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례식은 계획대로 거행되였다. 군사요지를 수비하는 관원들을 제외하고 소유의 왕공대신들이 다 참여하였다. 그리고 인도, 장북, 일본, 고려, 등 관방대표와 각 부락의 수상들도 왔기에 례식은 그야말로 흥성흥성했고 방대했다. 들끓는 례식에는 오색찬란한 기발이 펄펄 휘날렸고 붉은 술을 단 창들이 숲을 이루었다. 대형의식은 사흘동안 진행되게 규정했는데 크게 세가지 행사로 이루어졌다. 첫번째 행사는 황제가 례를 올리는것이고 두번째 행사는 무황후가 아헌지례를 행하는것이며 세번째 행사는 태종과 월국 태기의 헌례였다. 
    무측천이 태기에게 말했다. 
    난 두 녀인이 헌례하는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나이다.
    태기는 살짝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봉의식은 이미 지나갔지만 웬 일인지 태양은 여전히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온 하늘
은 붉은색으로 물들어있었지만 태양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술렁거리기 시작
했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술렁대기 시작했다. 례식의 주례가 황급히 도사를 찾아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가고 물었다. 그리고 태양이 왜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가고 문의했다. 도
사는 경황실색하여 어쩔줄 몰라 했다.
    나도 모르겠나이다. 빈틈없이 시간을 계산하여 의식을 진행하였는데 웬 일인지 갈피를 
잡을수 없나이다. 아무런 저애도 있을수 없는데 말이나이다.
    도사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러가지고 말했다.
    주례는 도사한테 다가가 귀속말로 속삭이였다. 
    빨리 태양이 나타나게 하소서. 페하가 기다리고있나이다!
    도사는 너무도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그 어느 누가 태양을 마음대로 나타나게 할수 있나이까?
    주례는 한동안 멍청하니 서있다가 고종에게 가서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했다. 이때 한옆
에 있던 허경종이  말했다. 
    태산등봉에 태양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이까?  페하, 어떻게 하겠나이까?
    심정이 불안한 고종은 기운이 푹 꺾이여 흐리터분한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태산에서 태양을 보지 못하거늘 어느 곳에 가야 된단 말이냐? 인젠 시작하도록 해라!
    황제의 태산등봉의식은 전혀 활기없이 시작되였다. 대신들은 속으로 많은것을 알고있었
지만 겉으로는 짐짓 모르쇠를 놓고있었다. 심지어 모두들 난감한것은 황제의 제일 처음 례
식을 눈에 띄이게 겉치례로 대강대강 해치우는것이였다. 고종의 극히 피동적인 행동은 사람
들에게 그가 황제의 자리에 처음 오를 때의 정경을 그려보게 하였다.
    특히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하게 한것은 바로 무황후가 아헌지례를 행할 때 갑자기 태양
이 불쑥 솟아오른것이였다. 태양은 솟아오르자마자 온 누리에 금빛찬란한 빛을 내비치였다. 
삽시에 사람들은 들끓기 시작했다.  무황후는 헌례대의 제일 높은 곳에 서서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태양을 우러러 정중하게 섰다. 그녀는 진정 목메도록 감동되였다. 그러나 
고종은 태양을 쳐다볼수 없었다. 강렬한 해빛이 눈을 자극하여 저도 모르게 눈물이 끊임없
이  흘러내렸다. 고종이 흘리는 눈물은 일종 암담한 눈물이였다.
    태양이 눈을 자극하여 견딜수 없도다.
    고종은 말을 마치기 바쁘게 인츰 몸을 돌려 무황후의 몸뒤에 숨었다. 다급해난 무황후
가 고종을 꾸짖었다.
    페하, 어서 앞으로 나와주시옵소서. 저의 몸뒤에 숨어서 뭘 하시나이까?
    도사가 주례에게 말했다.
    태양이 이 시각에 나타난것은 합당하지 않나이다. 시간이 맞지 않나이다!
    주례가 물었다.
    그럼 지금은 무슨 시간이옵나이까?
    도사는 라침판을 쥐고 공포에 질려 말했다.
    난 지금 모든것이 뒤죽박죽이 되여서 잘 모르겠나이다!
    고종은 의연히 무측천의 몸뒤에 숨어있었다. 황제의 이런 엉뚱한 행동을  모든 사람들
이 다 보았다. 무측천이 말했다.
    페하, 어서 앞으로 나와주시옵소서. 왜 이러고계시나이까?
    난 눈이 아파 한순간도 태양을 마주할수 없소. 이 태양은 정말 눈을 많이 자극하오. 난 
아마 눈이 멀것 같소.
    고종이 침울하게 말했다.
    이때 한 친왕이 한 대신에게 말했다.
    보았을것이나이다. 태양마저 무황후의 말을 듣는것을.
