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자! 
    리현은 누구를 부르는지 몰라 어리벙벙해있다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다급히 손을 걷
어들였다. 그는 머리를 들어 무측천을 바라보았다.  
    태자!
    무측천이 또 불렀다.
    리현은 역시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자기가 이미 태자로 된것을 잊어버렸다. 그러
면서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저를 부… 부르셨나이까?
    리현은 형님의 유체에서 눈길을 떼며 무측천에게 물었다.
    무후가 태자를 부르고있나이다. 태자의 형님은 이미 죽었나이다.
    어머니! 
    리현은 매우 긴장해하며 무측천앞에 황망히 읍했다. 
    죽은 사람은 다시 깨여나지 못하나이다. 사람은 한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수 없나이다. 
태자께서 죽은 형님의 시체를 왜 어루만지나이까.
    무측천은 리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넨 인젠 태자로 되였나이다. 많고많은 일들이 태자현을 기다리고있나이다. 이곳에서 
지금 뭘 하고있나이까.
    리현은 머리를 푹 숙이며 말했다.
    어머니, 이 아들은 지금 어머님의 가르침을 듣고있나이다.
    태자는 어서 가보시옵소서. 저녁에 이 무후한테 한번 다녀와야 하나이다.
    무측천은 태자홍의 령구옆에 앉으며 계속 말했다.
    난 지금 혼자 있고싶나이다.
    리현은 물러갔다. 무측천은 리현의 그 너무나도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 정말 마음
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궁녀들도 모두 물러가라고 명하였다. 주위는 물 뿌린듯 조용해졌다. 
대전에는 다만 무측천과 리홍의 시체만 남았다. 무측천은 리홍의 시체를 이윽토록 내려다보
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홍의 얼굴은 그처럼 준수하고 강의해보였고 그처럼 산뜻하
고 아름다왔다. 시체주위엔 복숭아꽃잎들이 차분히 쌓여있었다. 아들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
고있노라니 무측천의 귀가에는 자기가 젊었을 때 부르던 귀신을 쫓는 안혼곡이  은은히 들
려오는듯했다.  무측천은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였다.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지
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표정은 담담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마치 그녀의 눈물은 일
종 인간의 복잡한 심정을 떠난 그 어떤 독립적인 물건과도 같았다. 순간 무측천은 무의식간
에 일종 혼잡한 소음속에서 한 남자아이의 맑은 목소리를 들었다. 무측천은 눈물을 훔치고 
동년에 리홍이 자기 침실에서 놀던 정경을 그려보았다. 어린 리홍은 이미 시체로 된 녀동생
을 발로 차면서 침대가로 왔다갔다 하며 놀았다. 리홍이 무측천에게 물었다.
    어머니, 녀동생이 왜 자꾸 곤두박질하나이까…
    태감의 발걸음소리가 무측천을 깊은 사색에서 깨여나게 했다. 덕관은 아주 조심스레 다
가와 낮은 소리로 아뢰였다.
    마마, 황제께서 이미 태자홍은 효경황제로 책봉하였나이다. 이것이 룡포이나이다. 
    무측천이 조용히 말했다.
    내가 태자홍에게 룡포를 입히겠다. 룡포를 여기에 놓고 어서 물러가거라.
    한심하게도 룡포는 태자홍의 수의로 되였다. 무측천은 궁녀와 대신들을 다 멀리 물러가
게 하고 혼자서 아주 세심하게 정성 다해 아들에게 수의를 입히기 시작했다. 실제로 녀인이 
혼자서 수의를 입힌다는것은 아주 힘든 일이였다. 그것도 그럴것이 리홍의 시체는 이미 굳
어진지 오래였기때문이다. 무측천은 룡포를 입히느라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정말 젖먹던 힘
까지 다해야 했다. 무측천은 온몸이 땀벌창이 되여서야 이 순탄하지 않은 작업을 완성할수 
있었다.
    무측천의 얼굴에선 땀인지 눈물인지 분별하기 어려운것이 줄줄 흘러내렸다. 덕관이 나
는듯이 달려와 손수건으로 무측천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주면서 조용히 말했다.
    황후께서 슬픔을 참으시옵소서.
