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월경 필자가 처음 중국에 와서 만난 동포, 중국의 조선족을 만나 놀라고 감격했던 추억이 새롭다. 14년 전,당시 함경도 말씨를 쓰는 조선족을 접하면서, 필자는 마치 어머니의 친척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어머니 고향이 함경북도 청진이였다.

투자를 결정하고 조선족 직원들과 같이 일을 시작 하면서, 그들의 부모님께 얼마나 고마운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중국에 살면서 모국어를 잊지 않고, 2세에게 이렇게 잘 가르칠 수가 있다니. 필자는 감격했다.

그리고 중국인과 투자를 위한 상의를 하는데, 전혀 막힘이 없는 의사소통에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웠다.

필자는 그때 조선족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정말 고맙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는 누구보다도 유리한 좋은 기회가 왔다. 량국어(중국,한국)를 류창하게 구사하는 여러분에게는 누구보다도 미래가 밝다. 열심히 일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그후 그들의 통역을 통해 일을 처리하고, 업무를 맡기면서, 많은 한국기업에서 조금씩 문제점이 로출되기 시작했다.

1. 조선족의 중국어 실력은 한족과 차이가 커 한족을 설득시킬수 있는 어휘력이 부족하고,

2. 한국이 모국이란 개념이 전혀 없는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중국 실정을 잘 모르는 한국인과 한족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업무처리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

3. 시장경제제도하의 기업운영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고,

4. 중국 주류사회에 밀착하지 못해 업무처리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며,

5.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대한 리해 부족으로 업무처리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는 등이다.

따라서 조선족과 한국인 사이에 불신이 팽배하게 되면서 조선족 직원들은 한국기업에서 중요한 위치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

당시 이런 현상을 안타깝게 보고 해결해보고자, 협회차원에서 한국인과 조선족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립장 및 리해를 높이기 위한 세미나를 가져보기도 했다.

많은 세월이 흘러, 이제는 한국인이 모여사는 도시에 거의 두배 이상의 조선족이 서로 어울려 살게 되면서 이제는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서로 어울리는 생활군체가 형성 되였다.

그리고 지금은 기업외에도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을 찾아 수많은 한국인이 중국에 들어 오고 있고 한편 조선족들도 류학, 비즈니스 등 여러가지 목적으로 한국을 다녀오고 있는 상황인바, 조선족과 한국인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와도 같이 서로 갈라질수 없이 되였다.

기업가가 아닌 일반 장사를 목적으로 들어온 한국인에게는 조선족의 도움이 거의 절대적인데, 이들 한국인의 대부분이 조선족에 대한 의지가 큰데서 비롯된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조선족 또한 중국실정을 모르는 한국인을 리용하여 개인의 리익을 추구하는 현상이 많다.

14년간 중국생활을 해오면서 필자는 상기 부정적 현상들에 대해 비판의 시각보다는 더불어 살고있다는 의미에서, 같이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립장이다.

한편 필자 또한 중국에 갓 들어온 한국인 눈에는 제2의 조선족으로 보일것이다. 필자는 ‘한성족,서울족,신선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필자에게는 형제처럼 지내며, 내가 도울수 있는 한 돕고 싶고 내가 깊이 의존하는 조선족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민족언론지인 '흑룡강신문'을 통해 많은 기고도 했고 아울러 '흑룡강신문' 특약기자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런 립장에 있는 필자로서는 요즈음 일어나는 문제점에 대해, 진정 아픔과 걱정을 느끼는 바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한국인의 잘못도 무척 크다는 점에 깊은 공감을 가진다. 이들보다 조금 더 가지고, 여유가 있는 한국인들이 진심으로 대하고, 도와주고, 이끌어 주었다면, 훨씬 좋아졌을것이라는 것에 깊은 공감을 가진다.

그러나 사회는 그만큼 순수하지가 않다. 서로가 먹거리를 찾아 먼 외국, 타향에 온 이상 서로는 협조보다는 리용하려는 마음이 앞서기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필자는 진정으로 걱정한다. 이제 중-한 수교가 이루어진 지 14년이 지났다. 그리고 중국 진출 5년,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한국인이 늘어가면서 중국사회에 점차 익숙해져 한족들과 직접 교류를 하고 있어 조선족에 대한 의존도가 작아지고 있다.

기업에 종사하는 필자로서 한 가지 큰 변화의 례를 들고 싶다. 지금까지 한국투자 기업에서는 중국말을 못하는 한국인 관리자가 조선족 통역인원을 통해 업무를 처리 해오는데 불편을 못 느꼈다. 그러나 한족 관리자 또는 한족 인재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못함으로 인해, 한국기업이 한족 인재를 키우는데 많은 애로를 느끼고 있으며, 결코 회사의 95%가 한족 로동자인데, 그들의 물밑 움직임을 알수 없다는데 심각성을 느껴, 이젠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한국청년들을 과감히 채용하여, 그들을 키워 한족과의 유대관계 및 원활한 관리를 해야겠다는 방침이 늘고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 모 교수가 한 말이 떠오른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여, 36년간을 지배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접시에 고여있는 물을 일본군화로 밟았을때 그 물이 사방으로 튀여, 즉 지구상에 골고루 튀여, 이제 한국이 세계가 좁다고 무역을 하러 다닐 때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조선인/한국인들과의 협조가 한국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있다”

그렇다, 조선족은 우리의 아픈 력사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진정 노력 할때이다. 조선족 령도자들은 이 점을 깊이 명심해야할것이다. 적어도 200만의 조선족과 향후 2세들에게도 한국이라는 좋은 매개체를 활용하여, 중국에서 최고로 우수한 소수민족으로 발전시켜야 할것이다.

1. 한국말을 할줄 아는 진정한 중국인이 되자.

2.업무로 당당히 설수 있는 실력 있는 조선족이 되자.

3.조선족 주최, 한국인과 조선족과의 각종 문화교류, 관련 주제토론회, 사업소개회 등 교류의 기회를 만들자.

4.학교 또는 조선족 단체에서는 교육을 통한 한국인과의 관계 정립에 주력하자.

한국의 례를 들고 싶다.

예전에 한국에서는 지방으로 려행가기를 무척 꺼렸다. 도시 사람에 대한 지방 사람들의 텃세가 심해, 불안을 느껴 지방에 가기를 싫어했다. 그러나 경제와 문화생활이 발전함으로 인해, 지방사람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즉 도시인들과 왕래를 많이 함으로써 자신의 고장이 발전할수 있음을 깨달은것이다. 이후 지방의 지도자들, 어른들이 솔선수범하여 타지방 사람들이 와서 편안히 머물고 갈수 있게, 주민들을 개몽하고, 교육을 시켰다. 지금은 어느 지방을 가든 텃세를 보기 힘든 현실이다.

마찬 가지이다. 이제 이 세상은 더 이상의 외국, 타향이 아니다. 그야말로 지구촌인것이다. ‘더욱 많은 한국인들이 편안히 들어 와서 조선족들과 좋은 협력관계를 맺어 서로가 이득이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자 한다.

/ 민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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