    묘하게 일치된것이라고 생각하나이다. 
    대신이 말했다.
    음성양쇠이나이다. 좋은 징조가 아니옵나이다.
    친왕이 한숨을 풀풀 내쉬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고종은 삼일동안의 례식에서 부단히 위국부인과 눈을 맞추며 서로 의사를 소통했다. 아
마 대부분 사람들도 이미 그들의 관계를 감촉하고있는듯했다. 고종은 이처럼 방대한 큰 례
식에서도 공공연히 위국부인과 감정을 주고받았다. 무황후는 아헌지례를 행하는것에 지극히 
열심했고  례식에서 황후의 위엄스러운 존엄을 보이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고종은 
그 어떤 법도나 위풍, 위엄에 전혀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고종이 수요하는것은 일종 따스한 
사랑이였고 따사로움이였다. 때문에 무황후가 아헌지례를 향할 때에도 고종의 두눈은 위국
부인과 무언의 말을 속삭이였다.  천진란만한 처녀 역시 고종과 끊임없이 눈길을 주고받았
다. 무황후도 이들사이를 언녕 감촉했지만 의연히 엄숙하고 단정하게 모든 례식을 원만히 
끝마쳤다. 
    경축연회는 봉산대전에서 고조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대형무용이 펼쳐졌
다. 위국부인은 무희들의 행렬에 끼여있었다. 그녀의 춤자태는 그토록 뛰여났다. 괴이하고 
은은한 노래소리에 맞춰 위국부인은 나비처럼 나풀나풀 춤추었다.
    정말 그 어머니에 그 딸이도다.
    고종이 감탄조로 말했다.
    부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하찮은 무녀이나이다.
    무측천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고종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는 무측천을 쏘아보며 말했다.
    무황후는 무슨 말이나 제멋대로 하는구만.
    이 무씨가 보기엔 위국부인이 춤추는것이 마치 요녀와 같아보이나이다.
    아니요. 내가 보기엔 아름다운 한떨기의 꽃과 같소.
    고종은 뒤질세라 말했다. 무측천은 페하를 오래동안 바라보았다.
    이튿날 병사들과 임금의 행차가 대렬을 지어 조정을 향해 떠났다. 호호탕탕한 대오는 
온 거리를 메웠다. 거리는 먼지와 연기로 자욱하였다. 길량켠에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서 
만세를 불러댔다. 무황후는 특별히 위국부인을 자기의 옆에 앉히고 함께 용가를 타고 길을 
떠났다. 밖의 들끓는 정경을 내다보며 무황후가 물었다.
    이처럼 굉장한 정경을 좋아하시나이까?
    정말 대단하나이다. 그야말로 온 나라가 들끓고있나이다.
    위국부인이 흥분되여 말했다. 그러나 무측천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나 모든것이 다 지나갔나이다.
    무슨 말씀이옵나이까?
    위국부인이 물었다.
    모든것이 다 과거로 되였간단 말이옵나이다. 지금은 이처럼 흥성흥성하지만 조금후이면 
인츰 안정될것이고 잠잠해질것이옵나이다. 마치 희극과 같나이다.
    무황후는 상심하여 말했다. 위국부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의혹스런 눈길로 무
황후를 쳐다보았다.
    류수처럼 흘러가는 세월을 위국부인은 잡을수 있나이까? 특히 녀인들이 자기의 청춘과 
미모로 남자를 정복하려는것은 그야말로 제일 우둔한 일이옵나이다.
    무황후가 말했다.
    전 무황후의 말뜻을 잘 모르겠나이다.
    부인은 마땅히 알아야 하나이다. 미모는 이 세상에서 제일 쉽게 소실되는 물건이란것을 
부인은 기억해야 하나이다. 오직 지혜로운 사람만이 이 세상에서 제일 오래 남아있게 되는
것이옵니다.
    무황후는 떠들썩한 밖의 뭇사람들을 바라보며 위국부인의 귀가에 대고 말했다.
    인생은 꿈과 같나니 아주 공허한것이옵나이다. 사람이 죽으면 모든것이 사라지게 되나
이다.  난 이미 마흔을 넘었지만 어떤 사람은 마흔이 되기전에 죽게 되나이다. 혹은 오늘, 
혹은 래일에 죽음이 닥쳐오면 아무것도 볼수 없고 아무것도 들을수 없게 되나이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요란스레 떠들어대면서 살아갈것이옵나이다. 만약 위국부인이 죽
으면 백골이 될것이고 바람에 날려갈것이옵나이다.
    순간 위국부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질렀다. 그녀는 환각중에 독사 한마리가 뭇사람
들속으로 기여와서 그들이 타고있는 용가로 슬슬 다가와 곧바로 자기 목에 칭칭 감기는듯한 
감촉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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