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 <연변문학> 통권 700호 출간기념회  및 제38회 <연변문학> 문학상 시상식이 7월 26일 연길 백산호텔에서 치러졌다. 연변 주당위 선전부 관련 지도자, 연변작가협회 산하 성내외 작가들, 작가협회 주석단 성원들, 연변대학 교수, 학자들이 기념모임과 시상식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주었다.

제38회 <연변문학> 문학상 시상식에서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인 김택시인이 <열매따기> 등 시부문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외,  소설상에 김경화 작 < 우리들의 천국>, 수필상에 리홍규 작 <향란진에서 만난 세 녀인 그리고 친구>, 칼럼상에 모동필 작 <기술문명시대와 조선족 문화>, 평론상에 김해응 작 <수행과 방황, 극복의 경계에서 나타난 내면의 흔적들> 그리고 신인상에 최화 작 <빈집> 등 6명 작가의 6편 작품을 제 38회 《연변문학》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왼쪽으로부터, 이홍규 수필상 수상자, 김택 시부문 수상자, 정봉숙 연변작가협회  상무부주석 순이다.

아래는 김택 시인의 수상작 시이다. 

김택 시

열매따기

오래지 않은 나무가지에
거미줄이 매달려 있다
그 거미줄에 걸린 나는
열매 따기에 여념없다
나무가지들은
내 몸 여기 저기를 찌르지만
그런거 나는 생각할새 없다
주린창자 달래려면
손을 빨리 놀려야 하니깐

어둠이 깃들고
가느다란 거미줄은
당금이라도 끊어질듯
길게 늘어난다
바람도 불고
비도 퍼붓는다
열매 딸 마음이
하늘공중에서 흔들린다
따뜻한 품이 그립다

어둡던 하늘에
별이 깜빡인다

 

  타공(打工)

 

뼈만 남아 해골 된
이 눈엔
부품도 다 해골로
보인다
아침부터 해골 밀치고
일어나
망치 잡고 일하는
해골들
별이 지쳐 꺼졌어도
전등불 켜놓고
계속 망치질 한다
두드린다
한달 두드리면
딸애의 우유값이요
반년만 두드리면
아들애의 학비라
망치가 닿을 때마다
불빛이 반짝반짝
해골이  이쁘게 웃는다
해골을 두드리다가
두드리다가 그대로
해골우에 싸늘히
앉아 쉬고 누워 쉬고.

 

쇠먼지

망치에 맞아 죽고
그라인더에 가루되고
압연기에 깔려 죽고
돌아가는 기계에 찢겨진
나는 쇠먼지

울고
터지고
기브스하고
목발하고
혀를 물고 쓰러져
죽었어도
죽어서도
여기 저기 날아다니며
어덴가에 내려 앉아
살려고
살아 남으려고 애 쓴다

살아 남아서
숨쉬는 로봇과
부딪치는 금속과
말라가는 피들이 남긴
멍든 유언도
또박 또박 받아 적고.
 ...

지쳐죽은 쇠먼지는
이밤도
아무데나 내려
살아 남으려 버둥질 친다

 

왼쪽부터  최화, 김경화, 리홍규, 모동필, 김해응, 김택 순이다

수상소감

망치시인으로 살겠습니다


                              ㅡ김택

 

    며칠전 고속도로에서 다리보수작업을 하던중 저의 시가 수상하게 되였다는 전화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매일 고되게 일한 것을 일기로 적어 놓은 것인데, 시로 보아주시고 또 상으로까지 뽑아주신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백산에서 휘날리던 하얀 눈들의 한라산행은 쉽지 않습니다. 그 송이송이 눈송이들이 나무가지에 잘못 내리면 얼음으로 되여 얼어붙을 수도 있고, 자칫하면 녹아 물이 되였다가 도중에 없어질수도 있지요. 그 짧고도 긴 여정의 하루하루를, 고달팠던 감정과 기쁘고 즐거웠던 감정들을 작은 마음의 소래에 푹- 떠놓고 거기에 피와 땀방울도 쭉- 짜넣어 한참을 생각하다 휘저어 쏟아낸 물이 동해바다 물처럼 맑을지, 얼마나 짤지 알면서도 그냥 이렇게 쓰고싶음이 저의 마음이자 또 시인의 의무라 생각해 봅니다.

