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 허옥진 시인은 '제15회 정지용문학상' 수상자이다. 그만큼 그의 시는 '정지용문학상' 경지에 다달았다는 뜻이다.  그의 시는 부드럽게 흐르는 물과 같이 거부감없이 감미롭게 독자들의 가슴을 적셔온다.  시가 말하려는 사물의 본연에로 깊이 파고 들며 시인의 독특한 발견과 상상과 생각들을 경이롭게 펼쳐놓는다. 자기만의 시적 개성을 만들어간다. 그래서 한번 읽으면 잊혀지지 않는 시들이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편집자 주> 

▲ 허옥진 약력 : 연변 화룡시 출생. 연변작가협회 이사. 제37회 <연변문학>  문학상, 중국 조선족 청년작가 수필우수상, 두만강 여울소리 시 우수상, 제15회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

   

 1.

광고, 그사이 
 
똑같은 눈짓 똑같은 표정으로
너는 간행물로 찍히여
내옆에 쌓인다
전단지에 꽂힌다
 
당신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
 
광고속의 모습으로
더없이 친절한 모습으로
한장의 가벼운 종이가되여
당신을 느끼는 단 3.3초의 사이
나는 너의 볼에 흡수된다
 
당신의 웃음은 까막나라에서만
반짝이는 걸가요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당신을 바라보는 사이
 
좀더 당신곁에 머물러도 될까요?
 
가까이 다가오는 너의 촉촉한 입술에서
당신을 느끼는 단 3.3초의 사이
 
광고지는 쏟아져 박스에 쌓이고
주식은 떨어지고
 
당신을 스쳐지난 단 3.3초사이
너는 날린다 나의 손끝에서  2
모래
                                           
이세상을 가장 깊이 알게된후로
우리 가슴 한켠에 모래가 쌓이기 시작했다
모래바람이 한껏 불고난후로
움켜쥔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한줌의 모래만큼이나 우리는 서로가 모래임을 쑥스럽게 생각했다
흙에 묻힌 얼굴을.씻고 볼 일이다
기댈려하던 바보스러움과
서로가 상대방에게 스며들수없는 존재란걸 알게된후로
우리는 서걱이는 몸의 소리를 들을수가있었다
우리는 갈증에 타는 목으로 사막이라는.이름을 갖게 되였다
하나의 군체로 모임이 필요했을뿐
더이상 풀을 재래울수있는 흙인척 꾸미지않기로했다.
그러자 우리는 더는 씻을 필요없는 얼굴이.되였다.
탁자에서 굴러내리는 콩알만큼
불어날수있는 존재가 아님을 확인한후로
불어서 터져죽을.사랑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날 누군가의 젖은 바지가랭이에 묻어가는 우리일진 모르지만  말라서 털리우면 우리는 또  완전한 개체임을  수시로 깨쳐야만했다
불도를 얻으러갔던 약속이란 단어마저  지우길로했다.
해변가의 모래성답게 없는것을 굳이 고집하지않기로했다.
누군가의 자尺안에 들어갈만큼 큰 존재가 아니므로 모래일뿐이므로
한없이 바다가 그리웠다. 해빛속에 반짝이고
물속에 부드러워지는
우리는 우리대로의 고요함을 깨치기위한것일뿐
황사마저도 바다로 가기위한 몸부림인것을 알았다
바다를 잉태하기위한 연어의 억센 거스르기임을 알았다
모래만큼이나 개인주의자의.껄끄러움을 감수하는것이 종내는 맑아지는것임을.알았다 2018. 5. 28 새벽 두시 사십분  3.가위에 대하여
 
구름처럼 가벼운 하루였어
자를수있다는건 좋은 일이야
가위, 바위, 보
오늘 난 놀이에서 가위가 되였어 내가 연이되여 날수있는건 나의 발을 잡을려는 모든 실뿌리를 잘라버린 때문이야
난 나의 모든 중력을 벨수있게 든든한 가위가 되였어
감정이 있다는건 납덩이처럼 무거운 구름들이 내 눈동자을 경과하는 일이야
그럴수록 내 눈은 안으로 꺼지지
그것은 90먹은 로인의 우묵한 눈확속으로
지층이 드러나는 일인거야
 
