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꽃은 늙어도 꽃이랍니다

리승기

 

해가 지며 노을이 피어나 듯이
인생에도 석양이 찾아옵니다
오늘을 보내면 내일이 오지만
내일은 결코 어제가 아닙니다
어제는 영원히 지나갔습니다
지난 청춘은 아니 돌아옵니다

세월따라 그대 몸이 색바래도
늙어간다 한탄을 하지 마세요
인생은 늙어가는게 아닙니다
인생은 고추처럼 익어갑니다
아침노을이 아름답게 피지만
저녁노을은 더욱 짙게 탑니다

추억에 하루 하루가 흐릅니다
머나먼 그 옛날 범잡던 이야기
들어 줄 사람이 더는 없습니다
가슴 벅차던 그 시절의 그 자랑
세월에 띄워갈 낡은 방패이고
밀려가는 저 하늘 구름입니다

젊어서는 젊은 멋에 살아왔고
늙어서는 늙은멋에 산답니다
바다같은 흉금을 품고 있다면
여생은 늘 꽃피는 봄이 됩니다
륙십청춘 닐리리 부르고 불러
여생의 아지랑을 잡아 봅니다

어찌 봄에만 꽃이 핀다합니까
가을에도 꽃은 여전히 핍니다
봄에 피는 꽃은 진달래꽃이고
가을에 피는 꽃은 국화입니다
세월 따라 꽃은 폈다 지더라도
꽃뿌리는 영원히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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