    수상통지를 받고 한국에서 생활해온 세월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았습니다. 고달펐지만 그리움에 몸부림쳤던 자국자국들이 길지 않은 인생길에 짙은 향기를 풍기는것 같았습니다. 

    시를 쓰면서 저는 늘 짧으면서도 순수하게, 낯설면서도 리해하기 쉽게 표현하느라 머리를 짜고 짰습니다.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닌 짧은 시 하나에 손가락이 잘리고 목숨이 날아가는 타공생활을 담는다는건 우리 시단에서는 아마 제가 처음이 아닐가 하고 스스로 위안도 해보았습니다. 

    현장시에만 몰두하다 보니 주변으로부터 “망치시인”이란 별명도 적지 않게 들어 왔습니다. 또 몇몇 고향 시인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한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책상머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시를 만들어내는데 너는 생활의 제1선에서 땀으로 령감을 얻고 피로 시를 쓰는구나.”

    사실 쩍ㅡ 하면 손가락이 잘려나가고 피 터지고 목숨까지 버려야 하는 제1선에서 일하며 시를 쓴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어디에 가서 뭘 하든 흔적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저는 한국에 와있는 우리 조선족들을 대변하여 진한 민족적 서정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나 나름 생각해봅니다. 

    오늘, 졸작을 이쁘게 평가해 주신 것은 저에 대한 편달이고 앞으로 시를 더 맛나고 더 예술적으로 써달라는 부탁이라 생각하며 이 상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울러 연변문학의 주필님과 편집님들,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고향에 계시는 여러 작가선생님들과 장백산과 내 조국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생활의 제1선에 다시 돌아가면 더 큰 망치를 더 힘껏 두드리겠습니다. 그러느라면 기필코 그 소리도 더 커질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택시인과 우상렬 연변대학교 교수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 

                                                        김호웅

   제38회  <연변문학>문학상 심사는 오상순, 리혜선, 우상렬, 김호웅이 맡았다. 연변문학 편집부에서 추천한 시, 수필, 소설, 칼럼, 평론 등 여러 쟝르의 16편의 후보작 중 6편의 작품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총체적으로 후보작이나 수상작들은 인문학적 통찰력과 예술적 감수성으로 도시화바람과 코리안 드림으로 우왕좌왕하는 조선족사회의 움직을 배경으로 다양한 성격과 이야기, 참신한 객관적 상관물과 서사책략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칼럼과 평론에서는 신예들이 각각 본상을 거머쥐는 저력을 보여 주고 있어 침체된 우리 평단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준 것 같다. 수상작을 중심으로 시, 수필, 소설, 칼럼, 평론 순으로 나누어 보기로 한다.

   박장길, 리순옥, 김철호, 김택 등 시인들의 시 10편이  후보작으로 올랐다. 박장길의  <낡은 구두>는 낡은 구두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시인이 걸어온 기나긴 인생의 로정을 노래하고자 했다. 신발을 객관적 상관물로 다룬 시는 적지 않다. 우리는 힘겨운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 돌아온 시인이 아버지로서의 고통을 토로하는 한편, 자식들에 대한 막중한 책임의식을 아홉 컬레의 신발로 노래한 박목월의 <가정>이나 홀로 사는 녀인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역시 신발장에 잠간 놓여다 사라진 웬 남정의 신발을 통해 노래한 최기자의 <신발장>과 같은 작품을 알고 있다. 이러한 작품에 비추어 박장길의 시를 보자. “낡은 구두”라는 객관적 상관물은 너무 익숙하거니와 그것에 대한 시적 형상화의 노력도 부족하다. “낡은 구두”에 대한 낯설게 하기에 주력하기보다는 그 은유적인 의미를 드러내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하겠다.

