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태자홍은 어머니인 무황후앞에 서있다. 태자홍의 표정은 아주 이상야릇해보였다. 공손한듯하면서도 그 어딘가 랭정한 표정이 어려있었다.  무측천은 룡포 한견지를 손에 들고 서서 아들에게 입어보라고 했다. 
    태자. 어서 내앞으로 오시옵소서.
    그러나 태자홍은 선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룡포를 보면서 말했다.
    무황후, 이것은 룡포이나이다.
    태자, 룡포가 틀림없도다. 바로 내가 친히 수놓은것이옵나이다. 태자는 당년에 이 모친
이 녀의관으로 있은것을 알고있나이까? 
    무황후는 득의양양해서 말했다.
    순간 태자홍은 그 어떤 공포에 질려 다급히 말했다.
    난 다만 태자이기에 감히 룡포를 입을수 없나이다. 
    그러자 무측천은 친히 다가와서 태자홍에게 룡포를 걸쳐주었다. 태자홍은 저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어머니인 무황후가 자기 등뒤에 서있는것을 감촉했다. 무황후는 아들
의 등뒤에서 나지막한 소리로 다정스레 말했다.
    태자, 난 태자를 사랑하나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찌 직접 이 룡포에 수놓이를 하겠
나이까?! 태자는 나의 친아들이나이다. 오래지 않아 태자가 황제로 될것이옵나이다. 그러나 
이 무황후는 태자의 어머니이기에 태자는 마땅히 이 무씨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나이다.
    태자홍은 저도 모르게 흠칫하였다. 룡포가 스르르 바닥에 떨어졌다. 태자홍은 어머니의 
포옹에 전혀 습관되지 않았다. 그의 이 행동에 무측천은 그야말로 난처했다. 그녀는 그만 헛
물만 켜고만 셈이다. 그녀의 손에는 룡포만 애처롭게 들려있었다. 태자홍이 말했다.
    전 무후께서 지금 무슨 이야길하고계시는지 정말 모르겠나이다.
    태자, 이 룡포를 입어보시옵소서.
    무측천이 정색해서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태자를 끌어당겨 룡포를 입히였다. 태자는 
아주 피동적으로 무황후가 시키는대로 몸을 내맡겼다. 그러나 룡포를 너무 작게 지었기에 
태자홍은 숨이 꺽꺽 막혔다. 무측천과 태자홍은 땀투성이 되였다. 이로서 그들의 싱갱이질은 
드디여 중단되였다. 
    무측천은 태자홍의 얼굴에 확연히 드러난 권태증을 보고 절망했다. 태자홍은 가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발 인젠 그만하면 좋겠나이다.  룡포를 입지 않겠나이다.
    무측천이 말했다.
    룡포를 너무 작게 지어서 정말 죄송하나이다. 난 태자가 아직도 어린애인줄로 알았나이
다. 이렇게 이미 장성한줄을 잊었나이다.
    난 정말 무황후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겠나이다. 
    태자홍이 말했다.
    이때 무측천은 천천히 룡포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태자, 난 태자가 나의 뜻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고 생각하나이다. 태자께서 부왕과 함
께 한나절이나 이 무황후의 말을 하지 않았나이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이다.
    태자홍이 말했다.
    이 무씨가 다 들었나이다. 왜 아직도 태자께선 거짓말하나이까?
    갑자기 무측천은 슬픈 심정을 눅잦히지 못하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태자께선 한 녀인의 아들과 남편이 뒤에서 여지없이 그녀에 대해 의논할 때 그 심정이 
어떠하겠는가를 생각해보았나이까?
    태자홍은 계속 침묵을 지켰다.
    이 무씨는 정말 고통스러웠나이다. 어머니가 아들한테 옷 한벌을 지어주었는데 아들이 
전혀 입으려 하지 않으니 정말 마음이 크게 상했나이다. 
    무측천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때 태자홍은 무측천에게서 룡포를 다시 받아 
입으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측천이 룡포를 되앗아갔다.
    태자, 그만두겠나이다. 그러나 태자께선 꼭 기억해야 하나이다. 이 무씨가 아들 태자홍
을 사랑하고 또 부왕도 한없이 사랑하고있다는것을.
    무측천은 아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태자홍은 머리를 푹 떨구고 맥없이 자리를 떴다.  이때 어둠이 깃들었다. 무측천은 아들
이 사라진 곳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드디여 어둠은 태자홍의 모습을 완전히 삼켜버렸다. 
무측천은 한동안 굳어진듯 서있다가 룡포자락을 걸머쥐고 이발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윽
고 룡포가 찢어지는 아츠러운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무측천은 병약한 고종과 함께 락양으로 가서 동궁에서 나날을 보냈다. 고종의 몸은 바
람에 흔들리는 거미줄마냥 가냘팠다. 온몸에 성한곳 없이 병을 지니고있는 고종은 개성이 
완전히 소실되였고 유치할 정도로 상냥해졌다. 심지어 우둔하고 얼빤해보이기도 했다. 무황
후는 고종의 신변에서 안해로서의 본분을 지키기에 모든 정력을 몰부었다. 태의한테 분부하
여 민간료법과 묘방을 얻어 온종일 각종 초약을 달여 고종에게 어김없이 대접했다. 허약해
질대로 허약해진 고종은 무황후의 지극한 정성에 의해 겨우겨우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갔다. 