가위가 된다는 건 좋은 일이야
집을 오리고 가족을 오리고 지도를 오려서 게임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거야
게임속에서 아이들은 좀더 잔인해지고
게임속에서 저지른 살인에 흥분해하지
 
놀이의 모형엔  가슴이 없지
심장이 없다는 건 신기한 일이야
나는 놀이에서 철저히 랭혹하고
철저한 내가 되는거야
나는 완미한  이기주의자이고
완미한 파괴력을 지녔어
나는 좀더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지
참신한 세계에서 나는 더 맑고 더 홀가분해지지
잃고싶지 않은 것들을 오려서 내 갈피속 표본으로 남기는 것도 좋아
 
가위룰 물고 죽은 여자 귀신을 보았어
호리병속의 도깨비가 제기하는 세가지 보물속에 난 가위가 되고 싶다했지
자를 수 있다는건 다행이야
난 나자신을 오려서 좋은곳에 붙이지. 아름다운 것 좋아하는 것 갖고싶은 것들을  오려서 스티커로 만들지
그리고 내 주위를 보기좋게 다듬지
처음으로 원예사의 자호감을 느꼈어
이후로 난 조립될 수있어
근사하게 난 우아해질 수있어
나에게 주는 멋진 시선을 오려서
해변가에 붙이고 네덜란드의 개를 끌고 멋진 여름휴가를 보낼 수도 있어오릴 수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배하나를 오려서 잠자는 나를 실어
눈뜨면 아티틀란 호수에 닿을 수 있을 거야
 
가위 놀이는 참으로 근사한 놀이야
가위 놀이에 푹 빠지면 천하루날 밤 꿈속에서 안 깨여날 수도 있지
   
         2017. 8. 27  4. 진눈까비의 복허수에 대하여
  
너에게로 날아든다
새나 나비처럼
근대성 가까이
어둡게 너한테 침몰되는중
나는 나라고 말할수 없어
사라지기 위해
네가 나를 위한 생리대는
일년에 두번쯤은 족해
 
복식의 방안으로
복허수复虚数의 실수는
나의 이중성을 떠나는
첫번째 계절이 되였다
 
자기 카드에 인출된 수량만큼
형태소形态素를 나타냈을뿐
너의 류배지에서
채 해동되지 못한 표절된 허두가
나의 첫 음성으로
너에게로 반환되여 사라지는중
 
설맹雪盲으로 지양되지 못한 여백에
공명으로 슴슴해진 언어의 혈액형들
더는 낭설로 너의 밑바닥까지 적시진 않아
 
잠언으로 환원되지 못한 계절의 쪼각들
환절의 어설픈 주성走性으로
너에 향한 회귀성은
겨울을 견딜수 있는
푸르른 땅에 대한 그리움으로 될수 있었다  5성에꽃1
                                     
너의 화면을 열고 들어가면
한세기 아득하게 굽이쳐간 네가
최초의 안팍이였던 본원으로 돌아와
유리창의 성에로 세상의 성벽으로 겹쳐진다.
소금가루 하얗게 내돋힌
너의 비릿한 살내음으로 넘실대는 바다,
알싸한 너의 혼백이
자취없이 물결쳐간 자리,
점지한 주술로 허공에 잡혀버린
소름돋힌 너의 혀가
열여섯살의 나의 혀를 붙잡고
불투명한 음양의 길목에서 겹쳐져
무법의 선율로 너울쳐간 그날,
가닿지못한 세상의 끝가지에서
한장두장 뜯겨져간 시집속의 마지막 페지되여
모난 변두리에서 잘려나간 팔로 
더는 너를 펼쳐들고 읽을수없이 된 나를
침엽의 무수한 가시로 찌르고 찌르며
그렇게 너한테로
침식되고 침전되여 풀어버린 ㅇ의 시간을,
가리킬수없는 시침이였던 
영령의 어두운 밤을,
반원으로 돌아간 거울의 뒤면에서
시리도록 너의 뒤모습을 맞추는
나의 그림자를 덧그려 넣은채 
한땀한땀 기워낸다.
너의 발걸음 닿는곳마다
그렇게 덧나는 너와 나의 상처는
지천으로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잠성潜性으로 빈약해진 너의 혈이 다해질때
이미 너와 합각合刻되여버린 나는
그렇게 방울져서 또다시 널 읊고 읊는데
불투명하게 사라져가는 너는 이미
저멀리 지평선에 선채
서서히 너의 아침을 밝힌다
 