   리순옥의  <그리움, 일상의 그림자 그리고 소음>은 대비적인 수법으로 그리움, 일상의 그림자, 소음을 다루고 있되 마지막 련에 와서 “가자, 숨결들이여/ 저 붉은 언덕에 우리 머리칼 날리는 붉은 꿈 있잖으냐” 라고 노래했는데 “붉은 언덕”이나 “붉은 꿈”의 내포와 외연도 분명치 않거니와 너무 큰 비약을 주어서 “숨결”이 “그리움”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독자들에게 혼란을 준다. 특히 “오색의 지평선에서 하늘빛 사랑으로 너나가 다 별이 되여볼 일이다” 라고 화려하게 시를 마무리하고 있는데 시적 계기를 주지 않아 하나의 허무한 환상으로 안겨올 뿐이다. 한마디로 이미지들 사이의 내적 련계성에 바탕을 둔 기승전결의 탄탄한 시적 구조를 가져야 하겠다.

   동시창작에서도 일가를 이룬 김철호는 시적 화자로 어린이 또는 바위와 같은 무생물을 의인화해서 등장시킨다. <하늘에 박힌 가시>는 가난했던 세월에 다섯 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갖은 고생을 한 어머니의 넋두리를 상기하면서 허구한 세월 술 마시고 담배만 피워댄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한이 하늘에 가시처럼 박혔다고 했다. 절묘한 비유적 이미지라 하겠다. 하지만 아버지를 “승얘(승냥)이라고 하는 어머니의 한 많은 일생을 시적 운률에 대한 배려가 없이 산문 식으로 라렬하고 있어 시가 아니라 민담 같은 느낌을 준다. <바위>역시 “시비(诗碑)”와 “시비(是非)”라는 동음이의어를 가지고 공명심에 혈안이 되여 너도나도 시비를 세우는 우리 문단의 그릇된 풍조를 꼬집고 있다. 하지만 “비위는 산에 돌아가 친구바위들과 어울리는 그냥 바위이고 싶었다”와 같이 여전히 무생물의 의인화라는 동시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연변문학에서 퇴직한 전직 편집들 
  상술한  시들에 비해볼 때 김택의 시는 진정성, 현장감, 비장감과 함께 생의 의욕과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우리 시단의 문자유희 식의 안일한 발상과 독자들을 식상케 하는 고루한 표현을 넘어 한국에서 일하는 로무자들의 위태롭고 고달픈 삶을 참신한 이미지와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노래했다. 김택의  <그 자리에>,  <피 묻은 시>와 같은 작품은 벌써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 번에 후보작으로 오른 <열매따기>, <타공(打工)>, <쇠먼지>역시 우리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열매따기>에서 시적화자는 위험천만하게도 그물에 의지해 열매를 따는 자신을 거미줄에 타고 가는 거미에 대상화하고 있다면, <쇠먼지>에서는 망치에 맞아 죽고 연마석에 가루 되고 압연기에 깔려 죽고 돌아가는 기계에 찢겨진 “나”를 “쇠먼지”에 대상화한다. 하기에 “쇠먼지”는 “울고/ 터지고/ 깁스하고/ 목발하고/ 혀를 물고 쓰러져/ 죽었어도/ 죽어서도/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어덴가에 내려앉아/ 살려고/ 살아남으려고 애 쓴다”고 했다. 또한 “살아남아서/ 숨쉬는 로보트와/ 부딪치는 금속과/ 말라가는 피들이 남긴/ 멍든 유언도/ 또박도박 적”고 있다고 했다. <타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뼈만 남아 해골이 된/ 이 눈엔/ 부품도 다 해골로/ 보인다.” 하지만 망치 잡고 일하는 해골들은 별도 지쳐서 꺼졌지만 딸애의 우유값과 아들애의 학비를 대기 위해 망치질을 한다고 했다. 이처럼 그의 시는 로동현장에 대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창출하고 짧은 호흡의 시행들을 통해 한국에 가서 일하는 우리 형제들의 설음과 분노, 생의 의욕과 가족애를 피와 눈물로 쓰고 있다. 하이네의 <쉴레지엔의 직조공>(1844)을 련상케 하는 시요, 무사태평한 우리 시단에 피의 색채와 근육의 힘을 선물한 시라 하겠다.         

