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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시/리춘화] 불꽃 외 10수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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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8  14: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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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춘화 약력 : 1982년 연변대학 졸업. 할빈시 조선족제1중학교 교사. 현재 정년퇴직. 흑룡강성작가협회 회원. 중국조선족 작가협회 회원. 재한 동포 문인협회 이사. 소설, 수필 30여 편, 시 다수 발표. 수상 경력 “박사컵” 교원 수기 우수상, “고려원컵” 은상, 동상 수상.
 
 
 
불꽃

리춘화

 

가슴에
성냥을 긋는다
뱀의 혀같은 심지가
피를 토한다
 
나의 공기창으로는
잔디길이 통한다
푸름의 향이 수송된다
 
숨을 쉬는 거리
숨을 쉬는 진리
 
깊은 잠에서 깨여난
머리 푼 바람이 진동한다
온 몸의 전율로 춤추며
 
봄꽃의 불길 타오른다


그 점선들
 

아우성 치던 것들이
시체 되어 누워있다
 
철도를 내며 달리던 사색들이
시체를 묻고 동강동강 토막난다
흔적을 지우는 망각
 
풀떡풀떡 뛰던 고래가
여음으로 멀어진다
 
원의 기초일까
직선의 기초일까
 
새 생명의 예찬
꽃을 위한 장례식이다
 

봄눈
 

옛사랑 놓친 미련이 
한 숨만 폴폴             
나무가 간밤 하얗게 머리 세였다.
참새가 거네 뛰며 재롱부려
흐린 기분 고친다
깨진 겨울틈을 비집고
새로운 만남이 엿본다
“나 가도 되니?”
조심스러운 숨결
묻힌 얼굴
훈훈한촉감 느끼며
이윽고차차 녹아 드는 몸
봄이 눈물 속에서 웃고 있다.


새해의 첫 장을 열면서
 

밤새가 흑진주 하나를
달 타고 올라밑으로 떨구었다.
풍덩. 아래로 검은 그물이 내린다.
검음이 편안히 드러 누울새 없이
우로 치솟는 채색의 기둥이
그물을 찢으며 난발한다.
물감의 족속들이 잔치연을 베푼다.
색과 그 연장선의 질감을 다툼하며
큰 북 작은 북 힘 모아치면서
퉁탕, 쿵쾅, 짜짝짝, 짝짝
온 도시가 온 나라가
새해에 사랑 메시지 전한다.

잠들줄 모르는 맥박으로
잠들 수 없는 새날을 노크한다


정리하다
 

저장고를 정리한다
손끝이 주춤
낡은 고물도 튕기면
새 음이 연주되지
 
잊힌 옛 이야기
시공간 넘어
자전거 타고 온다
순정의 햇살 담고
 
때 지난 음반에서
흐르는 낭만
“작은 도시 이야기 많아”

뒷산 나무에
무지개걸쳐놓고
그림 그리던 “화가들”

지금은 무엇들을 할까
틈새를 누비는 문안
부칠 바 없어

먼지 닦으며
복제해본다그 시절의 선율
이어지는 숨결을

 

추억
 

지금도 가끔 찾는다
비망록 찾 듯이
잃어진 사진이며 추억을
 
청춘의 한조각 찾듯
가끔은 비디오 돌린다

세탁된 기억들
그속에서 있는 사람들

추억의 모퉁이에
담담히 서있는 너

감각은 아직 억류된 채
디테일은 누가 훔쳐갔지?

정감은 아직도 메아리 치는데
 
가끔은 후렴구에 써넣을 
내용 고르고 싶어진다


비밀
 

미꾸라지가 기여 든다
소리 죽이며
스르륵스르륵
가슴을 톱질한다
함에 놓고는
불안해한다
금이 있는가
비밀은 숨막혀 익사한다
그 자리에 파리 몇 마리
위 잉- 획을 긋는다
하늘도 자주 얼굴 갈고
땅도 이름 바꾸건만
옛날 주소 그대로
문패 단다
비밀은 이름도 여러 가지다.


먼곳의 화폭
 

끓는 피의 역사인듯
겨울 안의 푸른 잎
은방울처럼 울리고
그 사이로
하늘땅 잇는
시간 속 비 내린다
조그마한 그림자
내 젊음의 꿈인 듯
거리를 헤맨다
젖고 씻으며
오늘도 가끔은
이어지는 헤매 임
북방에 습관된 생각이
남방을 석별할 때는
여태 푸른 12월초였다
지금도 가끔
가슴 물들이며
철썩거리는 그 푸르름

 

실면
 

밤의 자궁 속에 들었다.
그 길이를 재며
할일 없는 밤 벌레가 
생을 갉아먹는 
톱니 소리 듣는다
잠든 거리
어디서 째지는 소리
차츰 멀어진다
스러진 세월이
가시처럼 걸리고
목 타는 듯 입 벌려
밤이 아우성이다.
그 우를 표정 없이
내려다보는 달의 차거움 
식은 땀 흘리는 게으름
재로 된 회한이다
 

문뜩 
 

문뜩만났다

밀물이들어온다
때 지난 서정노래가
디테일 달고 온다

쌓아둔 담벽 가에 서서
서로의 과거를 읽는다

잘 지켜온 온도
시냇물은 졸—졸
햇빛이 총애한 그날
공원의 뒷길 따스했지

아버지 비보 받고 슬픈 날
기차역까지 달려온 너
그 모습 찰깍

넌 언제나 빛났어
추억의 고리에서 너는

서로를 알아본 시간들이
청춘의 선물임을 인제 알았어
 

잊다
       

검은 먹물에 덮혀 있다
원판이 가리워졌다
겨울의 발자국이
눈석임 물에 지워진다
한낮에도 못 찾는다
밤에 숨겨놓은 비밀
무엇이던가?
자질구레 깨여졌다
원상복구가 안 된다.
해일이 밀고간 
기억의 재해구이다
무엇이던가?
아픔 지우고 씨앗 품은
삶의 한 뙈기 터전이 아닐까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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