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이 전하는 고사성어22] 삼지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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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이 전하는 고사성어22] 삼지무려
  • 김태권
  • 승인 2019.06.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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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오늘은 고사성어 <삼지무려>를 공부한다. 삼지무려를 풀이하면 석 삼, 종이 지, 없을 무, 당나귀 려 이렇게 네 글자로 이루어졌다. 이 고사성어의 한자표기법은 三紙無驢, 중문표기법은 三纸无驴이며 병음표기는 sān zhǐ wú lǘ이다. 동의어로는 박사매려(博士買驢)가 있다.

옛날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글재주도 없으면서 항상 붓을 가지고 다니면서 재주가 있는 체하며 자랑하고 다녔다. 사람들은 그를 박사라고 부르면서 앞에서는 공경하는 척했지만 뒤에서는 모두들 비웃었다. 어느 날, 이 선비네 집에서 나귀 한 마리를 샀다. 당시에는 물건을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에게 매매 계약서를 써 주게 되어 있었으므로, 관습대로 선비는 계약서를 쓰기 위해 여러 장의 종이를 다 썼으나 글을 마무리할 구절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귀를 판 사람이 갑갑해서 선비를 재촉하자 선비는 화를 내면서 말했다. “왜 이렇게 급하게 그러는가, 무식한 사람아. 지금 나귀 ‘려’ 자를 쓰려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안씨가훈(顔氏家訓) 〈면학(勉學)〉》에 나오는데, 나귀를 산 선비가 종이를 여러 장이나 낭비했지만 결국 계약서에 나귀라는 글자를 쓰지 못했다는 데서 ‘삼지무려’가 유래하여,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요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허튼소리만 하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삼지무려’는 박사가 당나귀를 샀다는 뜻의 ‘박사매려(博士買驢)’라고도 한다.

「洛陽亦聞崔浩, 張偉, 劉芳, 鄴下又見邢子才. 此四儒者, 雖好經術, 亦以才博擅名. 如此諸賢, 故爲上品. 以外率多田野閑人, 音辭鄙陋, 風操蚩拙, 相與專固, 無所堪能, 問一言輒酬數百, 責其指歸, 或無要會. 鄴下諺云, 博士買驢, 書券三紙, 未有驢字. 使汝以此爲師, 令人氣塞.」

이 글을 번역하여 살펴보면 이러하다. <낙양(洛陽)에 최호(崔浩), 장위(張偉), 유방(劉芳)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업하(鄴下)에서는 형자재(邢子才)를 보았다. 이 네 유학자는 경학을 좋아할 뿐 아니라 문학적 재능과 박학함으로 이름이 났는데, 이런 현사들은 자연히 상등의 작품을 쓴다. 그 밖의 대부분은 시골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로, 언어가 비루하고 행동거지가 거칠고 속되며 보수적이고 아무런 능력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한마디를 물으면 수백 마디로 대답을 하나, 그 언사는 뜻을 다 나타내지 못하고 핵심이나 요점을 파악하지 못한다. 업하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박사가 나귀를 샀는데, 종이 여러 장을 다 쓰도록 려(驢) 자를 쓰지 못했다.’ 만약 너희에게 이런 스승을 모시게 한다면 기가 막힐 것이다.>

이 고사성어의 용례를 보자면 “우리 주위에는 사람들 앞에서 상당히 많이 아는 척을 하지만 실상은 당나귀 려자도 쓰지못하는 ‘삼지무려’에 속하는 사람들도 많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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