 문 평화의 비둘기가 화려한 날개를 펼친 것이다. 전란이 빈발하는 하노이를 놓고 볼 때 ‘평화의 성’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왕조가 바뀌는 크고 작은 전쟁에서 하노이 고대건축은 훼손이 심하고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으며 한 단락의 200미터도 안 되는 불완전한 성벽이 역사의 풍상을 증명해주고 있다. 하노이 내성의 거리 곳곳을 누비노라면 많은 연대감이 있는 건축물이 오늘날의 사람에게 남기는 것은 ‘식민기억’이다.

오늘 가장 유명한 ‘고대건축물’은 19세기 80년대에 지어진 성 조셉 성당이라고도 불리는 하노이대성당인데 로마천주교회에서 가장 일찍 베트남에 설립한 총교구이다. 이것은 고딕양식을 모방한 건축물인데 바깥벽은 회색으로 칠하여 중세기의 풍격을 나타내었으며 유럽의 석조건축과 같은바 파리 노트르담을 모방한 것이다.

김트럼프회의 국제뉴스센터는 베트남소련우의문화궁에 설치됐는데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이 숙박하는 멜리아호텔과 단지 수백 미터 거리밖에 안 된다. 이 곳은 베트남과 소련의 우의를 상징하는 건물로 지난 세기 80년대에 건립되었으며 줄곧 하노이에서 중요한 문화와 경제무역활동을 개최하는 장소였다.

근 1년전에 처음으로 김트럼프회의를 개최한 싱가포르와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베트남의 1인당 GDP가 싱가포르의 1/20도 안 되지만 베트남은 하드웨어와 공짜 ‘복리’에서 싱가포르와 비교해서 우세를 차지한다. 총 인구가 800여만명을 넘지 않는 하노이를 놓고 말하면 이 번 전세계가 주목하는 회견을 마련하기 위해서 변화 중에 있는 오랜 도시와 국가를 최대한 홍보하기 위해서 베트남은 온갖 힘을 다 했다.

국제뉴스센터에서는 무료로 동서방을 융합한 입맛의 뷔페를 제공한다. 그러나 상쾌하고 맛있는 하노이 쌀국수, 오색찬란한 란이모 떡쑥(兰姨鼠麴草) 찹쌀떡 등 특색 맛집 앞에서 언제나 더 긴 줄이 형성된다.

베트남 외교부에서 나눠준 관련 취재증명서를 갖고 있으면 외국기자는 무료로 하노이에서 공공버스와 2층 관광버스를 탈 수 있고 무료로 택시를 예약할 수 있다. 두 번째 이 ‘혜택’도 10여년 기자생활에서 처음으로 누리는 것이다.

회견기간에 외국기자는 무료로 베트남 전지역 열차를 타고, 무료로 베트남 국내 비행기를 탑승하며, 무료로 호이안、푸꾸옥、나짱진주 등 5성급리조트에서 이틀 밤을 묵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돌아가는 시간이 이미 정해져서 나는 이 같은 패키지를 받은 국내외 동료들을 질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온 성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김트럼프회의 포스터, 베트남 북한 미국 국기 및 몇십 조각 새로 세운 큰 스크린도 오랜 도시 하노이의 소박하고 낡은 면모를 감추지 못했다. 김정은이 숙박한 5성급호텔 주변에 인도도 울퉁불퉁하고 전봇대도 비뚤어졌다. 처음 베트남에 오는 사람에게 가장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모터가 요란스럽게 울리는 밀집된 오토바이 흐름 속에서 길을 건너는 틈새를 찾는 것이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메트로폴리탄 호텔에서 처음으로 회견했는데 나는 국제뉴스센터로부터 늦게 도착하여 호텔로 가는 도중에 길이 봉쇄되어 호안끼엠 호를 따라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호안끼엠 호는 하노이에서 가장 이름 있는 관광지이다. 호안끼엠 호 주변에는 많은 중요한 건물들이 호수를 따라서 지어져 있어서 하노이의 유럽아시아 문화와 역사융합의 특징을 보여 주었다. 북쪽은 떠들썩한 전통상업지구 36거리이고, 서쪽은 ‘서호’에 인접한 명승지가 모여 있는데 호찌민능, 문묘, 일주탑 등이 있다. 동쪽은 역사박물관, 하노이오페라극장 등 프랑스식민지 건축이 있고, 200미터 거리에는 김트럼프회의가 열리는 메트로폴리탄 호텔이 있다.

반세기의 평화 기간은 이 구불구불 감도는 지역의 아름다운 경치로 하여금 사람을 기쁘게 하였다. 호숫가는 짙은 나무그늘로 덮였고, 호숫물은 깨끗하고 고요하다. 카메라를 보며 긴 벤치에 앉아있는 몇 명의 젊은 아가씨들은 쑥스럽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마도 영어를 알아 듣지 못하는지 내가 그녀들에게 김트럼프회의가 얼마 뒤 몇백 미터 밖 지역에서 진행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그녀들은 깔깔거리며 웃기만 했다.

‘최고수준의 보안’은 온 곳에 널려있다. 그러나 군인과 경찰을 위주로 하는 보안인원은 사람들에게 많은 긴장감을 주지는 않았다. 책임 범위 내에서는 가능한 편리를 제공하였다. 김정은 대오가 멜리아호텔이 도착하는 ‘가장 민감한 시각’ 보안 인원이 경찰견을 이끌고 호텔 입구의 차에서 내렸는데 상대방에게 가까운 거리에서 경찰견을 찍어도 되느냐고 내가 물으니 상대방은 매우 흔쾌하게 “좋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내가 취재의사를 밝히자 웃으면서 손을 저어 거절했다.

김트럼프회의 기간 하노이에서는 곳곳에서 “취옹의 뜻은 술에 있지 않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차례차례 도착한 전날 외교부 부부장 리화이중(黎淮忠), 베트남 국가여행총국 부국장 허원초우(何文超)가 손을 맞잡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후자의 연설이 더 많은 시간을 차지 했는데 하노이가 어떻게 열심히 회의를 마련했고, 베트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공을 들여 소개했다. 2명의 영도자가 도착하는 날, 베트남 정보미디어부, 외교부와 베트남 우정총공사는 연합으로 한 차례의 발표회를 열었는데 주제는 북한과 미국 영도자 회견을 하는 것을 기념하는 특수 우표를 발행하자는 것이다. 국제뉴스센터의 스크린에서는 더 많은 시간을 베트남 풍경 영상물을 방영하고 있었다.

비록 하노이의 무료 ‘복리’를 거의 전기간 누렸지만 가끔 우리들은 자신의 돈을 꺼내서 택시를 탔다. 거스름 돈을 찾을 때 절반이 되는 확률의 택시기사들은 대단히 서투른 영어 혹은 손으로 가리키며 우리들에게 “거스름돈이 부족하다”고 알려 주었다. 우리들은 그냥 웃고 말면서 서둘러 인사를 하고 다음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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