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수 약력: 연변대학 조문학부(통신 학부) 졸업. 前화룡시 제약공장 선전과 과장. 현재 정년 퇴직. 1972년 연변일보에 시 '림해의 아침에' 발표 후 시, 소설, 실화를 문학지에 여러 편 발표. '내 이야기' 2편이 한국 KBS방송국 우수상 수상

 

땀의  색채와 맛 

 

은빛?
짠맛?
아니
비 내리는 날
비닐박막을  쓰고
벼모를  꽂을 때
파란 빛
쓰거운 맛

가을
설레이는 벼파도속에서
황금빛
구수한 맛

잔치 날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놓고
남녀로소 웃음꽃 피울 때
무지개 빛 
꿀맛!


  
잡초의  하소연   

 

잡초를  몽땅 뽑아 버렷!
웬 어른의  호령이 떨어지자
무지막지한 검은 손들이
잡초를 와락와락 뽑아 버린다.

불현듯
울음소리와 더불어
잡초들의 하소연이 터졌다.
억울하다!
원통하다!
우리가  무슨 죄 있길래?
아이구 내 팔자야
우릴 잡초라구?
그럼 진달래는 태여나기 전부터  이름이 있었는가?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지

만약 리시진이 살아 있으면
우리에게도 언녕 이름이 있었을 거야
사람들이 우릴 알아 못 보는 거야
우리를 닥치는 대로 뽑아  먹고
암을 근치한 사람도  있었는데
잡사람들이  언제면 헴이 들까?
만약 두전 째 리시진이 나타나면
우린 령지초 인삼보다 더 멋진  이름을 달고
약방으로 이사 갈 거야
잡초들은 뒹굴면서
유언을 남기누나


 
연꽃

 

흐린 물속에
정을 두고
안온한 미소 방그레
개구리들 폴짝 뛰어 오르면
환영 미소 방그레
뛰어 내리면  전송 미소 방그레
또 뛰어 오르면  용서의  미소 방그레
사람들의  흠모의  눈길 쏠리면  
수집은 미소  방그레
사람들의 절찬 쏟아지면
겸손의 미소 방그레
광풍에 시달리며
희망의 미소 방그레
쏟아지는  우박에
분신쇄골 되어도
늪 속에  저녁노을
울긋불긋
오! 웃으며 태어나
웃으며 가는 연꽃
연해연송 웃는다고 하여
연꽃이라고 부르느냐?

 

휴지통

 

휴지통은
나더러
고통을 참으라고
근심을 내려놓으라고
미움을 버리라고
남을 멸시하지 말라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인생은 고진감래라고
북데기 속에 낟알이 있다고
감사의 삶을 살라고
물처럼 살라고
언제나 알려주는 듯

 

바다 물 맛 


  
푸른  바다에서
활기차게  헤염을  치다가
나는  동년의  호기심으로
바다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하고 짠 맛이 쨍
내  바다를 먹었구나
엉뚱한 생각에
내 가슴 하늘처럼  넓어지고
내 궁냥 바다처럼 깊어지는

실로
바다는 수많은 지식들을 품고 키우고 있다
무수한 보물을 안고 있다

아무 때나
사람들이 달라면
웃으며 준다
아무런 요구도 없이

그런데
사람은?
바다의 내장을 뽑아만 갈뿐
주려는 생각은 없다

만약
바다가 말할 줄 안다면
언녕 대성질호했을 걸
대성통곡을 했을 걸

그러나
바다는
원망을 모른다
쉴 줄 모른다

오직 주기만 하면서 웃는다
오로지 주는 멋에 춤춘다.
그저 바치는 보람으로 노래 부른다.
오! 변치 않는 초심이여!

 

 풀   


씨앗은
바람에 실려
천하를  일주하다가
살풋이  떨어졌다.
산봉우리에
산기슭에
길가에
돌 틈서리에
지붕의 시멘트 틈서리에
 
사람들이야
보건말건
빠금히 머리를 내밀고
세상  구경을 한다
짐승들이  밟아도
신음을 모른다.
광풍에 백양나무 쓰러져도
담담한 미소를 머금을 뿐
화려한 꽃 앞에서 시샘을 하지 않고
나비 꿀벌 떼  향해 인사 드리네
너는
순수한 대자연의  자식
하늘 향하여
한 점의 부끄러움 없이 살아간다.

대지는 너의  어머니
햇빛과 비는 너의  아버지
뭇사람들의 멸시에도
맑은 미소 방그레
무정한 발걸음이  지나면
웃으며 일어선다.
세상에
조용히  왔다갔다
갈 때에도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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