주:잠성潜性:량친에게서 유전되였으나 겉에 나타나지 아니하고있다가 자손에 가서야 나타나는 특질  
 
 6.성에꽃2
 
                             
무사하니껴
아틀리에의 안테나여
아티스트의 왼팔에 꽂힌 눈물의 피뢰침이여
피겨스케이팅의 발이 끊긴자리에 매화의 우듬지
 
던져진 코르크 마개와
흘리고간 녀인의 귀고리
모래사장에 반쯤 묻힌 자명종의 멈춰버린 시간위에
흩어져있는 무한의 표정들              
그의식밖에 자라는 끊없는 소송들이여
 
온도계밖으로 흘러나온 황금물고기 한마리
해초사이를 누비며 알을 쓴다.
철창밖으로 한없이 뻗어가는 그리움의 줄기세포
그 맑은 눈동자에 담겨진
그린란드에서 얼어죽은 녀인을
그손에 들려있던 켜다만 바이올린의 선율을
 
이방인은 노래한다.
세레나데를-
다뉴브강을-
해변의 카프카를-
저기, 저, 구름을
 
[주]
아틀리에;화실, 화가나 조각가의 작업실
   아티스트 : 미술가, 예술가
   피겨스케이팅;빙상 경기의 하나
   세레나데 : 밤에 남자가 애인의 집 창문 아래서 연주하던 사랑의 노래
   해변의 카프카 :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소설의 제목  7.성에꽃3
 
심장의 여울목에 서있는 동안
주름잡았던 기억의 얼음위로
수많은 펭귄들이 미끌어진다
뭉게뭉게 떠있는 무의식이 창백한 이마를 드러낸다
널어말린 사색은 이젠 많은것을 품게되였다
해변의 모래알에 엎드린 금빛 생각들이
심장을 따뜻하게 쬐여준다
태양의 뒤편은 채 읽지못한
려행의 기나긴 로정이다
태양에로 닿은
타버린 기억의 숯들이 그림을 그린다
그림속에 펼쳐진 숯의 밀림에는
성탄나무에 매달린 장식등처럼
오래된 기억들이 빛을 낸다
얼어붙은 사색들이
라르고 음악에 맞춘 환영의 시각에서
서서히 몸을 풀며
비구상의 형태로 자유로와진 색채를 얻는다
차거운 비단필에 묻어있는
가벼운 의식의 포류물들이 가끔씩 얼굴을 간지럽힌다
잔잔한 물의 고리들
펼쳐든 의식이 락엽을 떨군다
추켜든 두팔위에
지진대를 형성하는 무의식의 체계에서
반역의 공모자 트로반트가 자란다
부드러움의 공모, 완강한 절제의 공모, 정렬된 공모들
사시절의 공모사이에 이탈되여 양화된 영혼들이
스치는 바람에 돌기를 보인다
굴러가는 의식의 잔해들이 가끔씩 빙판위에 얼음구멍을 낸다
그곳에서 열려진 다른한 세상이 흘러가고있다
강에 씻기고 바람에 흩어져버린 쫄아붙은 강파른 몸이
겨울을 맞는 나무의 알몸이되여 거기에 서있다
 
[주] 트로반트: 자라는 돌  8.꿈에 대하여
                                   
그것은 불타버린 여름의 내장
주체못할 가을비의 설사
동면의 깊은 곬으로 흘러나오는 빛의 여울
푸르름으로 늘어가는 흙의 사설
지평의 혼솔기를 마선질하는 분침의 재봉틀
흑색의 칠판위에 하얗게 움트는 아지랑이들
비닐안의 끝없는 속삭임으로 눈뜨는 부풀림
신용을 어긴 신용불랑자의 낙언
벼락을 향해 솟구치는 피뢰침
백만광년의 집착으로 시공을 뚫는 별의 송곳
수거함에 분리되는 계절의 배설물들로 알찬 열매들
그것은 초원, 뭉게구름 노트북, 일기장.....
무수한 변신을 꿈꾸는
너와 나 그런 우리들
한곳에 모여 함께 광장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네
함께 노래하네
합창의 우렁참은 극단의 기둥을 타고 높은 지붕을 떠이고 불멸의 흐름을 예언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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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파쏠라시
솜사탕처럼 늘어져야지
풀무가 돌아가는한 우리의  부피
뜯어간다 그래도 우리는 달디단 맛                 2018. 7. 23  9.
줄넘기
 
