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식 약력: 흑룡강조선족작가협회회원.재한동포문인회 이사. 한국 ‘문예감성’문인회 회원(수필부문 등단)글 수백 편 발표.수상작 20여 편

<첫째 편>
다소는 어리석고 바보같이 살자
 

 

     
 

세상살이는 둥글둥글하게 적당히 ,그저 그렇게 살아가야만 피곤치 않아서 좋고,알고도 모르는 척 눈감아주면 어두운 구석이 있어 유족해지는 법이다.사리에 흑백을 너무 가리고 따지는 것도 흠이다.남이 대포를 불 때는 때로 맞장구도 쳐주며 속는 것처럼 재미있게 들어도 줘라. 콩을 팥이라 우기거든 팥으로 믿는 척 해주고 사는 여자라야 남편에겐 귀염 받고 친구들간엔 호감을 얻는 법이니라.그러나 작심삼일이란 옛말이 맞아 아무리 그렇게 살려도 그렇게 되지 못하는 것이 탈인 것이다  

인생은 연극이다.멍청한 체 하기가 쉽지 않다.특히 총명한 사람이 멍청인 체 하기는 더욱 어렵다. 청나라 시대 묵죽화가 정판교는 "난더후투(難得糊塗)"라는 중국인의 바보 처세술의 주창자의 한 사람이다. 그는 難得糊塗라는 싯귀에서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어리석기란 어렵다. 총명하기란 어려운 일이고, 어리석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총명 함에서부터 어리석어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생각을 놓고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마음은 편해지며, 뜻하지 않고 있노라면 후에 복으로써 보답이 온다(難得糊塗 聰明難糊塗難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方一着退一步當下心安 非圖後來福報也)”. 

“멍청인 체 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과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은 비슷하다.너무 약아빠지면 시끄러운 일이 생긴다.그래서 사람은 모르거나 모르는 체하는 것이 아는 체하는 것보다 낫고 멍청이나 멍청인 체 하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물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고기가 살기 어렵고 사람이 지나치게 총명하면 함께 일을 도모하려는 사람이 없다.이 세상 자기보다 나은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지나치게 곧고 깨끗한 사람에게는 같이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깨끗한 사람의 문제 중 하나는 다른 사람도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깨끗하지 않은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있는 곳의 물을 더럽힌다고 생각해서 밀어내는 것이다. 물고기가 안 오는 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오지 못하게 막고 있기도 하다.당연히 주변에 사람이 있기 어렵다. 착하게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함이 문제다. 곧게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않는 게 문제다. 타인을 엄밀히 평가는 하지만 감싸 안으려는 마음 없이 밀어내기만 하는 사람을 가까이하기 어렵다.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심을 기르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실수나 예상치 못한 잘못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존재라는 것에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늘 돌봐주고 타일러야 한다. 남의 실수에 참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과 함께 지내는 건 늘 두렵고 조심스럽다. 아니 답답하다. 숨이 턱턱 막힌다.

맑지만 덕이 있어야 한다. 이해심이 있어야 한다. 용서하여야 한다. 실수한 이를 감싸주고, 지친 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줘야 한다.

자에도 짧을 때가 있고 치에도 길 때가 있다고 사람을 쓰거나 사람과 교제할 때 될수록 남의 장점을 보아내고 그의 장점을 이용해야지 남의 결점을 틀어쥐고 놓지 않아서는 안 된다.네가 찾는 게 도덕모범도 아니니 말이다. 자신에겐 엄하게 다스리고 남에게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스스로 고명하다고 여기는데 그들의 눈에 주위의 사람들 몸에는 온통 흠집뿐이다.그들은 자신의 표준으로 좋고 나쁨을 평가하면서 남을 요구한다.그들은 총명이 모자라지는 않지만 마땅히 있어야 할 얼떨떨함과 사람을 포용하는 도량이 모자란다.이런 사람은 구체적 업무에서는 훌륭한 일꾼으로 될 수 있지만 절대로 좋은 관리인으로는 될 수 없다.그들은 좋은 친구로는 사귈 수 있지만 늘 함께 사업하는 동사자로 삼기에는 곤란하며 특히 그들의 부하로 되기는 어렵다. 우리는 친구와 동사자를 구분해야 한다.친구란 일반적으로 의지와 취향이 맞아 상호간에 좋아하는 감정적 요소가 많지만 동사자지간에는 수선 업무상의 능력과 배합을 요구하는바 양자의 구별점이 크다.친구끼리는 맞지 않으면 적게 거래하면 그만이지만 동사자끼리는 매일 일터에서 교제해야 한다.동사자일수록 더욱 너그러운 도량으로 대해야 하는바 업무상에서 상호 합작하는 밖에는 설사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생활하고 오락한다 하여도 내버려둬야 한다. 그것은 그의 권리이기 때문이다.직장 밖에서는 그에 대해서 경원시하면 다지 완전무결할 것을 요구하거나 당신의 도덕표준과 생활방식으로 그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원칙에 배치되지 않는 한 참고 양보하며 관용해야 한다.혹시 그가 작은 이익을 탐하기 좋아하고 생활에서 데면데면하거나 품위가 높지 못하더라도 모르는 체 하는 게 상책이다.

