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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련]술이라는 인생의 비타민
정련  |  942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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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5  15: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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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련약력: 본지 칼럼니스트. 흑룡강성 상지시 조선족중학교. 2002년 흑룡강성 문과수석. 북경대학 경제학원 국제경제무역학과 02학번, 학부 졸업. [업무경력] : 2006년 9월 ~ 2010년 9월 우리에프앤아이(우리금융그룹 자회사, 현재 대신에프앤아이), 투자팀. 2010년 10월 ~ 2014년 6월 동양증권(현재 유안타증권) IB부문 기업금융업무. 2014년 6월 ~ 현재 유안타증권 기획팀, 비서팀 팀장.

만명 이상의 도시가 생겨나면서상하수 시스템이 없는 도시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깨끗한 물을 먹고깨끗한 물로 씻는 일이었다외과 수술에서 가장 먼저 생겨났다고 볼 수 있는 절개 수술이결석 제거술이었던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그런 의미에서깨끗한 물을 보관하고 마시기 위하여 발명된 것이 맥주와 와인이라고 한다(“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발효라는 것이정말 신의 선물과 같은 오묘한 과정이다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여 먹기 어렵던 시절우리는 김치나 된장과 같은 엄청난 발명품을 만들어 냈다술은 그런 맥락에서 그에 못지 않은 위대한 발명품이고그 영향력 또한 지연적인 김치”, “된장을 훌쩍 뛰어넘어 세계 만인 공통의 문화를 다양하게 만들어 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나는 술을 좋아한다주량과 관계 없이그 오묘한 맛과그 맛 이후의 즐거움을 모두 즐긴다가끔 혼술도 하지만더 많이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멤버로 을 등장시킨다나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작년에 모 대학 학부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학부1학년 학생들이 똘망한 눈으로 나에게 했던 질문 중에 하나가, "직장생활에 있어서 술은 중요한가요?"였다짧은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 했다

 

우리 첫째 아이가여자아이여서 말도 어휘력도 따라서 친구들과의 놀이에 있어서 지배력도 조금 빨리 가졌었다. 5살이 되면서본인 스스로 언어로 많은 것이 해결이 가능하다는 자부심을 막 가져갈 때쯤남자친구들의 신체 위주의 감정표현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일종의 의도치 않은 잘난 척이겠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 말귀를 못알아 듣고대화가 안되고 불편해서도무지 그들과 놀 수가 없다. “라는 표현을 했다

나는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사윤아놀이터에서 뛰어 놀면남자친구가 잘 뛰니 아님 니가 더 잘 뛰니? “

당연히 남자친구들이 더 잘 뛰지. “

그럼 남자친구들이 너 잘 못 뛴다고 너랑 안 놀아? “

아니. “

그래사윤아누구나 먼저 잘하는 일이 있고 늦게 잘하는 일이 있고좀 더 잘하는 일이 있고 좀 덜 잘하는 일이 있어먼저 잘하는 애가 양보하고 놀아주는 거지덜 잘하는 애가 놀아줄 수는 없는 거잖아. “

~”

나는 그 학생들에게직장생활에 있어 술은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다술만큼 사람과 친해지기 쉬운 좋은 방법은 흔치 않다다만술 또한 조금 잘 마시는 사람이 조금 덜 마시는 사람을 배려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좋은 방법인 것이다

 

사람이 밀을 정복하여 정착생활을 이루어 냈는냐아니면 밀이 사람을 정복하여,수많은 면역력 저하 및 전염병을 감수 하면서도 밀 농사를 위한 정착생활을 하게 되었느냐 라는 유발하라리(“사피엔스”)의 질문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크게 설득력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으나,“술에 취한 세계사”(마크 포사이스서정아 역미래의창 출판)에서는 알콜 섭취를 위하여 인간이 정착생활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과감한 가능성을 던진다

 

술에 대하여 이야기하면 흔히 이성과 혼동하여 생각을 많이 한다엥겔지수를 가난 여부에 대한 지표로 본다면알콜중독자 비중을 빈곤지역 여부에 대한 비 공식적인 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아이러니한 것은자살이라는 전염성이 있는 사회적 현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알콜중독과 자살의 연관성을 찾아보려고 하였으나그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자살론”, 에밀 뒤르켐). 음주에 의한 심신미약상태라는 것이 여러가지 사건에서의 논거로 남용되는 것과 더불어 술취한 사람에 대한만행에 대한 훈방조치 등을 근거로, “술이 문제야라는 식의 여론이 상당히 있고, “이라는 검색어를 네이버에 입력하면 에 의하여 가정이 파탄 나는 수많은 사례들이 수두룩이 튀어 나온다

술의 첫번째 순기능, “마취가 이런 맥락이다

의학적 마취 및 소독 등 알콜이라는 화학물의 효용은 여기에서 논하지 않기로 한다

 

