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소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외국인을 추방해온 관행에 대해 국가인권위(위원장 김창국)가 제동을 걸었다. 9일 국가인권위는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재중동포 김모씨 등 3명이 낸 진정과 관련,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그 집행을 정지할 것"을 권고했다.

김씨 등은 지난 5일 만취한 상태에서 수원의 한 정육점 주인에게 행패를 부리며 욕설을 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밤혐의로 입건됐다. 다음날 이들은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됐고, 곧바로 출입국관리소장으로부터 강제퇴거 명령을 받았다.


출입국관리소장은 김씨 등을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출입국관리법 제11조 1항 3호) 및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같은 항 4호)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김씨 등이) 단지 단순히 멱살을 잡고 밀친다거나 욕설을 한 행위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질서를 해하거나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출입국관리소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경종을 울린 것.


국가인권위는 또 "이의신청 및 행정소송 등 필요한 구제조치가 종결되기 전에 이들에 대한 강제퇴거 명령이 집행될 경우 피해자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발생이 예상"된다며, 강제퇴거 명령을 받은 자에 대해서도 구제절차가 충분히 보장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최의팔 목사는 "(출입국관리소도 강제퇴거 전에) 일단 법원의 판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외국인 노동자, 중국동포의 인권을 위한 적극적 조치"라고 환영했다.


동북아신문 우성영 편집장은 "큰 피해를 일으키지 않았는데도 우리나라 법을 어겨 출국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출입국관리소의 관행을 비판했다. 이어 "추방이라는 것이 그들에겐 악몽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제퇴거를 당한 외국인은 5년 동안 재입국할 수 없으며, 김씨 등의 경우는 강제퇴거와 입국금지의 사유가 동일하기 때문에 5년이 지나도 재입국이 어려울 수 있다.


한편,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심사과장은 "이의신청에 대해 결정이 날 때까지 강제퇴거 명령의 집행은 보류될 것"이라고 간단히 답했다.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결정은 법무부장관이 하며, 김씨 등이 그 결과에 불복한다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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