이곳에서 우리는 냄새를 맡는다
코속으로 들어간 코, 코안의 작은 코
그 미확정은 불결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생각을 멈췄다
 
그 사람을 떠난 그녀가 아주 고요한 사람이 되였다
질식된 벽과 파랗게 질려있는 새하얀 얼굴과
튕겨도 아프지 않은 관능적인 쏘파우에
우리는 각자가 들고있는 쪽판을 맞추고있었다
 
우리는 그날의 따뜻한 해변으로 가보았다
 
그녀가 줄뛰기를 한다
그녀가 베여내는 줄넘는 공간을
그가 뒤따르며 한층한층 뛰여넘는다
그녀가 동그랗게 감기면
그도 따라와 둥그렇게 말렸다
그녀가 끊임없이 뒤로 쌓이고
끝없이 다져진 그가 둥그런 그릇이 되여갈 때
우리는 밀대를 쥐고 그녀의 빈 껍데기에
그를 다져넣고 소를 쌌다
그들은 우리가 빚어놓은 하나의 작품 같았다
매 사람의 솜씨에 따라 그들의 모양새도 달라졌다
 
텔레비죤에서 한창 진행중인 배구경기에서
상대방의 선안에 공이 떨어졌을때
우리는 약속한듯 일어서서
차례로 돌아가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우리는 똑같은 감정과 환희를 위해
불이되고 물이 되였다
 
가마속의 만두가 다 익어갈무렵
우리도 함께 익어 물우에 둥둥 떠올랐다
 
저자 시해설 :  시뮬라크르 세계에서 우리의 존재는 또 다른 한 존재를 넘는다.
넘고 넘으면서 우리가 부지런히 쌓아가는 존재는 허영과 고독뿐이다.
그속에서 우리는 분리되고 섞이고 또 다른 형태로 완성되여 가면서
실존의 나를 잃어가는 것이다


10. 

맷돌 

 

 나는 항상 부드러운 혀로 속삭였지
너와나의 몸이 서로의 이빨을 갈고가는 건 좋은 일이야
우리의 몸은 돌고돌아 서로에게  부드러워 지지
저봐 ! 되새김질하는 소의 느침을,
우리는 서로를 갈아내여 서로에게 평화로와 지는거야오늘 짝작궁이 A와B는 의견의 지퍼가 채워지지않는다고 온하루 서로 알은체를 안했다. 우리둘은 쌍둥이잖아. 근데 우리의 지퍼가 채워지지않는다는 건 너의 이거나 나의 이거나 어느 하나가 망가졌다는 의미인데 이것으로 우리는 쪼개져야하는 거니?우리들 이 틈새로 많은것들이 고여왔다는건 이제와서 많은 의혹들을 자아내지성난 멍멍이의 꼬리가 다리 사이에 가다붙는 순간
적개심을 품은 야웅이의  꼬리가  빳빳이 치켜져 부풀러져 기발이 됐다는 건
전생에 그들이 왜서 원쑤였는지 이제 알 것같아그들은 애초에 삘이 틀렸잖아
신호등의 순서가 바뀐거잖아C와 F는 먼산을 바라본다
이제 곧 해가 질거야
밤은 좋아
우리가 어둠을 좋아한다는건
우리에겐 아직도 감출것이 많다는걸 말해주는 거잖아문득 바람이 불고 추워져 서로를 바라보던 A와 B는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라는걸 느꼈다보슬비가 내려 촉촉해지는 오후
G가 y에게 말했다.
자, 봐! 저 보슬비의 속삭임처럼
우리는 유연해
한몸우에 한몸으로 우리는 가는 거야우리의 사랑은 저
밀크처럼
카프치노처럼 거창해지지꿈속에서 멍멍이는 계속해서 느침을 흘리고 그것이 흘러서 내가되는데그동안 우리의 아기들은 부서져 내리네
이빨이 부서지고
빌딩들이 부서져 내리고....우리는 끝까지 노를 젓는 거야
너와 나의 관성이 저 낯모를 외딴 섬에 부딛쳐 조난 당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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