주량을 물어보면 흔히이렇게들 이야기 한다

일때문에 긴장해야 할 자리에서 정신 차리고 마시면 얼마 정도 마실 수 있고편한 사람들과 마음 편하게 마시면 얼마 정도 마실 수 있다

주량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개인 기준이겠지만, “블랙아웃이 오지 않고 큰 실수를 하지 않을 정도라고만 하여도 상당히 Rough한 기준이다어쨌든많게든 적게든 은 어떤 부분의 뇌를 활성화 시키고 어떤 부분의 뇌를 마취시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한국에서 연간 가장 많이 쓰인 외래어가 스트레스라고 한다전민 건강검진 시대에 이어 전민 스트레스 컨트롤 시대가 시작되면서, “은 폭행을 유발시키는 의 역할 뿐만 아니라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싶다정신이 혼미해지는 수업시간에우리만의 단톡방에서, “끝나고 한잔 하자라는 이야기가 격하게 돌기 시작하는 타이밍이 있는데전형적인 스트레스 해소 수요라고 나는 본다

 

친구랑금융회사에서 살아남은(아직?) 여자사람으로서혼술을 안해봤으면 힘들어봤다고 말을 하지 말라고 한 적 있다정말 심란한 어느날혼자서 머리 숙이고 쉬지 않고 한라산을 훌쩍 넘고 혼자서 식당에 찾아가 갈치조림에 한라산 한병을 살폿이 마시고 나온 적이 있다제주도라는 특성 때문에 정말 호강스러운 혼술을 하긴 했지만혼자이기에 조용히 술마시며 오버할일 없이 조용히 내 마음에 집중했고또 혼자이기에 살짝 무서워서 두병까지 도전하지 못하고 곱게 호텔로 돌아갔다집에서 집안일에 땀을 쏟다가아이들이 잠든 저녁시간라면 한그릇 끓여놓고 소주 한잔 조용히 마시는 기분이 어떤 의미에서는 스스로에게 위로의 시간이 된다

 

어제 예술의 전당에 가서 디자인관련 전시회를 보는데태여나서 처음으로 집에 데려가고 싶은 그림을 발견하여그 앞에 한참 머물렀었다해볕이 너무 따뜻하다 못해별도 땅도 희미한 붉은 색으로 물들어버린 옥상 같은 곳에 날리는 빨래 한줌 밑에 덩그러니 놓여진 의자 하나가 전부인 그림이다따뜻하고 나른하여지금은 게을러도 괜찮아다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 일과를 정신 없이 보내고티비를 켜고 시원한 맥주 한캔을 들고 드디어 기대여 앉은 그런 기분인가그보다는 훨씬 분주하지 않은서두르지 않아도 되는그런 기분 좋은 나른함이다

마음만은 다 바쁜 현대인에게잠깐 몸과 마음 모두 쉬어가게 할 수 있는그런 나른하고 따뜻한 시간이 일 수 있지 않을까

 

주류회사의 상술로 주종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하나시장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것이고 주류 시장 또한 소비자 주도적인 부분이 크다는 이유로풍성해진 의 시장은 풍성해진 ” 문화 또한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다뭐든지 잘 먹는 나지만가끔 남편이랑 한번 다시 와야지 싶을 맛집을 메모한다. “을 찾아서 안주를 찾기도 하지만좋은 안주에 또 그만한 을 찾기도 한다술이 다양해서인지안주가 다양해서인지좀처럼 잦아들기 어려운 한잔이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온다고 한다

김치 전을 붙여 먹을까 생각하면서그러면 막걸리를 사와야겠다고 잠깐 생각했다회사 뒤에 와인샵 하나를 발견했는데한식에 와인이라는 신선함으로 찾아 갔었는데정말 안주가 맛있었다얼마 전에 대학원에서 진행한 와인특강에서소믈리에님의 강의에서 사실 레드와인에 정말 어울리는 안주는 순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내 입맛 또한 이에 공감한다는 사실을그 와인샵에서 느꼈다사소한 팁을 드리자면스파클링와인에 어울리는 안주가놀랍게도 튀순을 드셔보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스파클링이니까, “치킨이요, “했다가 소믈리에님이, “양심적으로 치킨엔 맥주죠!”라고 하신다소믈리에도 소맥을 즐겨 마신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다.  

 

을 한가지의 기호 또는 한가지의 능력으로 흔히 이야기한다, “저는 술을 잘 좋아합니다”, “쟤는 술을 잘 마십니다라는 식이다

 

주폭도 술병무식한 음주 때문에 민폐도 많이 생긴다고는 하나, “저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와 저는 술을 좋아합니다가 늘 같은 맥락이라는 점도 상기시켜 줬으면 좋겠다삼국연의의 도원결의부터수호지의 영웅 등장마다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나는 영웅이고 싶지는 않지만좋은 사람들과 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그런 사람일 뿐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이 나라 저 나라의 술자리 문화그 지역의 술이 특징을 가지게 된 과정 이런 것들도 가볍게 즐겁게 글로 풀어보고 싶다간만에 날이 너무 좋은 나른한 오후다시 한번 노트북 앞에서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그것,나는 술을 참 좋아한다

 

정련  942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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