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인가 한 민족인가 … 중국도 화교에 시민권 부여

정부의 고용허가제 실시에 따라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추방 시한이 임박한 지난 13일, 무려 5525명의 중국 동포들이 무더기로 국적회복을 신청하고, 이튿날 그 법적 정당성을 얻기 위한 헌법 소원을 제출했다. 이어 그 중 약 3000명이 서울 시내 여러 교회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새삼스럽게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중국 동포 문제의 빠르고 올바른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 조선족, 그들은 우리에게 누구인가? 핏줄이야 같지만 엄연한 중국인이며, 오로지 돈벌이 하러 와서 불법으로 눌러 살고 있는 외국인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우리 민족의 아픈 근세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중국 공민이 되어 변방 소수민족으로 생존해오다가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부모님의 고향을 찾아온 귀환 동포로 받아들일 것인가?

전자의 인식을 가진 사람들은 ‘법’을 내세우면서도 내심 그들이 우리와 다른 점을 셈하고 있음을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돈만 아는’, ‘지저분한’, ‘위장 결혼으로 농촌 총각 여럿 울린’, ‘게으른’, ‘어차피 중국을 고향 삼은’ 사람들 이라는 것.

하지만 이들이 ‘우리와 다른 점’들은 사회주의 체제에서 소수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애쓰면서 살아왔고, 우리와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생겨난 문화적 차이일 뿐 그들을 차별할 만한 조건은 결코 아니다.

혹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쳐 가면서 민족의 일원으로 품어 안는 연습이라도 해야 한다. 만일 그런 것을 문제 삼아 그들을 남처럼 다룬다면 장차 남북한이 통일되는 공간에서 겪어야 할 민족 동질성 회복과 대화합의 명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법무부는 그들이 불법체류자, 곧 범법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출하는 국적회복 신청서를 접수조차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교포 200만명이 한꺼번에 몰려올 경우 아무 대책이 없음을 걱정하고 있다. 경제적 타산이 앞선 발상이 아닌가 싶다.

동포들이 제출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의하면 그들은 한국 국적을 포기한 적이 없으므로 이중 국적자로 볼 수 있으며, 한·중 수교 이후에 국적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국가가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는 것이다.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도 법무부의 내부 규정에 불과한 ‘국적업무 처리지침’에 의해 원인이 제공된 결과로 보는 견해이며, 이 지침의 위헌 여부를 함께 묻고 있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문제의 해결을 마냥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손쉬운 방법으로 그들에게 확실한 재입국을 보장하고 자진 출국토록 하는 방안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단순노동을 하는 동포에게도 비자 연장을 해주자는 것이다. 불법체류자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정부도 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가 자유로운 재출국을 보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둘째, 불법 체류 이외에 범법 사실이 없는 동포에게 영주권을 발급하는 방안이다. 중국과 대만 출신 화교들이 국내에서 이 영주권으로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보장받고 있다. 셋째, 헌법 정신에 따라 모든 희망자에게 국적 선택의 권리를 주자는 안이다. 이는 인간의 기본권을 돌려준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중국은 1949년 정부수립 후 모든 해당국과 ‘이중국적 해소조약’을 체결하여 화교에게 국적선택의 기회를 줬고, 특히 개방 이후에는 귀국하는 화교에 거의 완벽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도 통일 직후 ‘귀환자를 위한 법’에 따라 1988년부터 1991년 사이에만 100만명의 재외국민(주로 동구 공산권에 살던 독일 민족)에게 국적을 부여했음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장영국·"조선족의 친구들"공동대표·전 미주한인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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