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중국동포역사교육문화탐방

▲ 박영진 yongzhenpiao@naver.com,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수기 수십 편 발표. 수상 다수. 동포문학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2. 거제도편 

 

한려수도 푸른 바다가 반겨주고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넋이 살아 숨 쉬는 한산대첩의 고장- 통영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으로 거제도는 어쩐지 사람들에게 우울하고 어둡고 침울한 느낌을 준다. 거제도는 한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고 또 국내 여행지 중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불운하게도 임진왜란 당시에 왜군의 함정에 빠져 2만 5천명의 조선수군이 전몰한 치욕스런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칠천량해전공원과 동족상잔의 가슴 아픈 역사를 뼈저리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6.25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역사체험파크)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지난 4월 27일, 충무공탄신일(4월 28일)에 즈음하여 통영을 찾은 우리 재한중국동포 역사교육문화탐방가족들은 첫 일정으로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신위를 모신 사당인 통영충렬사를 참배하고 그 다음 유명한 세병관(국보 305호)이 있는 삼도수군통제영과 한국의 벽화마을의 원조로 알려진 동피랑, 서피랑을 탐방했다. 위풍당당한 거북선과 판옥선이 위용을 뽐내는 예항, ‘동양의 나폴리’만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항구- 통영 강구안에서 2시간정도 포토타임(자유시간)을 가진 우리 문화탐방가족들은 한가람 관광버스에 올라 통영을 떠나 거제도로 향했다.

 거제도 한가운데 있는 계룡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오아시스 같은 오아시스호텔(OASIS HOTEL)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안 포로들의 야외막사 자리였다고 한다. 사막과 같은 외로운 외딴 섬에서 포로들은 얼마나 오아시스 같은 조국과 가족의 품을 그리워했을까? 오아시스호텔에서 한 10분쯤 내려가면 거제도 포도수용소유적공원이 있다고 한다. 내일 오전 식사 후 곧바로 찾아가게 될 거제도에서의 첫 역사교육문화탐방지이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자 거제도에서의 첫 일정은 넓고도 우아하며 고풍스러운 멋이 풍기는 호텔 연회식장에서 교육 강좌를 듣는 것이었다. 첫 강좌는 지구촌평화연구소 김백산 소장님이 ‘통일한국의 비전과 우리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알차고 열띤 강의를 펼치셨다. 그는 우리 한민족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정신인데 이것은 한민족의 정체성의 근원이라고 했다. 한민족의 꿈은 민족의 이상과 세계에 대한 사명이며 우리의 사명은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고 하루빨리 하나로 된 통일 민족으로 되어 세계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통일된 나라를 위한 비전을 이루려면 남과 북, 그리고 중국동포들을 비롯한 모든 겨레의 피타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잘살자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꿈이었다.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의한 6.25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던 생지옥과도 같았던 참혹한 현장에서, 또 오늘날까지도 주변 강대국들의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의해 제 민족의 문제도 제 마음대로 좌우지 못하는 안타깝고 한심한 한민족의 한없이 한스러운 현실을 생각하니 내 마음은 억장이 무너지는 듯이 아팠다.  마지막으로 이번 역사교육문화탐방을 기획하고 조직한 중국동포한마음협회 회장, KC동반성장기획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용선 회장(45세)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김용선 회장은 현재 법무부 외국인정책실무위원회 위원, 서울시 서남권민관협의체 사회문화분과위원장, 서울시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지원협의체 위원, 더불어민주당 중앙 다문화위원회 부위원장, 중앙당 동포특별위원회 위원장 ... 등 많은 중요한 직책도 맡고 계시는데 이름 있는 중국동포출신 사회활동가이다. 지난해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법무부로부터 법무부장관상을 수여받았었다. 김용선 회장은 이날 밤, 특별강연에서 ‘코리안 드림과 동포사회의 현주소’, ‘문화회귀와 민족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는데 무척 공감이 가고 너무너무 인상적이었다. 
 
