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는 잎이 무성한 한 나무아래에 서있었다. 고종은 인츰 그 처녀가 한국부인의 딸이라는걸 알아보았다.  한국부인을 기념하기 위해 고종은 처녀를 위국부인이라고 책봉해주었다. 은은한 노래소리는 바로 처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위국부인은 고종에게 큰 절을 올렸다. 고종이 말했다.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구나.
    어머님께서 저에게 가르쳐준것이옵나이다. 어머님께선 생전에 노래를 정말 잘 부르셨나
이다.
    위국부인이 말했다.
    난 한국부인이 살아있을 때 한번도 노래를 들어본적이 없구나. 아무렴, 노래 한곡 부를 
시간도 없었지.
    고종은 아주 침울한 기색을 지으며 말했다.
    이때 찬바람이 휙―  불어왔다. 고종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위국부인은 고종에게 다
가가 조심스레 룡포자락을 여며주면서 여쭈었다.
    페하, 몹시 추우시나이까? 
    춥구나. 나한테로 더 가까이 다가오너라.
    위국부인이 살며시 다가가자 고종은 으스러지게 꽉 껴안았다.
    고종의 호흡은 저도 모르게 빨라졌다. 그는 위국부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문뜩 당년에 무씨가 사원의 욕실에서 나와 그를 뜨겁게 포옹하던 장면을 회상하였다. 허나 
무씨와의 불타는 사랑은 인젠 흘러간 옛노래에 불과했다. 이것은 무엇때문일가?! 
    위국부인은 조심스레 고종을 애무하면서 말했다.
    페하의 얼굴은 온통 눈물투성이옵나이다.
    위국부인은 노래를 잘 부르는외에 또 무엇을 잘하오?
    고종이 물었다.
    전 춤도 잘 추나이다.
    그것은 무녀들의 일거리인데.
    고종이 말했다.
    난 춤추길 좋아하나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한번 보여드리겠나이다. 말을 마치기 바쁘게 
위국부인은 은은한 노래가락을 뽑으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종은 모든 사념에서 벗어나 
멍하니 위국부인의 춤을 감상했다. 그녀의 춤자태는 그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왔다. 완전히 속
세에서 벗어나 뜻깊은 이 밤에 그 어떤 한폭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주었다. 하나하나의 춤
동작은 그야말로 깨끗하고 고상했고 흠잡을데가 없었다. 
    문뜩 고종은 위국부인이 훨훨 춤추며 낭떠러지로 다가가는것을 분명 보았다. 그아래는 
깊은 못이였다. 고종은 저도 모르게 무측천이 비구니때의 그 한단락의 장면을 그려보며 다
급히 소리질렀다.
    위국부인, 어서 제 자리에 서거라.
    위국부인은 흠칫 놀라며 멈춰섰다. 그녀는 이상스레 고종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고종은 주위에 그 어떤 낭떠러지도 없고 깊은 못도 없다는것을 알았다. 자기가 
환각에 사로잡혔다는것을 인츰 깨달았다.
    페하, 무엇때문에 절 멈춰서라고 했나이까? 
    지칠대로 지친 고종은 수심어린 얼굴로 맥없이 말했다.
    큰 례식때  위국부인은 한번 본때있게 춤을 잘 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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