   강정숙과  리홍규의 수필은 각자  장점을 가지고 있어 참으로 우렬을 가르기 힘들었다. 강정숙의 <흙의 표현-항아리편>은 녀성의 글쓰기 장점을 살려 사라져가는 우리 민속에 대한 그리움을 민속학적인 깊이와 자신의 절실한 체험, 그리고 잔잔한 심리적 갈등과 철학적인 사고를 곁들여 잘 그렸다고 하겠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수필가들이 다룬 소재를 다시 다루었기에 조금은 식상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영남의 <내 인생에 모르는 세 가지>는 자전거 타기, 수영, 거짓말하기를 모르는 자신의 “허물”을 들추어 자조(自嘲)와 해학의 미학을 창출하려 했으나 친구들과 모여앉은 자리에서나 있을 법한 우스운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소재의 가치가 적다고 하겠다. 구송화의 <봄을 찾아 떠나다>는 북경의 스모그를 피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이야기와 못된 남편과의 악연을 끊어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하고 있는데, 두 이야기의 론리적인 련관성이 별로 없다. 바꾸어 말하면 생태학적인 수필로 될 수 있는 소재를 무단적으로 사회문제로 전이시킴으로써 주제의 분렬을 야기했고 수필 본연의 자연스러움에 금이 가게 하였다고 하겠다.

   자연 리홍규의 <향란진에서 만난 세 녀인 그리고 친구>에 주목하게 된다. 이 작품은 대비형구성형태를 취하고 있다. 말하자면 전반 구성이 작가가 친구 아들의 혼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불원천리 북만의 향란진에 갔다가 만난 네 명의 인물, 더 정확히 말하면 2명의 한족과 2명의 조선족의 생활을 스케치 식으로 묘사, 대비하고 있다.