    무측천을 노기등등하여 호통쳤다.
    마음대로 지꺼리지 말거라.
    태자홍의 장례식에는 소유의 왕공대신들이 거이 대부분 참가하였다. 고종은 울음을 억
제하지 못했다. 그는 태자홍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태자현이 옆에서 
고종을 부축하고있었다. 고종은 누군가 자기를 부르고있는 소리가 막 들려오는듯했다. 자세
히 귀를 기울이니 태자홍이 함께 가자고 부르는 소리 같았다. 태자홍의 귀맛 좋은 말소리가 
고종의 귀전에서 울려퍼졌다.
    무후의 마음속에 어떤 사람의 수명은 이미 결정되여있나이다…
    고종은 태자홍이 언녕 무서운 예언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가는것을 방불히 보는듯했
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종은 가슴이 찢어지는듯했다.
    나는 왜서 아들의 순장품이 될수 없을가?
    고종은 괴의하게 물었다.
    고종이 령구를 향해 기여갈 때 태자현과 배염이 날렵한 솜씨로 황제를 붙잡았다. 하여 
차마 눈 뜨고 볼수 없는 난감한 장면을 모면하게 되였다.
    페하께서 왜 그러시옵니까!
    허경종이 의혹을 품고 리의부에게 물었다.
    태자홍의 장례식이 끝난후 고종은 룡침에 올라가 누운것이 다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어떤 때에는 온 하루 아무것도 먹지 않고 까딱 움직이지도 않았다. 도대체 자
고있는지 아니면 깨여났는지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태자현이 찾아와도 아무 말도 하지 않
았다. 어쩌다 두눈을 번쩍 뜨고 이리저리 살펴보다가도 인츰 다시 꼭 감아버리군 했다. 고종
은 태자홍과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열정적이고도 친절하게 태자현과  말을 주고받지 않았
다. 하여 태자현은 아주 고독감을 느꼈다. 무측천은 거의 날마다 고종의 룡침머리에서 떠나
지 않고 음식을 대접하고 약을 복용시키고 수면을 돌보았다.  그녀는 고독한 고종의 여생을 
정성 다해 지켜주었다.  어떤 때 무측천은 고종이 잠결에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어머니》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그때마다 무측천은 웬 일인지 저도 모르게 당황하여 마
음을 걷잡을수 없었다.
    태자홍이 날 부르고있는것 같소.
    고종이 이 말을 할 때마다 무측천은 이마살을 찡그렸다.
    태자현은 이 정경을 목격하고 가슴이 후둑후둑 뛰는걸 어쩔수 없었다. 그는 어머니인 
무황후를 정말 만나기 두려워했다. 될수록 태자현은 무측천을 피해다녔다. 태자홍의 장례식
이 있기 전날 저녁, 무측천은 태자현에게 황후궁으로 오라고 부탁했다. 허나 태자현은  무측
천이 반나절이나  기다렸는데 결국은 대신을 파견하여 락양으로 갔다고 아뢰게 했다. 
    조정에 아무런 큰 대사도 없는데 갑자기 락양으로 가서 뭘 한다더냐?
    무측천은 검으락푸르락하며 성내다가  평소 애지중지하던 옥토끼를 내동댕이쳐서 박산
냈다.
    바로 이 무렵, 경성에는 듣기 거북한 소문이 곳곳에 퍼졌다. 그것은 태자 리현이 황후인 
무측천의 아들이 아니라 한국부인의 아들이라는것이였다. 이런 소문은 수많은 사람들의 정
서에 영향을 주었고 무후와 태자현사이를 저도 모르게 서먹서먹해지게 했다. 소문은 날개가 
돋친듯 재빨리 퍼져갔고 점점 더 복잡하게 덧붙혀져서 인젠 도대체 어느것이 진짜인지 가짜
인지 전혀 분간하기 어려웠다. 소문이 더 커져갈수록 제일 큰 피해자는 무황후였다.  태자현
은 태자홍처럼 성격이 강직하지 못했지만 총명하고 지혜로왔다. 그는 늘 대신들을  찾아다
니며 많은 가르침을 받았고 어떤 때에는 민간에 내려가 백성들의 고난을 묻기도 했다. 그러
나 태자현은 아주 드물게 황후궁에 드나들었고 될수록 무황후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었다. 
