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색무한(女色无限)37
 검은 구름이 사람들의 신변을 슬쩍 스쳐지나갔건만 모두들 아무런 감촉도 받지 못하고있었다. 누구나 주의하지 않았고 더욱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동분서주했다. 조정에서는 정월 이경에 성지를 내려 락양에 건원궁궐을 새로 건립하고 합옥궁을 수건할것을 제의했다. 4월에 망산아래에 삼군을 교열시키고 5월에는 허경종과 리적봉에게 성지를 내려 태산대전을 10월까지 준비하게 하였다. 등봉태산은 국가 1년의 대전이였다. 그러나 고종은 아무런 흥취도 가지지 못했다. 고종은 곧 시작될 머나먼 려행길이 그야말로 두려워났다.
    고종은 고독과 적막속에서 10월을 맞이했다. 대량의 인마가 산동 태산으로 향해 출발하
였다. 그들은 이른새벽에 길을 떠나 밤늦게야 류숙하면서 갖은 고생을 다 겪었다. 10월 1일, 
대량의 인마가 원무에 주둔했다. 12월에는 산동으로 진입하여 제주에 주둔했다. 십여일간 휴
식한후 태산으로 향했다. 태산의 성전을 등봉하는것을 새해 정월에 거행하기로 규정했다. 무
측천이 고종에게 말했다.
    무씨가 아헌지례를 행하겠나이다. 아헌지례란 바로 두번째로 임금님께 모든걸 올린다는 
뜻이옵나이다. 
    고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측천은 고종을 바라보며 물었다.
    페하, 무엇이 타당하지 않은것이 있사옵니까?
    난 너무나도 피곤하오.
    고종이 말했다.
    페하께선 조금도 피곤하시지 않나이다. 제가 아헌지례를 행하는것을 타당하게 여기시지 
않나이까?
    무측천의 물음에 고종은 힘들게 앉으며 미간을 찌푸리고 한숨을 내쉬였다. 무측천은 재
빨리 고종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무엇때문에 이 무황후는 번마다 페하를 괴롭게 하는지 알수 없나이다. 도대체 무엇때문
이나이까?
    고종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황후는 왜서 기어코 아헌지례를 행하려 하오? 무씨는 황후란 말이요.
    무측천은 웃으며 대답했다.
    황제가 있은 다음 황후가 있는것이 아니옵니까?
    고종은 초조하게 말했다.
    난 지금 무황후와 롱담할 심정이 아니요.
    무측천이 뒤질세라 높은 소리로 말했다.
    이 무씨도 지금 페하와 롱담하는것이 아니옵니다. 난 이날을 고대한지가 얼마나 오랜지 
아시나이까?!  꿈속에서도 태산으로 오르기를 기대하였나이다.
    뭘 그렇게 흥분돼하오. 무황후는 해마다 등산하지 않았소? 
    아니옵나이다. 난 자나깨나 등산하기를 바라나이다.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더 높이 올라
가고싶나이다. 바로 제일 높은 최고봉에 오르고싶나이다.
    무측천이 훙분되여 말했다.
    최고봉에 오르면 어떻소?
    고종이 짜증스레 물었다. 
    난 최고봉에 오르면 그것을 똑똑히 볼수 있나이다.
    무엇을 볼수 있소?
    태양을 볼수 있나이다.
    태양.
    그렇나이다. 태양을 볼수 있나이다.
    고종은 어리둥절해졌다. 그는 무황후가 정말 보통사람과 다른 비범한 녀인이란걸 다시
한번 느꼈다.
    태양이 뭘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오. 날마다 보는것이 태양이 아니오?
    아니옵나이다. 이 무씨는 제일 높은 곳에 서서 태양을 보는것이  최대소원이나이다.
    무측천은 정색해서 말했다.
    그럼 무황후나 가서 보오. 난 목욕하러 가겠소.
    고종이 막 자리를 뜨려는것을 무측천이 큰소리로 불러세웠다. 창문앞에서 몸을 돌려 고
종을 향해 선 무측천의 표정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무측천은 성난듯이 말했다.
    페하, 나의 아헌지례를 절대 잊지 마시옵소서.
    마음대로 하오.
    고종이 막 방에서 나오다가 태감과 마주쳤다.  태감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황후에게 무슨 일이 있나이까?
    고종이 동문서답했다.
    모두들 나를 시인이라고 하였는데 오늘에야 내가 진정한 시인이란걸 똑똑히 알았도다.
    고종은 물이 촬촬 넘치는 큰 초롱에 몸을 깊숙이 잠그었다. 시중드는 태감과 궁녀를 다 
쫓아내고 혼자서 뜨거운 물에 몸을 맡긴 고종의  이마에선 구슬같은 땀방울이 끊임없이 흘
러내렸다. 고종은 일체 번거로운 정사에서 벗어나 시름놓고 자유의 몸으로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다. 뜨거운 물은 고종의 온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그야말로 무한한 행복감에 
도취된 고종은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고종은 흘러간 옛날을 그려보았다. 그는 모지름을 쓰면서 당년의 무씨의 그 순진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되새기였다. 그의 눈앞에는 한폭의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꽃이 만발한 
화원에서 시를 읊으면서 랑만적으로 무씨를 만나던 정경, 태종의 령전앞에서의 뜨거운 포옹, 
비구니시절의 무씨의 사랑… 리치는 스스로 물었다. 자기가 무측천을 사랑하는가를? 그는 
인츰 명확한 답안을 얻었다. 고종은 무측천을 사랑했다. 너무나도 사랑하여 고종은 극도로 
고통스러웠다. 무측천을 미친듯이 사랑했기에 한국부인을 살해한것마저 량해해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였다. 고종과 무측천의 불같던 사랑, 고통스러울만치 지나치게 
뜨거운 사랑은 지금 점점 소실되여가고있다. 고종이 전혀 리해할수 없게 이상한것은 무씨와
의 뜨거운 사랑의 불길이 강산을 독차지한 현재 날이 갈수록 그 어떤 말못할 힘에 의해 점
점 꺼져버리고마는것이였다. 지어는 인젠 암담하게도 사랑의 불길이 훼멸될 지경에 이르렀
다.
    고종은 인젠 무측천을 만나는것마저 두려웠다. 무측천이 나타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리였고 무엇인가 잘못을 저지른것처럼 몸둘바를 몰랐다.
    뜨거운 목욕물에 담근 초약의 그윽한 향기가 고종을 흠뻑 취하게 했다. 박하향기가 고
종의 정신이 한결 맑고 상쾌하게 하여 고종은 구름이 떠도는 하늘에서 둥둥 떠돌아다니는것
만 같았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래소리가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메아리쳐오는것 같았다. 
    고종은 룡포를 걸치고 욕실에서 나왔다. 어느덧 밤은 점점 깊어가고 달빛아래  나무들
이 바람에 설레이였다. 그의 룡포자락으로 바람이 휙휙 불어들어왔다. 고종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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