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탐방② 사랑하는 이스라엘인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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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선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탐방② 사랑하는 이스라엘인 가야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19.03.2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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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선 / 지구촌공동체를 탐방하고 있는 공동체 운동가

[서울=동북아신문]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땅을 여행하기 위해서 텔아비브 공항으로 이동했다. 새로 신설된 고속열차를 타고 20여분만에 예루살렘 중앙기차역에 도착했다. 버스를 갈아타고 바로 가야(Gaya)네 집으로 간다. 가야는 신성한 도시 예루살렘에서 나고 자란 이스라엘인이다. 그녀는 나의 친한 친구의 짝지이며, 작년 이스라엘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만나며 좋은 친구가 되었다. 본격적으로 걷기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그녀의 집에서 며칠간 지내며 준비를 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움직임과 춤을 공부하고 있는 그녀는 공연준비로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가야는 한명의 여동생과 두 명의 남동생을 둔 사남매이다. 언제나 그들의 가족들을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웃음을 주었다. 우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바쁘고, 대답하고 있노라면 다 대답하기도 전에 다른 질문이 쏟아졌다. 가족들은 또 이야기를 나누고 또 나눈다. 그렇게 저녁시간은 금방 지나가곤 했다. 그녀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많은 이스라엘인들의 집들이 그렇듯이 팔레스타인인들이 살던 곳이다. 두꺼운 벽으로 지어진 아치형의 아름다운 지붕이 있는 1층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 위에 2층이 추가로 지어졌고, 여러 사람들을 거쳐서 가야네에게 왔다고 한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가야 가족과 그 집에는 자신의 집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슬픈 기억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집에서 지내는 시간 내내 이 집의 원래 주인이었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편안하고 따듯한 가야 가족들의 환대에 대한 고마움과, 옛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에서 지낸다는 불편함이 교차했다.

가야와 나는 예루살렘의 아름다운 길들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곧 오랫동안 꿈꾸었던 생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다녀온다고 했다. 그날은 금요일 유대교의 안식일인 샤밧이었다. 그녀가 모임에 가있는 동안 나와 로비는 동쪽 예루살렘에 다녀오기로 했다. 샤밧에는 오후 2시 이후에는 차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으니 꼭 이전에 돌아오라는 당부를 하며 그녀는 모임을 하러 텔아비브로 떠났다.

▲ 저녁, 가야네 집 입구.

들뜬 모습으로 돌아온 가야와 그 짝지는 생태공동체 모임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해주었다. 오랜 기간 동안 생태공동체를 준비하며 모임을 가져온 사람들이라고 했다. 함께 공부하며 준비하던 와중에 정부에서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고, 시설비만 내면 지낼 수 있다고 했다. 처음으로 희망을 느꼈다는 그네들은 앞으로 살게 될 날들을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뻐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쉽지만은 않아보였다. 왜냐면 정부가 제공한다는 땅은 이스라엘의 북동쪽 끝에 있는 골란고원, 67년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땅, 그 뒤로 서안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영토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곳에서 생태공동체를 짓고 산다는 것은 유대정착민이 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정착민은 세틀러라고도 부른다. 이스라엘 정부는 서안지구의 땅을 불법으로 점령하여 유대인들을 정착시키는 일을 오랫동안 진행해오고 있다. 정착촌에 군인들을 배치하고 지원정책을 실시하여 더 많은 정착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점점 커져가는 정착촌들 때문에 서안의 독립은 힘들어져가고 정착민들과 팔레스타인인들과의 갈등은 깊어가고 있다.

가족들은 골란고원과 서안이 같은가 아닌가를 두고 또 옥신각신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샤밧 저녁을 먹고 산책을 나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이웃 미라(Mira)를 만나게 되었다.

미라는 전직 변호사였다고 한다. 이제는 할머니가 된 미라는 역사의 산 증인이다. 우리는 미라에게 서안과 골란고원이 같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전쟁 이후 서안 해방을 줄곧 주장해왔는데, 그러지 못해 지금까지 오게 되어 속상하다며 그녀는 열변을 토한다.