   맨 처음 길에서 만난 이는 한족 로파다. 그녀는 홀아비아들과 함께 향정부의 보조금으로살고 있지만 농사를 지을 땅이 있고 괜찮게 효도하는 아들이 있어 오히려 삶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두번째로  만난 이는 자그마한 미용원을 차리고 마싸지를 하는 젊은 한족 마담이다. 산동 태안 출신이지만 젊은 시절 친구였던 어머니와 양어머니의 약속 때문에 쌍하진에 있는 양어머니네 집에 양딸로 들어왔고 양어머니의 큰아들이 죽자 따뜻한 산동이 그리워 돌아간다. 하지만 양어머니가 큰아들을 잃고 크나큰 슬픔에 잠겨 식음마저 거의 전페하다 싶이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향란진에 가서 양어머니의 둘째아들과 결혼한 후 시어머니를 지극정성을 다해 모신다. 세번째로 만난 이는 혼례식장에서 만난 중년의 조선족 녀성인데 20년 전 한국에서 살인죄로 감옥에 갔던 여자이다. 워낙 음전한 여자였는데 출국바람이 한창 불 때 남편과 함께 한국에 나간 후 한국남자와 눈이 맞아 둘이 공모해서 남편을 죽였던 것이다. 네번째로  만난 이는 물론  작가의 친구이다. 그는  서울에 가서 10여 년 간 뼈 빠지게 일해서 아들을 북경에 있는 명문대를 졸업시켰고 마침내 청도에 아파트를 마련해가지고 아들을 장가보내게 된 것이다. 작가는 서로 대조되는 한족과 조선족의 삶의 방식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리거나 무조건 전자를 긍정하고 후자를 부정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쉰 살이 넘은 홀아비아들과 함께 살면서 가난하지만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 로파의 삶과 오로지 가족을 위해 작은 시가지를 떠나지 못하는 젊은 마담의 삶이 우리에게 그 어떤 거울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삶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우리 민족 대다수 성원들이 삶이 좋거나 나쁘다는 이분법의 판단을 떠나 그 정당성과 합리성에 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대로 우리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소설부문에서는 조원의 <아주 고요한  하루의 아주 은밀한  꽃잠>과 김경화의 <우리들의 천국>이 후보작으로 추천되었다. 조원의 경우는 고양이라는 동물의 시점으로 일본군 위안부 경력을 가진 할머니와 여러 고양이들의 애틋한 관계를 그리고 있으나 인간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보다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탐미주의적인 실험의식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잠들기 전에 나를 죽부인처럼 숨 막히게 끌어안기도 하였다”라든지, “머리통의 정곡을 맞아 눈앞에서 별찌가 번쩍”거린다든지 애매모호한 표현들이 더러 있다. 죽부인은 끌어안으면 부서지는 물건이 아니던가. 정곡(正鵠)이란 과녁의 한 가운데가 되는 점이요, 가장 중요한 요점이나 핵심을 일컫는 말이다. 보통 “정곡을 찌르다”로 쓰인다.  “머리통의 정곡”이란 말은 비문(非文)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김경화의 중편 <우리들의 천국>을 보기로 하자. 이 작품 역시 코리안 드림을  다룬 소설이지만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인다. 작금의 코리안 드림을 형상화한 소설들을 보면 한국인의 비정과 이방인의 설음을 다룬 소설에서 한국인의 아픔과 그들의 인간성을 발견하고 새로운 화합의 가능성을 제시한 소설로, 여기서 다시 조선족 자신의 요행심리와 비도덕성에 대한 반성에서 자존, 자립, 자강의 과정을 그린 소설로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김경화의 소설은 어떠한가? 자본주의사회 특유의 기업주와 회사원의 모순과 갈등에 초점을 두고 새로운 성격의 재한조선족의 형상을 창조하고 있다.

   물론 이 소설의 제목은 한국의 저명한 작가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1976)을 련상시킨다. 하지만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1970년대 한국사회의 축도라고 할 수 있는 소록도를 배경으로 권력과 자유, 개인과 집단, 사랑과 공동체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 관념소설의 걸작이라면, 김경화의 <우리들의 천국>은 중편소설이요, 자본주의 한국의 로사관계를 배경으로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생리와 이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재한 조선인 로무자들의 실존적 상황과 륜리, 도덕적 갈등을 통해 재한조선인 로무자들의 새로운 성격을 창조했다. 말하자면 임금체불을 하는 기업주에게 악은 악으로 맞서서 이기는 재한조선족 로무자들, 그리고 그에 대한 참회라는 새로운 성격을 그렸다. 특히 영훈 대리와 나와의 담판이라는 한정모찌프에 장기환자인 “나”의 누님의 이야기, 불법체류자 허용택의 이야기, “나”의 동료이자 동거녀인 정성미의 이야기가 자유모티프로 적절하게 배합됨으로써 이른바 천국의 허상을 고발하고 작품을 보다 풍성하게 엮었다. 또한 성격이 드러나는 대화와 절묘한 비유에 의한 장면 묘사, 철리가 넘치는 지문과 의론도 일품이라 하겠다.

   신인상을  수상한 최화의 소설 <빈집>은 상해와 같은 대도시에 진출한 조선족 젊은 지식인들의 취업난과 생활난을 다루었는데 도스또옙스끼의  <죄와 벌>을 련상케 한다. 외로운 안로인이 살고 있는 아빠트에 웬 젊은이가 가만히 들어가 산다는 이야기, 말하자면 현념을 깔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조성하고 독자들을 휘여잡고 있다.