무황후는  한시도 고종옆을 떠나지 않고 그가 잠들 때까지 지켜보았다. 어떤 때에는 고종이 
잠들기 힘들어하면 무황후는 친히 시를 읊어주기도 했다. 고종은 무황후의 손을 덥썩 잡으
며 말했다.
    무희, 그때 처음부터 무희가 황제로 되였으면 얼마나 좋아겠소. 내가 황제로 되였기에 
이렇게 죽어가는거요.
    페하, 무슨 말씀을 이렇게 하시나이까? 이 무씨는 영원히 페하의 소첩이나이다. 쓸데없
는 생각을 하지 마시옵고 어서 편안히 쉬시옵소서.
    무측천이 짐짓 정색하여 말했다.
    고종은 무측천의 손을 꼭 쥐고 천천히 잠들기 시작했다. 한동안 지난후 고종의 고르로
운 숨소리가 들릴 때에야 무측천은 살며시 손을 빼내였다. 무측천은 조용히 잠근 고종의 얼
굴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귀가에는 당년에 고종에게 들려주던 귀신을 몰아내는 노래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듯했다. 노래소리가 갈수록 높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의장대오는 줄줄이 늘어섰고 
비구니들이 황가의 제물로 끌려가고있었다. 질탕한 포옹, 작고 귀여운 흰쥐…
    고종을 이윽토록 내려다보는 무측천의 두눈에는 눈물이 글썽하였다. 그는 머리를 숙여 
혼곤히 잠들고있는 리치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쉴새없
이 중얼거렸다.
    무측천은 인젠 너무나도 지쳤다. 밖에선 황제에게 복을 비는 승려의 목탁 두드리는 소
리가 고르롭게 들려왔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사르르 잠들었다.

    장안에 섭정한 태자홍이 이튿날새벽 친히 말을 타고 찾아왔다. 태자홍은 조정의 중요한 
정사를 대신처리하기 위해 상주서를 가지고 락양에 온것이다.
    젊디젊은 태자홍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객지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였다. 태자홍은 
근심과 괴로움이 푹 어린 얼굴을 하고있었다. 그가 동궁에 발을 들여놓으니 일찍 일어난 무
측천이 화원에서 은은하게 시를 읊고있었다. 태자홍은 무측천에서 읍하고나서 말했다.
    무후께선 아직도 시를 읊는 고상한 흥취를 가지고있나이까?
    부왕께서 시를 듣기 즐기시니 난 시 몇수를 외우고있나이다.
    무측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태자홍이 고종이 있는 방으로 막 들어가려 하자 무황후가 다급히 말했다.
    태자, 지금 부왕께선 잠들었나이다.
    태자홍은 무황후를 일별하고 내처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과연 고종은 깊이 잠들어있었
다. 이때 관역이 태자홍에게 아뢰였다.
    천후의 허락이 없이는 그 누구도 페하를 방애하지 못한다는 령이 있사옵니다.
    태자홍이 되돌아나올 때 무측천이 퍼러딩딩해서 서있었다. 그는 무황후가 일종 기이한 
눈길로 자길 쏘아보고있다는걸 감촉했다. 
    태자, 태자는 이 무후를 믿지 못하고있나이다.
    성난 무측천의 목소리가 좀 떨렸다.
    아닙니다.  태자는 조정의 중요한 정사를 부왕에게 아뢰기 위해 들어갔나이다.
    리홍이 말했다.
    부왕께선 깊이 잠들었나이다. 어떤 때에는 오래동안 잠들고계시나이다. 부왕께선 지금 
병으로 신고하고계시는데 마음대로 방애하다니 될 말이옵니까?
    무측천이 높은 소리로 꾸짖었다.   
    순간 리홍은 흠칫했다. 그는 무황후의 얼굴이 보기 싫게 이그러진것을 분명 보아냈다. 
    태자는 조정의 정사를 부왕에게 긴히 아뢸 일이 있나이다.
    태자홍이 다시한번 무황후에게 말했다.
    부왕께선 잠드고계신다고 몇번이나 이야기하였나이까? 저의 말이 들리지 않나이까? 태
자는 날따라 고집이 말이 아니옵니다. 조정의 정사가 있으면 나에게 아뢰면 되지 않나이까?
    무측천은 검으락푸르락했다.
    태자홍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측천은 쌀쌀하게 한마디 더했다. 
    태자는 전혀 나의 아들 같지 않나이다.
    아닙니다. 전 틀림없는 무황후의 아들이옵나이다. 난 태자로써 지금 부왕을 대신하여 섭
정하고있는중이옵나이다.
    리홍은 아주 똑똑히 말했다.
    순간 무황후의 얼굴색은 굳어졌다.  무측천은 엄엄한 기색을 지으며 말했다.
    태자, 태자의 온몸은 젊음으로 충만되여있나이다. 난 지금 천후이나이다. 조정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아뢰기를 바라나이다.
    아니옵니다.
    태자홍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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