태자현은 중요한 조정의 일을 제외하고는 될수록 무황후를 만나지 않았다. 무측천은 태자현
이 지나치게 단정하고 엄숙하며 지극히 례를 지키는 모습이 되려 두렵고 가슴속에 찬 바람
이 스며드는것 같았다.
    드디여 기회가 닥쳐왔다. 무황후는 나라의 중요한 3공중의 한 대신을 통해 태자현을 락
양궁에 불러들였다. 태자현은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고 기색이 말이 아니였다. 무황후에게 엎
드려 절할 때에도 전혀 기운이 없어보였다. 순간 무황후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것은 태자현이 궁녀가 들여온 차물마저 감히 마시려 하지 않았기때문이다. 무측천은 랭랭
하게  말했다.
    태자, 지금 밖에서 많은 소문들이 떠돌고있는데 정말 듣기 거북하나이다. 지어 태자현을 
이 무후의 아들이 아니라고까지 하나이다.
    그것은 터무니없는 뜬 소문이나이다. 무후께서 마음에 두지 마시옵소서.
    태자현이 조심스레 말했다.
    난 절대 이런 뜬 소문을 믿지 않나이다. 이 무후는 아들 하나를 벌써 잃었는데 인젠 더
는 잃고싶지 않나이다!  
    무측천이 높은 소리로 말했기에 태자현은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
는 계속 말하였다.
    내가 태자현을 금방 낳았을 때 얼굴은 포동포동했고 머리는 붉었나이다. 헌데 누가 감
히 태자현을 나의 아들이 아니라고 지꺼리고있다니 한심하도다.
    무후, 그것은 잘못된 소문이옵나이다.
    태자현이 말했다.
    바로 태자현이 이 무후와 가깝게 지내지 않은것이 화근이 되였나이다. 
    무측천은 태자현을 쏘아보면서 계속 충고했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소문이라도 어떤 때에는 진실로 변할 때가 있나이다. 세상 일은 애
매하게 번져질 때가 많나이다. 그러하오니 너무 자기만 믿지 말고 어머니에게 많이 물어야 
하나이다. 그러찮으면 태자현은 저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르게 되나이다.
    나는 무후의 아들이옵나이다. 이것은 진실한 사실이옵나이다.
    태자현이 똑똑하게 말했다.
    무측천은 소리내여 웃었다. 
    참 세상에 우스운 일도 있나이다. 지금 태자현이 이 무후의 아들이란걸 직접 증명하고
있나이다. 태자현이 나의 아들이 아니라면 이 무씨가  태자로 책봉할수 있겠나이까?
    나는 태자로 되고싶지 않나이다.
    리현은 드디여 자기의 운명에 달리는 속심말을 하였다. 순간 무측천은 눈앞이 캄캄해났
다. 
    무엇때문에 태자로 되고싶지 않나이까?
    무측천이 물었다.
    무측천은 태자현이 이렇게 나서리라는걸 얼마간 짐작하고있었다. 그녀는 태자현이 근년
에 대신들가운데서 많이 활동하며 속에 없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서늘해났
다. 무측천은 예전의  태자홍처럼 태자현이 말대꾸하는것은 절대로 바라지 않았다. 총명한 
태자현은 강직한 형과는 달리 지금 속에 없는 말을 하고있다.
    난 태자로 되고싶지 않나이다.
    태자현이 또 말했다.
    태자, 어느때부터 이 무황후를 설복하려 했나이까? 지금 태자는 속에 없는 말을 하고있
나이다.
    무측천의 어조에는 불만과 원망이 섞여있었다.
    왜서 태자는 언제나 이 무후를 멀리하려 하나이까? 왜서 날 두려워하나이까? 이 무후
는 태자의 어머니옵나이다. 그런데 태자가 이렇게 해서야 되나이까?
    이 아들은 무황후에게 말대꾸해도 안되고 너무 순종해도 안되나이다.
    태자현이 고통스레 말했다. 
    도대체 이 아들이 어떻게 하면 되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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