  문학칼럼부문 상을 처음으로 설치한  까닭일가,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함을 드러냈다. 최국철의 <혜존과 청람의 물류학>은 우리 문단과 독자들이 안고 있는 병페를 유머러스하게 꼬집은 수작이라 하겠다. 그러나 최국철 본인이 수상의 기회를 후진들에게 양보하는 아량을 보여준 덕에 칼럼부문의 상은 80후의 신예 모동필(원명 김호)에게 돌아갔다. 그의 <기술문명시대와 조선족문화>는 칼럼쓰기의 요령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고 작가의식의 과잉으로 너무 거창한 론제를 다루었다. 활자문학(传统文学)과 온라인문학(网络文学)을 결합시켜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만을 재미있게 론의해도 충분한데 문학의 언어, 상상, 독자의 수용 등에 대해서까지 론의하다 보니 글이 좀 난삽해졌다. 하지만 우리 문학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호소한 점은 높이 사주어야 할 것이다.

   평론부문 신인상 후보작으로 리광원의 <고추잠자리의  불꽃놀이 행렬>, 평론부분 본상 후보작으로 김해응의 <수행과 방황, 극복의 경계에서 나타난 내면의 흔적들>, 서려령의 <동아시아 고전과 반구저기의 윤동주시학>이 제기되였다. 리광원은 연변대학 조한문학원 조선문학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데 류정남의 소설 텍스트에 대한 꼼꼼한 읽기와 인상주의비평에 바탕을 예술적인 깨달음(感悟力)과 감상적인 문체를 선보이고 있으나 같은 신인상 후보작으로 제기된 <빈집>에 밀리고 말았다. 서려령의 경우, 윤동주의 전기적 사실에서 그와 동아시아 고전과의 관련 양상을 확인하고 그의 친필메모, 육필원고 등 원전 자료를 통해서 반구저기의 사유가 윤동주의 시학의 중요한 특징으로 된다는 사실을 론증했는데 상당한 고증과 추리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김해응의 <수행과 방황, 극복의 경계에서 나타난  내면의 흔적들>을  더 높이 사주어야  하겠다. 김해응은 한국의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김련수 시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현대시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조광명의 시집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하였다.  말하자면 <좌선, 어느 30대의 아침>이라는 시집의 제목과의 련관 속에서 구체적인 작품들에 나타나는 시적 화자의 어조, 이미지, 태도, 목소리 등에 대한 탐구를 통해 시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시적 자아의 내면을 분석하는 것은 시인과 작품 두 가지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한 연구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는 구체적으로 시인의 경험적 자아와 시적 자아의 일치를 표명한 표현론적 관점에 근거하여 시적 자아의 내면세계에 대한 분석과 함께 다양한 시적 자아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

따라서 조광명의 시집을 통해 “삶에 대한 부끄러움, 슬픔과 고독 속에서 륜회를 꿈꾸며 참회와 수행을 끊지 않는 성찰적 자아, 결국 그 동안 자신이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며 비움을 시도하는 자아, 도시의 추악함을 고발하는 현실인식은 가졌지만 그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타협하는 나약한 자아, 현실이 가능성이 부정된 상황에서 류랑하고 방황하는 자아, 삶의 다양한 고통 속에서 자신을 절제하고 비움을 실천하는 자아, 끝내는 각성하여 새로운 삶을 향하여 능동적인 자세로 나아가는 자아를 보게” 되었다고 하면서 “결국 시인은 시적 자아의 다양한 내면 모습에 편승하여 자신 그리고 인간들의 보편적 자아와 삶의 리얼리티를 잘 그려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으로 정곡을 찌른 평가라 하겠다. 물론 “현실문명”이라든지 “내면 모습에 편승하여”라든지 적절치 못한 표현들이 더러 있고 “아담과 하와”과 같이 이브를 하와로 쓴 것 같은 게 더러 있지만 전체적으로 글이 부드러우면서 론리정연하다. 만약 상호텍스트성의 시각으로 조광명의 시들을 분석했으면 좀 더 깊은 론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가 생각한다.

  6명의 수상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림과 아울러 후보작에 그친 분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하시기 바란다.
                                
- 2019년 6월 11일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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