전쟁포로들이 밤마다 악몽을 꾸며 괴로움에 신음했을 인간생지옥과도 같았던 이곳에서, 신기루 같은 사막속의 오아시스처럼 생기와 환희에 넘치는 호화로운 호텔에서 꿈같은 달콤한 밤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아침식사 시간이 되었다. 호텔 연회식장에서 차려놓은 아침식사를 맛나게 먹고 우리는 곧바로 관광버스로 이동하여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탐방을 시작했다.  거제도포로수용소는 한국전쟁 당시 사로잡은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지원군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1년 2월에 현재의 거제시 고현동과 수양동을 중심으로 거제도 일대에 설치되어, 1953년 7월까지 운영된 포로수용소이다. 중국에 있을 때, ‘조선에서의 결전’이라는 책에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관한 내용을 읽고 한번 거제도로 찾아와 역사체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정작 현실로 다가오니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거제도 하면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곳이 바로 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다. 반면에 거제도가 고 김영삼 전직대통령과 문재인 현직대통령의 고향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주 적다.  6.25한국전쟁의 아픔을 딛고 통일을 희망하는 역사의 현장-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멀지 않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조선인민군이 38도선 전역에서 일제히 기습남침을 개시하여 서울은 3일 만에 함락된다. 대한민국 국군은 미국 및 유엔군의 지원을 얻어 낙동강 교두보를 확보하는 한편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키는 계기를 만든다. 그러나 100만 중국인민지원군의 개입으로 다시 38선을 중심으로 치열한 국지전이 전개된다.  
 
