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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시/홍연숙] 자화상 외5수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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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04  11: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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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북아신문=이동렬 기자] 홍연숙은 언제부터인가 자기를 무너뜨리고 마스고 짓밟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를 읽으면 약간의 짜릿한 쾌감과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조가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끊임없는 자기 파괴는 또 다른 자기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란 것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그의 시앞에서 그만의 시적인 경지와 역량을 보게 된다. 자기 것을 만들어가는 '자기'만의 시인을 보게 된다...

<편집자>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문학의강'으로 시 등단. 동포문학 시부문 우수상 수상. 현재 울산 거주

자화상


홍연숙


미친년이
사람보면  잘 웃지도 않는 년이
개나 고양이보면 실실 잘도 흘리는 년이
나무를 보고도 웃고
하늘을 보고도 웃고
떠가는 구름보고는 손짓발짓까지 하는 년이
강기슭 풀들과 인사를 하고
흐르는 강물에  잔소리도 널어놓는 년이
꽃 보면 방방대며 촐싹거리던 년이
아주 그냥 꽃이 되고 싶어
벌거벗지 못해 환장을 해버린 년이
산이 퍼렇게 들어 온다고 흥분하고
바다가 되어 들썩인다고
미친 소리만 너불대던 년이
페경도 해버린 년이
가랑이 벌리고 애 낳는다고
그 무신 해괴한 지럴 해싸는 년이
개뿔따구도 보이지 않는데
무얼 그리 꺼내들고
무슨 흉내를 끔찍이도 내고 내는 년이
낳기는 무얼 낳는다고
싸기만 하는 년이
죽기살기로 낳겠다고 죽는 시늉까지 하는 년이
미친년이

 2019.3.30


복사꽃이 필 때면
 

당신이
거기에 있네요
기다리고 있네요
수 년이 지난 오늘, 당신은
그때처럼 수줍게 웃네요
전 이렇게 늦게 왔는데
한참 주름지며 왔는데
당신은 젊은 그때의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네요
어제 헤여졌던 것 처럼
마알갛게 웃으며 반갑다고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네요
이제야 이별을 배웠네요
당신이 기다려진다구요
희한하게도 복사꽃이 필 때면
당신이 기다려진다구요

2019.3.28

 

동백사진 한장 남겼습니다
 

울산에 와서야 동백을 알았습니다
진붉은 동백꽃이 와락와락 피다가
투둑투둑 떨어지는 것이
붉은 살덩이가 떨어지는 것이
감히 쳐다볼 수가 없어
에돌고 피하다가
외롭게 저 멀리에 놓아두었습니다
벚꽃처럼 한잎 두잎 떨어 질 것이지
지가 뭐라고 그렇게도 빨리 지고파
몇 점 없는 살덩이들을
한 줄에 꿰여 한 입에 다 넣고
퍼렇게 나무가 되였나고
바보 같다고 원망도 했습니다
집도 절도 없는 남자한테
속 까지 다 빼주고
앙상한 양띠 고집만 남은 언니는
마른 땅에 눌러 앉아
거친 피부에 검버섯을 피운 언니는
활짝 웃으며 투욱 떨어집니다
맨 땅에서 붉게 웃습니다

2019.3.30

 

꽃이고 싶다


꽃 처럼 가셨다는 당신
꽃 처럼 살았는가
꽃 처럼 벌거벗고 살았는가
꽃 처럼 사람들 앞에서 검은 속살을 벌려 보았는가

나는
꽃이고 싶다
내 안의 모든 글들을
다 끄집어내여 활짝 피우고
어느 손에 허리가 꺾이고
어느 구두발에 짓뭉개지더라도
나는
꽃이고 싶다
화무십일홍이라지만
단 하루만 붉어 진대도
추하고 냄새나는 그 검은 속살을
마음대로 벌리고 피우고 싶다
한 字도 거짓 없는
꽃이고 싶다
나는
꽃이고 싶다

2019.3.28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629년
불경 얻으러 인도 가던 당승은
바위돌에 머물러 고독을 두런거리고
2017년
서장 뤄부꺼우의 바위돌에서 나는
당승의 고독을 엿듣는다

수많은 죄들이 뿌리고 간 지페들이
쌓이고 날리고 퇴색하고
비물에 바람에 세월에
나붓기는 하다들이
머리를 풀고 그 고독을 위로한다

당승의 념불이 중얼중얼
내 찌든 이야기를 세탁시키고
나는 어느새 바위틈새로
나무잎속으로 땅속으로 
스며들고 사라진다

2017.7.22

 

뿌리
 

평생 모은 재산을 모조리 털린 나무뿌리가
길 옆에 패대기쳐진 채 뒹굴고 있다
어느 집의 기둥이 되었는지
어느 강의 다리가 되었는지
싱싱한 줄기는 뭉청 잘려나가고
쓰잘데기없는 뿌리만이 기다란 침묵을 하고 있다
단 한번도 남들 앞에 나서보지 못한
오로지 당하기만 하던 부끄러움
그 마지막을 비굴하게 들키고 있다
처참한 실패들이 트로피처럼 쌓인
먹고 살기 위한 짐승의 발버둥질을
흘겨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살면서 한번쯤은 폼 내고 싶었으리라
세상에 살몸 드러내고 웃고 싶었으리라
어둠속에서 숨을 다 하고 드디어 세상에 나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말라가는 뿌리가
길 옆에 버려진 채 나뒹굴고 있다
하얗게 화석이 된 물소의  뿔이 그 마름을 거들고 있다

2019.4.3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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