내일에 할 우리의 연기도 미친 듯, 어리석은 듯 하는 것이다.우리의 이웃을 즐겁게 하고 우리 스스로 마냥 웃으며, 다소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삶을 살자!

 

<둘째 편> 

나에게는 과연 술 마실 자격이 있던가

 

이 사회는 갈수록 술이 무서워지고 있다. 요즈음 한국의 언론 매체를 보면, 지나친 음주 때문에 야기되는 각종 사건 사고 소식으로 시끄럽지 않은 날이 없다. 지나친 음주 때문에 야기되는 각 개인의 건강문제에서부터, 청소년의 음주, 가정주부의 알코올 중독, 가정 폭력,성추행, 음주 운전 등 각종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을 뜻하는 ‘주폭(酒暴)’이라는 말까지 새로 생겨나, ‘주폭과의 전쟁’이 선포되기까지 하였다.

하루가 멀다하게‘주폭(酒暴)',주취(酒醉)범죄'에 관한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그야말로 잘못된 술 문화가 만연된 ‘술 사회’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젠 정말 우리의 잘못된 음주 문화를 고쳐야 할 때이다.

술은 한민족과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우리 민족만큼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민족도 드물다고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술은 언제나 가까이에 있었다. 우리 민족이 즐기는 술, 이런 술에 대해서는 '백약(百藥)의 어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백독(百毒)의 우두머리'라는 완전히 상반된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술은 적절히 마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예로부터 술은 ‘하늘이 내린 녹봉,가장 좋은 약’(<<한서>>)이지만,도를 넘게 마셔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마시어 자제력과 판단력을 상실하게 되었을 경우, 만악(萬惡)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세상살이에 경쟁이 심하고 살기가 힘들다 보니, 불안한 마음을 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술이 오히려 액운을 만났다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이 술을 지배해야 되는데, 술이 사람을 지배하니 너무나 안타깝다. 술만큼 사람에게 해악을 끼치는 음식이 또 있을까.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범죄가 술의 힘을 빌려 자행되고 있다 그래서 급기야 주폭(酒暴)이란 신조어까지 생기고 말았다

우리 민족의 잘못된 음주습관에 대해서 연암 박지원은 일찍 『열하일기』에서 “술을 마시면 반드시 취하고, 술에 취하면 반드시 술주정하고, 술주정하면 반드시 서로 싸움질을 하여, 술집의 항아리와 사발들을 남김없이 깨뜨려 버린다.”고 아주 심하게 비판하였다. 박지원의 이 말은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고질적인 음주습관을 고스란히 설파한 것이다.

술을 마시는 처음에는 대부분 술의 긍정적 요인을 기대하고 술을 마신다.어떤 기쁜 일을 축하기 위해서, 자신의 울적한 기분을 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의 친분을 다지기 위해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한 잔 두 잔 거듭되다 보면, 마침내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이 사람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끝내는 자신을 망치고 주위 사람들에게 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사람은 단연코 술을 끊어야 한다. 한마디로 술 마실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 민족의 문호인 송강 정철은 술을 즐기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한민족의 대표적인 권주가(勸酒歌)인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산() 놓고,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 그려!"로 시작되는 「장진주사(將進酒辭)」를 지은 인물이다. 그런 송강이 46세 때 그 좋아하던 술을 끊었다.술이 백해무익이라는 것을 ,자신의 심신건강을 날로 해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술을 자주, 많이 마셨다. 보통, 필름이 끊긴다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경험이 많이도 있었다. 물론 많은 실수를 하였고 남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고 그 뒷날에는 후회만이 남아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강 생각도 하게 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자 하고 또 그 뒷날을 고스란히 낭비를 하는 것 같아서 절제하려고 노력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모든 일에 있어서 지나치면 반드시 폐해가 발생하는 법이다. 술을 과하게 마시면 곧 취해 자세를 흐트러뜨리게 되고 즐거움이 과하면 곧 슬픔이 생긴다.세상의 모든 일은 과하면 안 된다.술로 신세를 망치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일을 망치는 사람은 진정한 애주가가 아니다.

이 ‘과유불급’이라는 말은 잘못된 음주 문화에 물들어 있는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말이다.우리 스스로 술 마실 때마다 이 말을 염두에 두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술주정뱅이’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술꾼’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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