“서안이든 골란은 똑같아. 다시 돌려줘야해. 서안에 계속 정착촌을 짓는다고 300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 쫒아낼 수 있을 것 같아?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가 되어야해. 무슬림과 유대인은 같은 나라에서 살 수 없어. 지금 군사 점령을 지속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어렵게 할 뿐이야. 그러니 얼른 줘버려야 한다구.”

“어디로 주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가 물었다.

“어디긴, 하늘에다 주는 거지!”

▲ 예루살렘의 숨겨진 아름다운 길을 산책하다 멈춰 석양을 기다린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해서 물었다. 그리고 가까운 외국인 친구들이 이렇게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그녀의 이야기에는 오랜 시간 동안 숙고한 고민들이 쌓여있는 듯했다.

“당연히 친구들이 팔레스타인에 관심이 가는 걸 이해할 수 있어. 나도 너무나 궁금하고 관심이 가는 걸. 이스라엘인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서안지구에도 친구들과 함께 다녀오기도 했어. 서안에 아주 가깝고 소중한 팔레스타인 친구들도 있지. 이 땅에 있는 다른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녀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나의 삶이 가지고 있는 특권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었어. 누군가는 무슬림들이 고통 받더라도 그건 그들의 일이니까 무시하라고 했어.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어. 그들과 내가 다르지 않으니까. 같은 사람이니까. 그들의 권리를 빼앗을 수 없다고 생각해 한때 평화 시위와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기도 했었어.”

“그렇게 운동에 참여하다가 이스라엘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어?”

나는 물었다.

▲ 구름은 지는 석양과 아름다운 춤을 추었다.

“응 많이 있어. 나도 이스라엘 밖에서 살 수 있다면 그게 나을 거야라는 생각도 해봤어. 독일인 짝지도 있고. 어떻게 보면 나가서 사는 게 마음은 더 평화로울 것 같았거든. 특권 속에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도 이야기가 있어. 나조차도 며칠 전까지 가족들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가던 식당이 하루아침에 폭파되어 있기도 하고, 이웃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버스가 테러당하기도 했어. 어떤 사람들은 말해,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없다고. 그렇지만 내 집은 여기 이스라엘인 걸. 나는 여기 이스라엘 인으로 존재하고 있는 걸? 없다고 말하면, 나는 도대체 누구고 어디에서 온 걸까? 이곳에는 이렇게 두개의 정반대되는 이야기가 있어. 절대 만날 수 없는 두 이야기. 아무리 활동을 해도 그 거리는 멀어져만 가더라고. 어느 순간 애쓰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방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간 여성과 움직임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만났고, 내가 나눌 수 있을 만큼 배우기 위해서 지금은 공부에 집중하는 중이야. 가끔은 충분히 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기도 해. 하지만 이제는 떠나려는 생각은 안 해. 여기 나의 고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 가야와 나 단둘이 찍은 사진.

“나도 그 마음 알아. 나의 뿌리와 연결되는 강한 느낌.”

“만약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는 거면 이젠 심지어 세틀러가 되어야 하는 거야.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 이스라엘에서 지내기 위해서는 살 곳이 필요한데,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길은 이 방법 말고는 딱히 보이지 않아. 물가와 땅값이 비싸서 우리 힘으로 살 곳을 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

우리는 이야기를 접기가 쉽지 않았다. 곧 여행을 시작하는 나에게 가야는 언제 무슨 도움이 필요하든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시간이 나면 우리가 있는 곳에서 함께 걷고 싶다고 했다. 지쳐서 아니면 지치지 않아도 문득 돌아오고 싶어지면 여기 예루살렘의 집이 있다며 언제든 환영이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가야를 만날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가야의 이야기는 겸손하면서도 솔직했다. 그녀는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가야가 오랜 시간 동안 꿈꾸었던 공간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랐다.

▲ 마당에서 들여다보는 집. 가야의 막내 동생 힐렐(Hillel)이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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