전쟁 중에 늘어난 적국의 포로들을 수용하기 위해 1951년부터 거제도 고현, 수월지구를 중심으로 포로수용소가 설치되었고, 조선인민군 포로 15만, 중국인민지원군 포로 2만 등 최대 17만 3천명의 포로를 수용하였는데 그 중에는 3,000여명의 여자포로들도 있었다. 1951년 7월 10일 최초의 휴전회담이 개최되었으나 전쟁포로문제에서 난항을 겪었다. 특히, 반공포로와 친공포로간의 유혈살상이 자주 발생하였고, 1952년 5월 7일에는 수용소 사령관 돗드 준장이 폭동을 일으킨 포로들에게 납치되는 등 냉전시대 이념갈등의 축소현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1953년 6월 18일 이승만 한국정부의 일방적인 반공포로 석방을 계기로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됨으로써 전쟁은 끝났고, 수용소도 폐쇄되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1983년 12월 20일에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으며, 지금은 일부 잔존 건물과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 막사, 사진, 의복 등 생생한 자료와 기록물들을 바탕으로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으로 다시 태어나 전쟁역사의 산 교육장 및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되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1995년 10월에 유적자료를 수집(미국: 사진 및 문서, 전시물 1,300점)하여 1999년 10월 유적관 개관(1차), 2002년 11월 유적관 개관(2차), 2013년 7월 1950년 체험관 개관, 2013년 10월 포로수용소 평화파크 개관(3차)을 이루어 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전쟁 존(ZONE), 포로 존, 복원 존, 평화 존 등 4개 구역으로 조성되었는데 전쟁 존에는 탱크전시관, 6.25역사관, 디오라마관 등 이 있고 포로 존에는 포로생포관, 포로사상대립관, 포로생활관, 여자포로관, 포로폭동체험관 등 이 있으며 복원 존에는 포로설득관, 야외막사, 잔존유적지, 무기전시장 등 이 있다.  평화 존에는 놀이기구에 버금가는 강렬한 모션을 기반으로, 포로수용소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아찔한 스릴로 선사하는 라이더형 체험관인 VR체험관(1차), VR 디펜스게임 콘텐츠로 1950년 당시의 거제포로수용소를 생생하고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인터렉션 체험형 VR 게임인 VR체험관(2차), 세계 각지의 전쟁무기를 없애고 평화를 되찾는 게임을 통해 평화수호의 의미를 알아가는 슈팅게임 체험관, 격렬한 전쟁현장과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특수한 상황에서의 에피소드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공간인 평화탐험체험관, 끝나지 않은 전쟁의 비극을 극복하는 과정과 평화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전시구성으로 평화의 희망과 꿈을 키우는 감성 전시 공간인 평화미래전시관, 평화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로 공간을 연출하고, 다양한 아날로그 체험물로 평화의 꿈을 키워가는 어린이 체험관인 어린이 평화정원 등 이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조국분단의 아픈 역사의 진실을 알 수 있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하는 동족전쟁- 6.25한국전쟁의 생생한 역사적 현장인 거제도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떠나 두 번째이자 마지막 탐방지인 거제 맹종죽 테마공원으로 향했다. 맹종죽 푸른 대나무 숲속에서 펼치는 모험의 세계, 바람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맹종죽 테마파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름다운 대나무 숲을 볼 수 있는 곳은 전남 담양의 죽녹원이나 대나무골 테마공원이 대표라고 알고 있었는데 맹종죽 테마파크도 담양의 대나무 숲만큼 울창한 대나무 숲을 가지고 있었다. 맹종죽은 대나무의 일종인데 호남죽, 죽순죽, 일본죽, 모죽이라고도 한다. 맹종죽은 원래 1900년대 초반에 일본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한국 전체에 있는 맹종죽 가운데 85%가 이곳 경남 거제도에서 자라고 있다고 한다. 기존 맹종죽 대나무 숲을 2012년 테마파크로 오픈시켰다.  맹종죽은 중국 삼국시대에 오나라 재상 맹종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효성이 지극한 맹종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던 그의 늙은 모친이 한겨울 대나무 죽순을 먹고 싶다고 하기에 눈에 쌓인 대나무 밭으로 갔지만 대나무순이 있을 리 없었다. 대나무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은 속상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하늘이 감동하여 눈물이 떨어진 그곳에 눈이 녹아 대나무 죽순이 돋아났다. 하늘이 내린 이 죽순을 삶아 드신 어머니는 병환이 말끔하게 나으셨다. 이로 맹종죽이 효를 상징하는 하나의 의미가 되었고 눈물로 하늘을 감동시켜 죽순을 돋게 했다고 맹종설순(   )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맹종죽 테마파크가 2012년에 오픈해서부터 해마다 거제 맹종 대나무축제가 열리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8회 거제 맹종 대나무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대나무 테마파크답게 대나무 모양으로 예쁘게 장식된 정문 오른쪽에는 이곳 테마파크의 캐릭터인 ‘다숨이’의 모습이 보인다. 다숨이는 ‘깨끗하고 건강한 활기찬 기운의 숨을 쉬는 것’을 상징한다고 한다. 죽순의 강인한 이미지와 파란 허리띠로 거제 섬을 표현했다고 한다.  테마파크는 꽤 넓은 면적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숲길도 다양하지만 전망대와 체험시설 등도 있고 입구에서부터 대나무로 만든 놀이시설들이 눈에 띈다. 대나무 숲길을 따라 한참 올라가니 소원의 담장이 나타났다. 대나무 토막에 소원을 적어서 걸어둔 것이다. 대나무 숲속에 쭉 뻗은 시원한 길과 대나무, 너무도 운치가 있었다. 대나무 사이사이에 죽순들도 자라고 있었다. 죽순을 많이 먹어는 봤지만 실물을 보는 것은 이번이 난생처음이다. 신기하다고 막 파가면 안 된다. 죽순, 대나무 모두 채취금지란다.  맹종죽 테마공원을 올라가다 보면 맹종죽의 유래와 설화를 소개한 안내판과 맹종의 모습을 그린 캐릭터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데 우습고도 재미있었다.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었다. 메뉴는 많지 않지만 모두 죽순을 넣어서 만든 음식들이다. 해물파전과 국수, 막걸리 등을 팔고 있었다. 해물파전에 막걸리 한 병을 사서 시원히 마셨더니 금시 기분이 좋아져 신선이 된 것 같았다.   테마파크의 하이라이트, ‘모험의 숲 체험장’을 구경했다. 신체조건에 맞춰 코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담당교관의 설명에 따라 안전장비 착용 후 먼저 연습을 해본다. 마치 군대에서 훈련받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연습이 끝나기도 무섭게 겁도 없이 실전에 돌입한다. 외줄을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꽤나 늠름해보였다. 체험장을 이용할 때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 키가 기준치에 미달하는 경우는 안전을 위해 체험이 불가하단다. 서바이벌 체험, 공예체험, 비누방울 놀이 등 다양한 체험도 있어 어린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들을 남겨준다. 죽림욕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보여 궁금증이 생겨 읽어보았다. 죽림욕은 숲 밖의 온도보다 4~7도 정도가 낮아 산소발생량이 높단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없애주고 심신을 순화시켜 병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일반 숲보다 음이온 발생량도 10배정도 높아 자율신경을 조절해주고 또 혈액순환, 신체리듬 회복 등 운동신경을 단련시켜 준다고 한다.  대나무 숲을 사이로 불어오는 한여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람의 속삭이는 소리를 듣노라니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즐겁게 보내는 것이 바로 ‘힐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빨리도 흘러 벌써 떠나갈 시간이 되었다. 한려수도 푸른 바닷가, 한민족의 한도 있고 민족의 아픈 역사도 남아 있고 배달민족의 얼도 살아 있는 통영과 거제도에서의 즐거웠던 재한중국동포 역사교육문화탐방 일박이일이었다. 잘 있으라, 통영아! 거제도야!  또 다시 찾아오리라, 아름다운 한려수도 푸른 바닷가로                                                                          2019. 05. 28  전북 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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